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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 
  • 의사신문
  • 승인 2015.09.2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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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27〉 

■이상과 현실, 부자간의 갈등, 복잡하고 묘한 중독성

베르디를 이탈리아 국민작곡가로 만들어 준 오페라 〈나부코〉, 최초로 국제적 명성을 가져다 준 오페라 〈에르나니〉, 이탈리아 오페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리골레토〉 등이 그의 오페라들 중 획을 긋는 이정표인 작품들이지만, 후기 걸작인 〈돈 카를로〉와 〈오텔로〉, 최후 작품인 〈팔스타프〉 역시 그의 오페라시대를 훌륭하게 장식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돈 카를로'는 쉴러의 최초 사극이다. 사실 돈 카를로가 어떻게, 왜 죽었는지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다. 그가 계모인 엘리자베스를 사랑했다는 증거도 역시 없다. 하지만 그가 아버지 때문에 좌절감을 느꼈고, 아버지가 감금시켰을 때 네덜란드로 탈출할 계획을 세웠던 것과 23세 때 그곳에서 숨을 거두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스페인 왕위 계승자의 설명할 길 없는 요절은 곧 전설의 시작이었고, 이렇게 그의 생애가 낭만문학과 오페라의 주제가 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오페라 〈돈 카를로〉의 본질은 개인적인 갈등과 오해에서 비롯된다. 쉴러가 말한 대로 `왕가의 가족 초상화'이다. 같은 여자를 두고 경쟁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은 이상주의와 현실주의 사이의 갈등, 자유와 전제주의 사이의 갈등, 교회와 국가 사이의 갈등으로 얽혀 있어 셰익스피어 희곡 두 개를 합친 것만큼이나 길다. 이로 인해 오페라의 시간도 길어지고, 유려한 선율의 아리아보다는 극에 중점을 두고 테너보다 저음가수들의 비중이 커서 다른 작품에 비해 대중적 인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20년 이상 동안 쓰인 5개의 다른 버전이 있다.

그러나 이 복잡한 대작의 매력에 빠지면 다른 오페라들이 싱겁게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묘한 중독성이 있다. 이전과 달리 〈돈 카를로〉에서는 성악을 보조하는 역할을 했던 오케스트라가 성악과 거의 대등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주제도 단순한 사랑이 아니라, 정치, 종교 등이 복합적으로 내재되어 인물 간의 갈등구조가 아주 복잡하면서 그들의 심리묘사가 한층 뛰어나다.

△제1막 퐁텐블로 숲의 장면 4막 버전에서는 바로 이 퐁텐블로 숲의 장면인 1막이 생략된다. 앙리 2세의 딸인 엘리자베타가 길을 잃어 헤매다가 돈 카를로를 우연히 만나면서 기쁨과 사랑의 감정을 이중창으로 노래한다. 그러나 필리포 2세의 특사인 테발도가 나타나 엘리자베타가 필리포 2세의 청혼을 수락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녀는 전쟁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그의 청혼을 거부하지 못하고 받아들인다.

△제2막 제1장 스페인 산 후스트 수도원 4막 버전의 경우 사제의 노래가 끝나자마자 카를로의 아리아가 등장한다. 5막 버전은 첫 부분이 카를로의 아리아이다. 이어 로드리고 후작이 등장하자 카를로는 엘리자베타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고백한다. 로드리고는 필리포 2세에게 요청하여 카를로가 플랑드르로 가는 것을 권유한다. 카를로와 로드리고의 대화 도중 필리포 2세와 엘리자베타가 수도원에 들어온다. 필리포 2세는 수도원에서 아들의 모습을 보자 의심스러운 시선을 던진다.

제2장 수도원 인접 정원 첫 장면에 에볼리 공녀가 `베일의 노래'를 한 후 로드리고가 엘리자베타를 알현하면서 카를로의 편지를 몰래 전달한다. 카를로가 엘리자베타를 만나면서 아주 심각한 이중창이 시작된다. 카를로가 떠나자마자 필리포 2세가 등장한다. 엘리자베타를 아무도 에스코트하지 않는데 격분한 왕은 프랑스로 돌아갈 것을 명령한다. 이에 엘리자베타는 백작부인을 위로하는 아리아를 부른다. 잠시 후 로드리고는 필리포 2세에게 작심하고 직언을 고하면서 이중창을 부른다. 바리톤과 베이스가 주고받는 묵직한 노래는 두 사람의 정치적 이견으로 극적인 갈등이 표출된다.

