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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초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
빈센초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
  • 의사신문
  • 승인 2015.10.2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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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30〉

■사랑과 증오, 희망과 절망을 노래한 인간 드라마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인 벨리니는 어느 자리에서 “모든 것을 희생시켜서라도 〈노르마〉만은 살리고 싶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자신의 많은 오페라 중에서도 이 오페라에 애착과 자신감을 가졌다. 〈노르마〉는 그의 특성을 유감없이 발휘한 이탈리아 오페라의 최대 걸작이다.

1801년 나폴리의 오르간 주자의 아들로 태어난 벨리니는 어릴 때부터 음악적 재능을 보였다. 일찍이 나폴리 왕립음악원 재학시절 첫 오페라 〈아델손과 살비나〉로 세상의 주목을 끌었다. 이후 나폴리 산 카를로극장의 감독이자 라 스칼라극장의 단장인 도메니코 바르비아를 만난 다음 제작된 두 번째 오페라에서 숨은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를 계기로 그는 바르비아의 소개를 받아 오페라의 전당인 밀라노의 라 스칼라극장에 진출하게 된다. 그곳에서 당대 명성을 날리던 대본작가 펠리체 로마니를 만나게 되면서 그의 인생에 또 다른 기회가 온다. 13살이나 많았던 로마니는 그의 동료라기보다는 인생의 스승으로서 벨리니와 돈독한 유대관계를 유지하였다.

6년간 두 사람은 〈몽유병의 여인〉, 〈해적〉 등 6편의 오페라를 제작하게 되는데 이때 가장 독보적인 오페라가 바로 〈노르마〉이다. 1831년 라 스칼라극장에서 초연된 〈노르마〉는 부드러운 서정적 기교, 풍만하고 호소력 있는 멜로디, 능숙하고 섬세한 배경화법, 강한 성격묘사 등 벨리니의 수려한 자질들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로마니의 우아하고 유려한 대본이 오랜기간 이 오페라의 성공에 한 몫을 하게 된다. 당시 한 시즌동안 서른 아홉 번이나 무대에 오를 만큼 대성공을 거둔다. 30세의 벨리니는 화려한 경력으로 인생의 순풍을 만난 듯 하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3년 남짓동안 〈청교도〉, 〈텐다의 베아트리체〉 등 2개의 오페라만을 추가하고 33세의 나이에 생을 마치고 만다.

오페라 〈노르마〉만큼 주역 가수와 청중 모두에게 호감과 두려움을 자아내는 작품은 많지 않다. 기술적으로나 해석상으로 최고의 노력을 요하는 이 작품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숭고한 희생으로서 인간적인 오류를 범했지만 결국은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주인공과 그 고귀함에 감동을 받아 죽음을 택하는 남자주인공을 긍정적으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통속적인 삼각관계에 초점을 맞춰 불륜적인 연적 간의 갈등과 대결구도가 벨리니의 수려한 음악에 어울려 승화되었다는 것이다. 청중을 `울고, 떨고, 죽게' 만드는 이런 충돌은 사랑과 유혹, 배반과 실연을 주제로 한 인간 드라마에 지나지 않지만 벨리니의 무한한 칸틸레나의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은 슈베르트의 `천국의 길'을 연상케 하며, 우리를 사랑과 증오, 희망과 절망의 감정으로 인도한다.

△제1막 제1장 기원전 50년경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는 갈리아 지방 갈리아에 파견된 로마 총독 폴리오네와 은밀한 사랑을 나누고 그의 두 아이를 낳은 갈리아의 드루이드인의 여사제장 노르마는 로마와 전쟁을 원하는 그녀의 아버지 오르베소와 드루이드인들을 설득하면서 유명한 아리아 `정결한 여신(Casta Diva)'을 부른다.

제2장 노르마는 폴리오네가 젊은 신출내기 여사제 아달지사와 새로운 사랑에 빠져 그녀를 데리고 로마로 귀환할 계획을 알게 되자 분노하며서 자신이 폴리오네의 여자라는 것을 밝힌다.

△제2막 제1장 어느 날 밤 노르마는 폴리오네를 맹렬히 비난한 뒤 어린 자식들까지 죽이려 하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아달지사를 불러 아이들을 데리고 폴리오네와 함께 로마로 가라고 한다. 그러나 노르마와 폴리오네의 비밀관계를 모르고 사랑에 빠졌던 아달지사는 노르마를 위로하며 폴리오네가 그녀에게 돌아가도록 설득하겠다며 말한다. 두 여성은 감동적인 이중창 `아이들을 보세요. 노르마!'를 노래한다. 폴리오네는 아달지사의 간곡한 설득을 거절한다. 비정한 폴리오네에게 분노한 노르마는 군사를 일으켜 로마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제2장 숲속에서 오르베소가 사람들에게 폴리오네가 떠나고 새로운 총독이 올 것이라고 연설을 하고 있다.

제3장 로마로 가기 전에 아달지사를 데려가려고 신전에 잠입한 폴리오네가 드루이드인들에게 붙잡혀 끌려나오자 노르마는 백성들에게 “정결서약을 어긴 여사제를 고발한다. 그녀는 바로 나다”며 고백하고 아이들을 오르베소에게 맡긴 후 스스로 화형대에 오른다. 노르마의 고귀한 희생에 감동한 폴리오네는 노르마가 오르는 화형대에 뒤따라 함께 올라가면서 이중창 `당신을 버린 내가 어떤 영혼을 지닌 사람인지'를 부르며 막이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마리아 칼라스(노르마), 프랑코 코렐리(폴리오네), 크리스타 루드비히(아달지사), 툴리오 세라핀(지휘), 라 스칼라 오페라(EMI, 1960); 조안 서덜랜드(노르마), 루치아노 파바로티(폴리오네), 몽세라 카바예(아달지사), 리처드 보닝(지휘), 웨일즈 국립 오페라(Decca, 1984); 에디타 그루베로바(노르마), 조란 토도로비치(폴리오네), 소냐 가나시(아달지사), 프리드리히 헤이다(지휘),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DG, 2006, 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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