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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섬진강 100mile 울트라마라톤 대회기
제1회 섬진강 100mile 울트라마라톤 대회기
  • 의사신문
  • 승인 2015.10.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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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 승(섬진강 100마일 울트라마라톤대회 조직위원장, 연세의대 명예교수, 동방사회복지회 어린이사랑의원장)

꼭 달리고 싶었던 섬진강…`마라톤 대회' 만들다

민족의 영산 지리산의 노고단 동쪽 돼지령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려온 능선상에 왕시루봉(1240m)이 있고 토지면 방향으로 조금 더 가면 지리산 기독교 선교유적지가 있다.

유적지보존연합은 1921년 한국 최초로 구약성경을 완역한 유적지 노고단예배당 1동, 국립공원 지정 전에 있었던 왕시루봉 수양관 12동을 보존하고 문화재 등재를 위해 사역하고 있으며, 반면 지리산 인근의 사찰 승려들은 문화재 등재를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유적지를 연세의대 인요한교수가 관리하여 왔으며 연세의료원 산악회 회장이었던 나는 직원들, 교수들과 1980년대 후반 이후로 10번도 넘게 다녔었다. 그때마다 능선상에서 보는 섬진강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겹겹이 끝없이 펼쳐진 산들의 산자락을 굽이굽이 돌아 반짝이며 동남쪽으로 흘러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수려한 경관의 섬진강은 가히 선경이었다.

섬진강(길이 225km)은 전북 진안군 팔공산(1151m)의 서쪽 계곡에서 발원하여 임실, 순창, 곡성, 구례, 하동을 지나 광양만에서 남해로 흘러드는 남한에서 네 번째로 큰 강이다. 14개의 주요지류가 있으며 많은 분지 중 규모가 가장 크고 평야가 넓은 남원분지는 하늘이 고을을 정해준 땅(天府之地), 비옥한 들판이 넓은 곳(玉野百里)이라 했다.

1965년 12월 한국 최초의 다목적댐인 섬진강댐이 완공되었으며, 2012년 6월말 임실 섬진강댐에서 광양만 배알도에 이르는 섬진강 자전거길 종주노선 154km가 완공되었다.

전국 자전거길 가운데 자연미를 가장 잘 살린 주변 경관이 아름다운 코스이다. 이 코스를 5개 구간으로 나누어 시인의 강(섬진강댐-구미교, 24km), 노을의 강(-금곡교, 36km), 별의 강(-예성교, 25km), 소리의 강(-남도대교, 32km), 하늘의 강(-배알도 수변공원, 37km)으로 부른다.

나는 만 57세인 2001년에 마라톤을, 만 58세인 2002년에는 울트라마라톤을 시작하였으며 그간 마라톤은 330여회, 울트라마라톤은 30여회 하였다.

국내에서 강물을 따라서 달리는 울트라마라톤 100km 대회는 금강(세종), 북한강, 태화강(울산) 대회가 있으며, 200km 대회는 낙동강 대회가 있으나 산을 많이 달리는 코스다. 오래전부터 왕시루봉에서 보아왔던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섬진청류의 자전거길 154km를 마라톤으로 달리고 싶었다. 아니 마라톤대회를 만들고 싶었다.
 

이재승 조직위원장(사진 왼쪽에서 세번째)이 관내 유지들과 섬진강울트라 마라톤대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실 섬진강댐에서부터 배알도 수변공원까지 100mile 코스를 답사하기로 하였다.

■1차 답사 : 대한 울트라마라톤연맹 박길수 전회장, 서울강남지맹회장 지해운, 재무담당 조직위원 전흥기 교수와 나 4명은 2014년 3월 7일(금) 영등포역 22:13 무궁화열차로 출발했다.

다음날(토) 01:32에 정읍역에 도착하였고 마중 나온 김관섭 회장의 집에서 식사하고 임실로 향했다.

새벽 4시 섬진강댐 아래 자전거길 시작점에서 사진 촬영 후 달리기 시작한다. 깜깜하다.
배낭이 무겁다. 그래도 달리자 달리자. 강가의 조용한 시골 길, 때때로 멀리서 개들이 짖는다. 추위와 배고픔과 함께 임실-순창-남원-곡성-구례 섬진강변 자전거길을 달린다. 물안개 피어오르는 맑은 공기와 푸른 하늘과 깨끗한 섬진강 강물과 산수유 꽃망울. 가는 도중 자전거 타는 사람을 다섯 사람 만났을 뿐이며 매점에는 사람도 없다.

남원 대강면에 이르러 남원마라톤클럽에서 마중 나온 전준섭, 진삼섭 회원들과 점심을 같이 했다. 계속 달려 오후 6:30 구례구역에 도착하였다. 오늘 94km를 달렸다. 기차역을 보니 더 달리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역 앞 식당에서 메기매운탕에 산수유 막걸리로 주린 배를 채우고, 무궁화 열차를 타자 곧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눈을 뜨니 영등포역. 창밖에 눈이 펑펑 함박눈이 펑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2차 답사 : 1차 답사에 이어 남은 구간 구례구역에서 배알도 수병공원까지 60km를 답사하기 위해 2014년 4월 25일(금) 22:45 용산발 무궁화열차에 올랐다.

일행은 전흥기 조직위원, 자전거지원조 김재웅 조직위원, 나 셋이다. 26일(토) 03:03 구례구역에 도착하여 역사에서 준비해온 음식으로 간단히 요기하고 03:30 출발하였다.