△제3막 제1장 마드리드 소재 왕비의 정원 카를로는 어둠속에서 베일에 가려진 에볼리 공녀를 엘리자베타로 잘못 알고 사랑을 노래한다. 에볼리는 카를로가 왕비를 사랑하고 있음을 간파한다. 이때 로드리고가 등장하여 이중창이 삼중창으로 이어진다. 카를로는 로드리고를 의심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의지할 사람은 로드리고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제2장 마드리드의 대성당 앞 광장 이교도 화형식 도중 카를로는 플랑드르 대표들과 함께 나타나 왕의 자비를 요청한다. 왕이 격분하자 카를로는 자신을 플랑드르로 보내어 국정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다. 왕이 받아들이지 않자 카를로는 칼을 뽑는다. 호위병들이 아무도 카를로를 제지하지 못하고 왕이 칼을 뽑자 로드리고가 카를로의 칼을 거두게 한다.

△제4막 1장 필리포 2세의 서재 이 오페라를 대표하는 아리아인 필리포 2세의 독백으로 첫 부분을 장식한다. 애절한 첼로 연주로부터 시작되는 이 아리아는 최고의 베이스 아리아이다. 필리포 2세의 독백이 끝난 후 종교재판장 역의 베이스와 베이스의 이중창으로 종교와 정치의 갈등이 잘 묘사되어 있다. 종교재판장은 필리포 2세보다 더 소리가 어둡다. 종교재판장은 카를로를 죽여야 한다고 말하면서 로드리고를 자신에게 넘길 것을 요구한다. 왕은 격분해서 이에 반발하지만 결국 종교재판장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다. 잠시 후 엘리자베타가 왕을 알현하자 왕은 그녀의 보석 상자를 열어서 카를로의 초상화를 보여주면서 엘리자베타를 다그친다. 엘리자베타는 당당하게 원래 카를로와 자신이 약혼한 사이였으며 자신은 결코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왕은 그녀의 말이 너무 방자하다며 폭언을 하자 이에 충격을 받은 엘리자베타는 기절한다. 잠시 후 에볼리는 자신의 모든 잘못을 고백한다. 에볼리가 카를로를 사랑했다는 고백과 함께 자신이 왕의 정부였다는 고백에 엘리자베타는 충격을 받고 당장 떠나라고 명한다.

제4막 제2장 카를로가 갇힌 감옥. 로드리고는 카를로를 찾아와 자신이 대신 반역죄로 죽게 될 것이라며 카를로에게 플랑드르를 부탁하면서 최후의 멋진 아리아를 부른다. 로드리고가 최후를 맞은 후 감옥으로 군중들이 몰려 와 카를로의 석방을 요구한다. 이 혼란의 와중에 에볼리는 가면을 쓰고 등장하여 카를로가 도망치도록 한다. 종교재판장이 등장하여 군중들을 진정시키고 혼란을 수습한다.

△제5막 산 후스트 수도원  엘리자베타가 아리아를 부른 후 카를로가 등장하여 이중창을 노래한다. 잠시 후 필리포 2세와 종교재판장이 등장해서 카를로를 처단하려고 하자 갑자기 무덤에서 샤를 5세가 카를로를 끌어 들이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도이치오페라, 호세 카레라스(돈 카를로), 갸우로프(필리포2세), 피에로 카푸칠리(로드리고), 미렐라 프레니(엘리자베스)(EMI, 1978);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지휘), 코벤트가든 로열오페라, 플라치도 도밍고(돈 카를로), 세릴 밀른즈(필리포2세), 몽세야 카바예(엘리자베스);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라스칼라오페라, 플라치도 도밍고(돈 카를로), 루체로 라이몬디(필리포2세), 카티아 리치아렐리(엘리자베스)(DG,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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