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이름 짓기
차 이름 짓기
  • 의사신문
  • 승인 2009.09.2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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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이름ㆍ라틴어 등 활용 차명 짓기에 고심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는 설계를 시작하기 전 이름짓기부터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지어진 이름은 발표때까지 극비로 붙여진다. 이미 좋은 이름들이 선점되어 있어서 새로 지은 이름을 빼앗길까 걱정이 되어서다. 그리고 발표때까지 이름을 잘 지키더라도 새로 지은 이름이 기존의 차종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소송에 걸리지 말라는 법이 없다.

차의 이름공간이라는 것이 서로 비슷한 이름으로 가득 차 있어서 새로운 이름을 지어내기 싫으면 이미 문제가 없는 이름의 차종으로 다시 내야하는 형편이다. 어떤 세그멘트의 차종이 몇 대에 걸쳐 장수하는 경우라면 그 차종이 아주 성공적이거나 아니면 차의 이름을 짓기가 어려워서 비슷한 이름으로 통합되는 경우가 있다.

현대의 엘란트라도 아반떼라는 이름을 수출모델에 사용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었다. 아반떼(Avant)라는 이름은 앞서 간다는 뜻을 가지고 있고 좋은 이름이다. 전진이나 발진이라는 의미다. 그러니 비슷한 이름은 많았다. 아반떼는 이미 아우디가 사용하는 avant와 너무 이름이 비슷하여 사용이 불가능하고 그나마 수출명으로 사용하는 엘란트라마저 로터스의 엘란과 비슷하여 문제를 빚은 적이 있다. 아마 앞으로도 이름공간의 문제는 계속 골치 거리일 것이다.

어떤 회사는 급수와 배기량을 포함하는 숫자를 사용하지만 차종이 다양한 경우에는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이름공간이 숫자로 가득 차서 7741, 6678 이런 식으로 되어버릴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사람들이 기억조차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전문가들조차 차종을 잘 모르는 일본의 회사들은 온갖 이름을 다 가져다 붙였다. 영어를 사용하기도 하고 근사한 라틴어나 프랑스나 이태리 단어들을 섞기도 한다.

토요타의 차 명명법은 기묘했다. 왕관이나 별자리와 상관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토요타의 크라운(crown)은 말 그대로 왕관이다. 그리고 camry라는 이름은 왕관을 의미하는 카무리(kamuri)라는 일본어가 영어화한 것이다. 코롤라 역시 왕관이라는 의미의 라틴어다. 이들은 모두 대표차종이다. 크라운과 캠리는 초 장수 모델이며 코롤라는 지난번에 적은 것 같이 최고의 판매량을 자랑한다. 이렇게 왕관이라는 이름을 차종에 집요하게 붙이는 회사는 달리 없을 것 같다.

왕관 말고는 별 이름도 사용했다. 별은 많으니 이름을 붙이기는 조금 더 쉬웠을 것 같은데 별자리의 이름을 사용하는 회사들이 많아서 이 이름공간도 곧 부족해지고 말았다. 나이든 독자분들이 기억할 퍼블리카의 새로운 버전은 작은별이라는 의미의 starlet이었고 solara라는 차도 있었다. solrara는 solar 태양과 관련이 있다. 셀리카(cellica)는 하늘의 또는 천상의 라는 의미의 coellica에서 조금 영어식으로 도출해 냈다. 발음하기 쉽고 의미가 좋은 라틴어들을 발굴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갈 정도다.

그에 비하면 다른 이름은 조금 더 평이하다. 최근에는 별자리와 왕관 말고도 색다른 명명법을 만들었다. 따로 라틴어 작명가를 두었다고 의심할 정도다. 코롤라만큼 잘 팔리는 프리우스(prius)의 라틴어 원형은 prior라는 뜻이다. 앞서가는 또는 선구적인 이라는 의미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tercel은 1/3이라는 라틴어이다. supra는 super의 라틴어식 표현이다. 영화제목과 비슷한 matrix라는 차종도 있다.

렉서스가 나오면서 이름공간의 복잡성은 조금 더 심해졌다. GS모델은 토요타의 아리스토(aristo)라는 모델에서 나왔는데 이것은 크라운의 변종이다. 셀시오라는 이름과 소아라는 마구 혼동스러운 라인업을 구축하며 혼동을 더했다.

토요타의 라인업은 다른 일본차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복잡하다. 이름짓기는 혼선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수출모델만 이 정도이고 일본의 내수 모델은 더 복잡한 계보도를 만들어낸다. 경쟁하는 다른 차종의 이름들도 매우 많아서 마이너 기종들은 전문가들도 잘 모른다고 한다.

이런 사실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많은 다양성이 나오고 있다는 증거다. 대단한 에너지다. 일본차 전체로 보면 더 다양하다. 모델이 너무 많은 것이 부실한 관리라고 혹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이름을 놓고 혼동하는 사람은 없다. 아반떼는 부동의 아반떼이고 SM3로 딱지를 바꾸어 붙인 르노 ‘라구나’가 이 아성을 위협하는 정도의 시장이다.

이 글을 적고 있는 도중에 문자가 날아왔다. 토요타는 금년 10월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한다. 캠리와 프리우스 RAV4가 먼저 팔릴 것이라고 한다. 너무 적은 종류다.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이고 소나타와 그랜저와 경합할 캠리는 3000만원대 후반으로 가격책정이 되었다고 한다. 국내에서 얼마나 팔릴지는 알 수 없지만 필자는 일단 시승 요청을 해놓았다. 전설적으로 팔린 차종의 신 버전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만약 엔화가 더 떨어진다면 일본차들은 계속 오르고 있는 국산차들과 비슷하거나 조금 밖에 비싸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소비자들의 선택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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