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20:31 (목)
지금, 진일보한 통증의학의 미래를 꿈꾼다
지금, 진일보한 통증의학의 미래를 꿈꾼다
  • 의사신문
  • 승인 2009.09.29 1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찬<대한통증연구학회 회장, 아주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 김 찬 회장
통증이란 무엇인가? “그냥 아프다, 찌릿찌릿하다, 따끔거린다, 욱신거린다, 칼로 찌르는 것 같다, 뻐근하다” 등등 과연 통증을 무엇이라고 정의할 것인가. 우리말의 이렇게 많고 다양한 통증에 대한 표현이 있다. `실질적인 또는 잠재적인 조직손상이나 이러한 손상에 관련하여 표현되는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불유쾌한 감정 : Pain is a complex constellation of unpleasant sensory, emotional and mental experiences, certain autonomic(involuntory) responses and psychological and behavioral reactions provoked by tissue damage.' 통증의학 교과서에 볼 수 있는 표현으로 이는 1973년 창립된 세계통증학회(IASP)에서 통증을 정의한 것이다.

세계통증학회(IASP)는 현재 123개국의 6500명의 회원이 모여 이루어진 가장 큰 통증학회로서 각 나라마다 지부가 형성되어 있으며 통증에 대한 다과적 다각적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IASP의 한국지부가 처음 설립된 것은 1983년 9월이며 통증과 관련된 여러 임상 과와 기초의학교실이 모여 multi diciplenary pain clinic의 취지를 가지고 오늘에 이르렀다.

1990년 일본 관동체신병원에서 통증이라는 분야를 접하고 무수한 환자들에게 시술을 통해 그들의 통증이 사라져감을 보고 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이것은 정말 획기적인 분야다” 통증분야의 불모지였던 한국에 통증의학을 꼭 들여옴으로써 많은 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요즘에는 인터넷이 발달하고 의학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어 환자들은 의학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세상이 되었다. 실제 통증의학을 선보인 90년대 초기에는 통증의학이라는 것이 의사들에게도 생소하여 환자는 이과 저과,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다가 결국은 고통 속에 사시는 분이 많았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의사도 환자도 통증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여 이제는 통증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고 적극적인 치료를 요하는 세상이 되었다.

지금도 나이든 의사들 중에는 마약성 진통제 사용에 대해서도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사용을 많이 꺼리는 것이 사실이다. 처방을 받은 환자도 마찬가지다. `내가 마약을 먹다니. 혹시 중독이 되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오래 복용해도 괜찮은 것인가, 가능하면 약을 먹지 않고 참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반문하는 환자들도 많다. 그리고 의사들도 많다.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는 것이 비단 하루 이틀에 걸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고 생각된다.

마취과에서 마취통증의학과로 이름이 바뀐지 7년이 지났다. 통증이란 이름이 들어가기를 수많은 마취과 의사들이 바랬었다. 한국에서 통증의학의 발전을 꿈꾸며 풍운의 뜻을 품고 마취통증의학과로 training을 받으러 들어오는 후학들도 많았다. 사실 수술방에서 마취의로서 살아가는 수많은 마취의들에게 개원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주어 수술방 바깥으로 나오게 하였다.

나 또한 수술방 바깥을 나와 통증의 길을 걸은 지 20년이 넘었다. 20년 넘게 걸은 길, 예전부터 통증의사로서 가졌던 꿈이 있었다. 고되고 힘들지만 한걸음 한걸음 나의 길을 아직도 나아가는 중이지만 애당초 가졌던 꿈은 지금부터 실현해 보려고 하는 것이다. 다시 초심에서 겸허하게 그러면서도 조심스럽게 질문 하나를 던져본다. `다같이 통증환자를 보면 어떨까?' 통증은 하나의 증상이자 질환으로 여겨지고 있다. 약만으로, 주사만으로, 수술만으로, block만으로 어느 한가지만으로 치료하는 것은 더 이상 정석이 아니다. 축구에 토탈사커라는 전술이있다. 이전에는 공격과 수비의 분담체제라는 것이 확연해서 공격수는 공격만 했고, 수비수는 수비만 했다. 차범근 감독의 스승이었던 리누스 미헬스에 의해 네덜란드 축구는 토탈사커라는 새로운 전술을 가지고 상황에 따라선 공격수도 수비를 하고, 수비수도 공격을 하였다. 이 때부터 수비수는 오프사이드 트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전진했고, 경기 중 상황에 따라 수도 없이 오버래핑을 나갔으며, 공격수도 볼 소유를 잃은 즉시 상대 수비수를적극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자연히 공수간격의 폭은 하프라인을 중심으로 전후 30M 정도로 좁혀졌고,경기장 어느 곳에서건 상대팀보다 숫적 우위를 점하면서 압박이 가능하게 됐다.

현재 통증의학의 상황도 비슷하지 않을까? 4년의 전공의 교육을 통해 전문의를 취득하여 각자의 길을 걷는 것이 의사의 숙명이다. 물론 각자의 영역 안에서 통증 환자를 접하게 되면 배운 대로 외과의는 수술을, 내과의는 투약을 고려하게 된다.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찾아갈 수 있는 모든 과뿐만 아니라 통증에 대해 연구 가능한 모든 기초의학들, 모두모두 모여 머리 맞대고 연구해 보고자 하는 꿈을 꿔본다. 서로간의 통증에 대한 치료를 합해본다면 아니 서로간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간다면 환자에게는 보다 더 도움이 되는 토탈의료가 이루어 지지 않을까.

2년간 어렵고 막중한 자리를 맡게 되었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통증의학의 미래를 여기서 싹 틔우고 싶다. 요즈음은 통증을 다루는 여러 과에서 각기 통증모임을 만들어 이끌어 나가고 있다. 각 과에서 따로 통증 자격증을 인정해달라고 하면 어느 과도 의학회에서 인정을 받을 수가 없다. 여러 과가 다 함께 동참하는 IASP의 한국 지부인 `대한통증연구학회'야말로 통증자격증을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학회라고 생각한다. 통증환자를 아끼고 사랑하는 통증에 관심이 있는 여러 과 선생님들이 많이 참여하여 같이 이 길을 걸어보고 싶다.

김찬<대한통증연구학회 회장, 아주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