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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어린이병원 30년 과거, 현재, 미래 〈상〉 - 걸음마를 떼다(과거)
서울대 어린이병원 30년 과거, 현재, 미래 〈상〉 - 걸음마를 떼다(과거)
  • 의사신문
  • 승인 2015.10.2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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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환자 위한 독립 진료 필요 공감 1985년 개원

서울대 어린이병원의 설립과 체계화(1985∼1995)

1985년 10월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의 개원은 아시아 최초의 어린이 전문 대학병원이라는 점에서 국내외 의료사의 새로운 장을 열어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19세기에 파리에서 세계 최초의 어린이병원이 문을 연 이래 독일, 런던, 뉴욕, 필라델피아, 에든버러, 시카고, 보스턴, 토론토에도 어린이병원이 설립되었고,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1965년에 어린이병원을 최초로 건립하였다.

20세기 이후부터는 이들 병원이 어린이를 위한 치료뿐만 아니라, 의학 연구를 위한 미래의 인적 자원 또한 제공해주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따라서 진료와 교육, 연구의 역할을 동시에 발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의과대학과의 연계가 필연적이었다. 그런데 어린이병원의 설립을 선도한 서양의 경우에도 의과대학 부속병원보다 어린이병원이 먼저 도시에 들어선 곳들이 더 많았다.

이는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 어린이병원이 자체적으로 연구기관을 포괄하거나 의과대학과의 제휴를 통해 의료와 연구, 그리고 교육을 동시에 수행하기 시작한 것 역시 대체로 20세기 이후였으며, 아시아에서는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이 최초였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1985년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의 개원은 아시아의 소아 의료를 선도하는 역할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었다고 하겠다.

지난 16일 열린 개원 30주년 기념 병원의료정책 심포지엄에서의 단체사진. 첫줄 왼쪽부터-김용익 국회 보건복지위원, 박인숙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 최용 명예교수, 김석화 서울대어린이병원장, 이병훈 의협 고문, 최황 명예교수, 윤용수 명예교수, 서정기 명예교수, 조병규 명예교수.

■어린이 병원의 설립배경과 목적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소아환자만을 위한 전문적인 진료기능을 갖춘 소아진료부의 신설에 관한 논의는 1970년대 중반부터 싹을 틔웠다. 1978년 6월에 소아과 홍창의 교수가 서울대학교병원 부원장 취임하였는데, 홍창의 교수는 과거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에서 연수 받았던 경험, 그리고 이후 다년간의 의료선진국에서의 경험들을 토대로 어린이병원의 필요성, 나아가 대학병원의 역할에 대한 생각들을 발전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소아과뿐만 아니라 기타 여러 분과에서도 소아환자만을 위한 독립적인 진료인력과 공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갔다. 대표적으로 의과대학 외과학 교실에서는 1974년 전임강사로 발령을 받은 김우기 교수를 중심으로 소아환자의 치료와 소아외과의 독립운영 필요성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이에 김우기 교수는 1975년 6월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과대학병원으로 소아외과 연수를 갔으며, 1977년 6월 말에 연수를 마치고 귀국하여 소아외과 진료를 시작했다.

1978년 5월 15일부터 15세 이하의 외과환자만을 진료하는 소아외과가 분과하여 병원에서 독립진료를 개시하였고, 김우기 교수가 소아외과 분과장이 됨으로써 소아외과가 처음으로 독립하였다.

당시 소아외과는 구 병원 서2병동에 8병상을 배정받았고, 독립된 외래실과 수술실(월, 수, 금 1개방)을 배정받았으며 인턴과 레지던트도 별도로 배정받았다. 1978년 7월 소아외과의 분과에 이어 1980년 1월에 소아정신과도 정신과에서 독립하면서 홍강의 교수의 주도하에 독자적인 교육, 연구, 진료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어린이병원 설립이 처음 제시된 시점은 서울대학교 병원의 신축이 완공되고, 특수법인 서울대학교병원이 발족된 이후였다. 당시 특수법인 서울대학교병원 초대 원장을 지낸 김홍기 교수는 병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이 당시 병원장으로 있던 1978년경 서울대학교 전체 마스터플랜의 일환으로 신축병원 완성 후 병원발전계획을 요구받은 바 그 제일 순위로 모자병원(母子病院) 건립 계획 등을 제시한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이처럼 소아환자만을 위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진료의 필요성에 대한 병원 내외의 인식이 형성되는 가운데, 1979년에는 병원 건설 및 의료시설 확충을 위한 한일 양국 간의 OECF(Overseas Economic Cooperation Fund, 해외경제협력기금) 협정이 체결되었고, 1980년에는 국공립의료 및 보건연구기관 장비 현대화사업을 위한 일본 OECF와의 차관협정이 잇따라 체결되면서 한국 정부의 보건 의료 정책이 활로를 띌 수 있는 국내외적 여건이 조성되었다.

