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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홀스트 행성 모음곡 작품 32
구스타프 홀스트 행성 모음곡 작품 32
  • 의사신문
  • 승인 2009.09.2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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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우주를 관현악으로 표현


`행성'은 구스타프 홀스트의 나이 40세에 작곡한 첫 번째 대규모 편성의 관현악 작품이다. 다채로운 관현악법을 구사하여 신비롭고 무한한 우주를 그렸다. `행성'을 작곡하기 전까지 그는 인도철학에 심취해 있었다. 산스크리트어까지 공부하여 그것을 자신의 오페라에 반영할 정도로 깊이 빠져 있었다. 당시 알제리에서 휴가를 보내며 들었던 동양적인 선율은 영국인의 귀에 익숙하지 않은 음악의 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했다.

1913년 친구로부터 점성술에 대해 들은 그는 각 행성을 통해 점성술적인 분위기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여러 행성들과 연관된 이러한 점성술적인 이야기는 그의 음악적 표현을 빌려 7곡이 탄생되었다. 특히 전쟁의 신을 나타내는 `화성' 제1곡은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에 완성되어 그의 예언적인 작곡이 주목받기도 했다. 1916년, 3년여의 작업 끝에 완성한 이 작품은 곡의 순서가 천문학적인 배열이 아니라 점성술에 의거한 배열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화성, 금성, 수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순이다. 작곡 당시 점성술가 알렌 레오의 저서 `천궁도란 무엇인가?'에서 많은 것을 인용하였는데 특히 화성과 해왕성의 부제는 이 책에서 그대로 따온 것이다.

홀스트는 스웨덴계 영국작곡가로 주목받는 몇몇 작품들이 있지만 그래도 가장 유명한 작품은 바로 `행성'이다. 이 작품 하나로 그는 20세기에 활동한 작곡가 중 가장 주목받는 관현악 작곡법을 시도한 사람이 되었다. 그는 음악교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음악가의 길을 걸었다. 왕립음악대학을 나와 28년 동안 여학교에서 음악선생을 지냈으며, 4년 동안 왕립음악대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제1곡 화성, 전쟁의 신 Allegro _ 집요하게 되풀이되는 당당한 리듬과 성격이 서로 다른 세 개의 주제를 바탕으로 화려하게 전개되는 호쾌한 곡이다. 성난 파도처럼 밀어닥치는 클라이맥스에서는 강렬한 리듬의 연타 후에 천둥 같은 요란한 소리로 끝마친다.

제2곡 금성, 평화의 신 Adagio-Andante-Animato-Tempo _ 평화롭고 온화함이 어우러진 우아한 곡이다. 제1곡과는 현저한 대조를 이룬다. 호른 외의 금관악기는 침묵을 지키면서 여린 음으로 연주된다. 첼레스타의 맑은 아르페지오가 섬세한 물결을 부각시키면서 현란한 현의 비상을 감지할 수 있다.

제3곡 수성, 날개달린 사신 Vivace _ 날개달린 사신이 회오리치듯 하늘을 나르며 종을 울리고 소식을 전한다. 기발한 동기와 산뜻한 주제로 론도 풍의 경쾌하고 익살스러운 곡이다.

제4곡 목성, 환희의 신 Allegro giocoso-Andante maestoso-Tempo I- Maestoso-Lento maestoso-Presto _ 7곡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구성의 변화가 다채로운 곡으로 곳곳에 환희가 충만하다. 호른이 주동적인 구실을 한다.

제5곡 토성, 노년의 신 Adagio-Andante _ 노년의 쇠약과 절망을 암시하는 우울하고 공허한 선율이 신음하듯이 연주된다. 다시 한 번 힘을 내어 일어서지만 나이는 어쩔 수 없는 듯, 조용히 유언을 남기고 종소리와 함께 평화스럽게 사라진다.

제6곡 천왕성, 마술의 신 Allegro-Lento-Allegro-Largo _ 이상한 동기와 주제를 계속해서 드러내어 교묘한 관현악의 수법을 구사하고 있다. 중간에 뒤카의 `마법사의 제자' 선율이 나타나며 마술적인 분위기를 한껏 자아낸다.

제7곡 해왕성, 신비의 신 Andante-Allegretto _ 신비스러운 선율이 하프, 현, 첼레스타에 실려 그윽한 주제를 나타내고 멀리서 들려오는 가사없는 여성합창은 신비감을 더해 준다. 오묘한 무한의 노래를 부르면서 사라져가는 여성합창은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를 떠나 미지의 세계로 향해 펼쳐지는 끝없는 우주를 생각하게 한다.

■들을만한 음반 :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DG, 1981); 아드리안 볼트(지휘), 런던 필(EMI, 1978); 유진 오먼디(지휘), 필라델피아교향악단(RCA, 1975); 샤를 뒤투아(지휘), 몬트리올 교향악단(EMI, 1966); 앙드레 프레빈(지휘), 런던 심포니(EMI, 1973)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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