23km를 달려 남도대교를 건너 화개장터에서 재첩국으로 아침 식사를 하였다. 07:40 다시 출발하여 매화마을, 하동을 지났으나 지난 몇 달간 너무 무리했는지 무릎 통증이 있어 점점 속도가 느려진다. 마침 광주전남지맹의 서성한 회원이 차를 가지고 마중 나와 남은거리 8km를 차를 타고 종점인 배알도 수변공원에 11:00 도착하였다. 154km 답사 결과를 회원들과 상의하였고, 임실댐에서 배알도까지의 한 방향코스는 교통, 숙소, 음식점 등에서 어렵겠고, 차선책인 배알도에서 출발하여 80km 지점에서 반환해서 돌아오는 코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3차 답사 : 오랜 생각 끝에 교통이 편리하고, 음식이 좋고, 숙박도 해결되고 문화를 겸비한 춘향의 도시 남원시에서 시작하고 끝나는 왕복코스로 하기로 했다. 대회장소는 춘향문화예술회관 광장으로 하고 이곳에서 남원시 요천을 따라 섬진강의 고달리마을어귀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고 자전거 도로의 상황을 알아보기로 했다. 2015년 4월 4일(토) 07시 출발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풀코스 마라톤 325회째를 완주하고 오후 02:50 남원행 고속버스에 조직위원 전흥기, 김사민과 함께 탑승하였다. 남원에 도착하여 남원마라톤클럽 회원들과 대회진행에 관한 의견들을 나누었다.

4월 5일(일) 아침식사 후 요천을 따라 달린다. 요천대교, 세전교, 횡탄정인증센터, 고달리 마을어귀의 거리가 측정되었고, 자전거길은 잘 되어있었다. 점심을 걸러 허기진 배로 곡성역전에서 식사하고 무궁화열차 입석으로 용산에 도착하니 밤 11:20이다.

■준비 : 대회일자는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의 대회일정표를 참고로 하여 9월 첫째주 토·일로 결정하였다. 100mile 코스도는 윤장웅 기술이사가 완성하였고, 대략 20km 거리로 check point도 결정되었다.

남원시청을 방문하여 이환주 시장 외 관계자들과 의견도 나누었다. 남원마라톤회원들과 시설물, 식음료에 대해 상의했으며 반환점에서의 식사는 서성한 조직위원이 준비하기로 하였다. 기념품은 남원시의 특산품 목기 찻상으로 결정하였다. 대회의 심볼마크는 풍요로운 황금벌판에 청류섬진강을 그리고 요천을 연결시켰다. 출발·골인지점 남원시는 춘향단심 붉은 점으로 생각하였고 위원들의 동의를 얻어 결정되었다.

참가 신청자는 88명이었으나 참가비를 입금한 참가자는 73명이었다. 참가자 단체보험도 완료되었다.

이재승 조직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대회행사 : 행사일 9월 5일(토)은 일기예보대로 날씨가 쾌청하였고 춘향문화예술회관 사랑의 광장에 모인 참가자들의 표정도 밝고 좋아보였다. 기념사진들을 찍는 모습도 좋다.

단상에는 이환주 시장, 양해석 시의원, 박영석 전 서울마라톤 회장, 정보영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 회장 등 다수의 내빈이 자리하였고 윤장웅 위원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조직위원장인 나는 제1회 대회 개최를 선언하였다.

12시에 출발한 달림이들은 제한시간 27시간인 내일 오후 3시까지는 이곳에 도착해야한다. 그 사이에 제발 큰일이 없이 모두 안전하게 완주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맑았던 하늘은 왜 점차 어두워지는지, 오후 4시가 지나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는 강풍이 불면서 폭우가 쏟아진다. 장장 10시간이 넘게 지속되었고 6일 02시가 지나서야 소강상태가 되었으니 달리는 사람과 진행위원들의 고생은 말할 수 없다. 포기하는 사람이 생기고, 자동차에 태우느라 분주하게 왔다갔다 한다. 결국 시간내 완주자는 45명이었다.

그런데도 포기한 사람들은 코스가 좋다며 내년에도 참가하겠다고 말한다.
모두가 고맙다.

■맺음 : 제1회 대회를 경험하면서 모든 일이 쉬운 일이 아님을 생각한다. 미숙한 점이 있었을 텐데도 참가자들이 잘 참아준데 대하여 고맙게 생각한다.
답사, 준비, 진행에 수고하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대회를 축하해주신 내빈께, 서울에서 응원차 오신분들께 감사드린다.
내년에는 더 성황리에 더 멋지게 더 많이 완주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조직위원장인 나는 지금부터 준비할 것을 다짐한다.

■첨부의 말 : 현재 내가 회장인 100회 마라톤클럽의 회원인 구춘옥님은 이 대회에서 25시간 35분으로 완주하였으며, 대회 2주후에 대한민국횡단 308km 울트라마라톤대회 도중 270km 지점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의한 사고로 운명을 달리하였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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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봉 2015-11-27 10:56:24
이 재승박사님~~~ Do Great challenge. 제1회 대회행사중 밤새 폭우가 쏟아지니까 선수안전을 위해서 직접 주로에 나가 식사장소까지 챙겨주고 하늘 원망하기보다는
하늘이 대회가 영원히 지속되도록 큰 교훈을 주다면서 오히려 감사 맘으로 밤새 걱정하시는 모습. 이 재승박사의 대회 열정에서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섬진강100mile울트라마라톤대회의 뜻은 섬진강자연보호와 장애자의 후원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Global challenge race로 국제적인 모습으로 거듭날 것임을 확신합니다

오중환 2015-10-30 12:10:19
이재승 박사님~ 대단하십니다. 요즘도 건강히 활동하시고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