초대 어린이병원 원장(당시 소아진료부원장)에 취임한 고광욱 교수는 “OECF 차관의 1차 프로젝트이자 병원 장기발전 계획의 첫 사업으로 어린이병원 신축이 결정되었다”고 당시를 회고하였다.

1980년 4월 소아과 홍창의 교수가 서울대학교 병원장에 취임하고, 같은 해 8월 병원 장기발전 계획안을 수립함에 따라 어린이병원 건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1981년 5월에 열린 제12차 임시 이사회의 승인 아래 곧바로 어린이병원 건립추진위원회가 설치되었으며, 홍창의 원장 및 서병설 의대학장 등이 참여한 이 위원회에서는 ① 소아특수질환에 관한 효과적 진단 및 치료법의 개발, ② 유전성 질환 및 선천성 기형아의 예방과 치료, ③ 언어 청력 시력 등의 기능장애아의 특수치료 및 기능훈련, ④ 소아과계 특수 분야 전문의 양성과 연수, ⑤ 중요 소아보건문제해결을 위한 국가정책연구수행 등을 위해 어린이병원을 구임상연구소동 위치에 건립하기로 결정하였다.

1982년 2월에는 어린이병원 건립계획을 수립하였으며, 8월에는 어린이병원 건립 추진 전담반이 설치되었다. 같은 해 12월 17일 대통령 부부 및 병원 내외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소아진료부의 착공식이 열렸다. 1983년 2월부터는 어린이병원의 장비도입업무가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소아병원 장비도입 소위원회(小兒病院裝備導入 小委員會)를 설치했고, 10월에는 마침내 `서울대학교병원 소아병원 건립사업을 위한 일본 OECF와의 차관협정'이 체결되었다.

어린이병원 신축 의료기자재 및 건축가자재 소요자금인 OECF 차관은 2350만 달러(당시 약 177억원)에 달했는데, 이중 시설비에 10억9300만원, 의료장비 구입에 165억1600만원을 투입하기로 결정되었다. 이로써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Biplane Angiography, 60여종의 생화학검사를 할 수 있는 Auto Chemical Analyzer 등의 파격적인 의료기기를 마련할 수 있었고, 20여만 달러의 Training Grant로 소아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되었다.

착공식을 한지 약 3년 만인 1985넌 9월에 신축 어린이병원이 완공되었다. 내자 122억원과 OECF 차관 51억7천만엔을 투자하여 건립한 어린이병원은 지하1층 지상7층 규모, 285병상과 일일 500여명의 외래 진료 능력을 갖춘 아시아 최초의 대학병원 내 소아질환 전문 진료센터였다. 9월 30일, 서울대병원의 입원환자가 어린이병원으로 이동했다.

병동 및 침상 수는 동 6병동이 33침상, 서 6병동은 30병상이며, 동 7병동은 33병상이었다. 이후 10월 2일부터 어린이병원 진료가 시작되었고, 20일에는 신생아 중환자실이 새로운 어린이병원으로 이전했다. 또, 11월 1일에는 어린이병원 응급실이 개원했다. 신축한 어린이병원 건물은 현 본관 건물과 연결함으로써 기존 시설 및 지원 인력을 최대한 활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소아진료부 준공은 소아병환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 연구, 진료를 수행함과 동시에 고도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우리나라 소아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증진시키는데 기여했다. 또한 임상 교육의 전문화와 소아전문 의료 인력의 양성을 통해 국내 의료발전에 새 전기를 마련했다.

■어린이병원의 건립의 성과
어린이병원의 건립으로 서울대학교 병원은 소아질환에 대한 교육, 연구, 진료 부문에서 큰 성장을 이루었다. 무엇보다 전공의 및 의학계 대학생에 대한 소아환자 전문교육을 강화시킬 수 있게 되었으며, 이와 더불어 소아과계 전 교과가 세분화되어 초분과별 교수요원 및 전문 인력의 양성도 가능해졌다. 특히 분과별로 2인 이상의 의료 스태프를 확보하고, 각 분과에서 소아세부전공분야를 적극적으로 독려하였는데, 그 결과 특수클리닉이 확대되고, 이용자수도 증가하는 큰 성과가 있었다.

어린이병원은 개원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시설을 확충해 나갔다. 개원한 직후인 1986년 1월부터는 곧바로 증축 추진에 관한 제반사항을 심의할 〈소아진료부 증축 추진위원회〉를 설치, 어린이병원 옆 혜화 변전소 자리에 지하 2층, 지상 1층 규모의 증축 사업에 착수하였다.

이 3개 층의 증축 공간에는 가정의학과와 MRI실, 소아재활치료실 등의 진료 공간을 확충하기로 계획하였다. 또 동년 5월에는 4층에 남양분유에서 기증한 도서들을 비치하고 소아학습실을 개설하여 환자를 위한 서비스 공간을 마련하였다. 1차 증축은 1986년 12월에 착공된 후 1년 6개월 만인 88년 4월에 완공되어 진료 환경의 개선을 이루었다.
 

김 석 화 서울대어린이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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