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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륜산 케이블카를 타고 설악산 케이블카를 걱정하다 
두륜산 케이블카를 타고 설악산 케이블카를 걱정하다 
  • 의사신문
  • 승인 2015.10.1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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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 있는 정담 〈143〉

김용택 시인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를 읽었습니다.
섬진강에 달이 휘영청 떠오른 날 김남주 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합니다. 강변에 달이 곱다고.

두륜산 위의 풍경. 바위봉우리 너머로 멀리 강진만이 보이고 눈을 돌리면 완도와 진도 쪽 바다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시인 김용택이 달을 보고 김남주 시인에게 전화를 했다는 글을 읽고 김남주 시인의 생가가 있는 해남에 갔습니다. 암울했던 시절을 목숨 걸고 살다간 시인이 태어나 자란 마을과 들이 궁금했습니다.

휴가철 지난 평일이라 한가한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문득 요즈음 김남주 시인과는 다른 이유로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설악산의 박그림 선생이 생각났습니다. 그는 설악산의 산양 보호와 보존을 위한 삶을 살고 있는 민간 환경운동가입니다. 그는 단지 산양 보호를 위해서가 아니라 설악산을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케이블카 설치는 절돼 안 된다고 온몸으로 외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미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는 기정사실화되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두륜산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향했습니다. 넓지 않은 주차장엔 서너 대의 차가 있을 뿐이고 상점도 식당도 외부 손님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20분에 한 번씩 운행하는 케이블카는 두륜산 정상부까지 1.6 킬로미터를 약 8분 만에 올라갑니다. 왕복 요금이 9000원입니다. 예상했던 대로 다른 탑승객 없이 전용 케이블카가 되었습니다. 동승해 안내하는 이는 나이가 꽤 어려 보이는데 8분 동안 별다른 설명 없이 서 있습니다. 정상부 케이블카 탑승장도 한가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몇 명의 노인이 내려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뿐 아래에서 위까지 온통 나른함이 매달려 있습니다.

케이블카 탑승장에서 멀지 않은 산 정상부까지는 나무 데크길이 놓여 있고 다른 곳으로 내려가는 등산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울타리를 넘어갈 수야 있겠지만 아래에서 등산 배낭을 지고는 올라가지 못하게 하니 그렇게까지 무리하게 다른 길로 걸어내려가는 사람은 없는 듯합니다.

두륜산의 주봉 중 하나인 고계봉 정상부에서 바라보는 남쪽 다다의 풍경은 정겹습니다. 왼쪽으로는 월출산과 강진만이 보입니다. 맑은 날에는 한라산도 보인다고 하니 비 갠 후 햇빛이 쨍한 날 찾아오면 운 좋게 백록담을 품고 있는 한라산 언저리를 볼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오른쪽 멀리 진도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고 산 아래 바다를 향해 펼쳐진 논밭을 살핍니다. 그렇게 펼쳐진 시원한 풍경을 눈에 담았습니다.

그러다 설악산 케이블카도 이렇게 운영하면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코앞의 대청봉까지는 가고자 할 것이니 길을 내어야 할 것이고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에게 대청봉까지 길을 터주면 이들을 통제하기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설악산 케이블카는 두륜산 케이블카 보다는 덕유산 케이블카와 그 조건이 닮아 있습니다. 굽 높은 신발에 짧은 치마를 입거나 양복에 넥타이 매고 반짝반짝 닦은 구두를 신고도 사람들은 편안하게 덕유산 향적봉에 올라 사진을 찍고 갑니다. 등산장비가 허용된다면 사람들은 편안히 향적봉에 올라 남덕유산이나 또는 다른 방향으로 흩어질 것입니다.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운행될 때 사람들은 이를 어떻게 사용할까요?

권금성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 인근엔 온통 바위만 반들반들할 뿐 흙은 다 씻겨 내려갔고 바위틈에조차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온전히 남아 있지 않습니다. 대청봉 근처에도 이미 바위와 돌만 남았는데….

두륜산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와 고계봉 정상에서 남해 바다의 풍경을 바라보며 이미 1982년 8월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된 설악산에 케이블카 설치가 우리 후손을 위해 옳은  일인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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