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22:50 (목)
쥘 에밀 마스네 오페라 〈베르테르〉 
쥘 에밀 마스네 오페라 〈베르테르〉 
  • 의사신문
  • 승인 2015.09.21 0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클래식 이야기 〈326〉 

■젊은 시인을 위한 레퀴엠

1722년 5월 괴테가 베츨라르에 있는 궁정고등법원에서 법률 행정원으로 일을 시작했을 당시 그의 나이는 채 23세가 되지 않았다. 그해 6월 한 무도회에서 그는 2년 뒤 출판될 자신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영감을 제공해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날 밤 괴테는 `샤를로테 부프'라는 젊은 여인을 만나자 마자 사랑에 빠졌는데, 후일 그녀는 그 무도회에 참가했던 또 다른 젊은 남자 요한 크리스티안 케스트너와 결혼하게 된다.

또 그 장소에는 괴테의 친구인 칼 빌헬름 예루살렘도 있었는데 그는 유부녀에 대한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에 그해 가을 권총자살을 하게 된다. 이 인물들과 사건들은 샤를로테에 대한 괴테 자신의 감정과 뒤섞이며 소외된 젊음과 희망 없는 사랑이라는 주제의 전형으로 작품의 소재가 된다.

괴테 사후 1세기가 지나 그의 작품들은 당대를 대표하는 두 오페라의 소재가 되는데, 샤를 구노의 〈파우스트〉와 암브로지에 토마의 〈마농〉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토마의 제자인 마스네는 〈마농〉에 이어 〈베르테르〉를 탄생시키게 된다. 마스네는 에도아르드 블뢰, 폴 밀리에, 조르주 아르트망과 함께 프랑스어 대본을 완성한다. 이 작품은 그의 또 다른 작품 〈마농〉, 〈타이스〉와 함께 19세기 말 프랑스 오페라의 전형인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작품은 1887년 완성되어 1892년 2월 빈 궁정 가극장에서 독일어로 초연되었다. 프랑스어로 초연된 것은 이듬해 사라 베르나르 극장에 임시로 옮겨 온 파리 오페라 코믹극장에서였다. 원래 계획은 파리에서 초연할 예정이었는데 화재사고로 인해 빈에서 초연이 이루어진 것이다. 마스네의 오페라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거의 타락한 여성들인데, 이 작품은 주인공이 남자인데다 그 상대역이 매우 정숙한 여성이다. 대부분의 오페라에서 여주인공이 비극적으로 죽는 것과 달리, 남자 주인공이 죽는 것, 그리고 여주인공이 메조 소프라노라는 등 그만의 독특한 매력을 지닌 오페라이다.

이 작품은 한 운명적인 시인의 중심적인 성격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샤를로테의 성격을 보다 발전시켜 베르테르와 거의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였고, 음악의 서정성과 아름다운 섬세함으로 마스네는 괴테 소설 속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상기시키고 있다.

〈베르테르〉는 진혼곡(레퀴엠)의 `눈물의 날'(라크리모사)에 비견할 만한 `젊은 시인을 위한 레퀴엠'으로서 천상의 낙원에서 끝을 맺는다. 평론가 크리스토프 기리스티는 “이 오페라에는 논쟁적인 한 가지 주제가 관통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눈물의 주제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베르테르가 부르는 “내 모든 것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일반 오페라적인 눈물이 호소하는 절규와는 거리가 멀다. 이 눈물은 샤를로테의 대사인 `인내심 있는 물방울'처럼 한 방울씩 천천히, 그리고 무정하게 흘러내린다. 제4막에서 샤를로테가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는 동안 주체할 수 없이 흘리는 눈물은 베르테르가 그녀에게 바란 최고의 희생이기도 하다. 결국 마지막에 피에 젖은 베르테르 앞에서도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베르테르는 이 마지막 눈물을 거부한다. 불멸의 휴식을 앞둔 그는 자유롭고 행복할 뿐 이다. 바로 마지막에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마치 하늘로부터 들려오는 듯 은총의 시간이 다가옴을 알린다.

결국 죽음만이 그들을 굴레에서 풀어주어 그토록 숨막히게 해왔던 사랑으로부터 무한한 자유를 얻을 수 있도록 허락했던 것이다.

△제1막 샤를로테의 집 정원 전주곡에 이어서 막이 오르면 샤를로테의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캐롤을 가르쳐 주고 있다. 아버지의 친구들과 소피 등이 등장해서 대화를 하고 나가자 베르테르가 농부의 안내로 등장해서 전원의 아름다움을 찬양한다. 그때 샤를로테가 무도회 의상을 입고 등장해서 동생들의 점심을 차려준다. 이에 감동한 베르테르는 `오, 사랑과 순정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그런 후 그녀와 함께 무도회에 간다. 곧 밤이 되고 `달빛'이 연주되면서 샤를로테와 베르테르가 집으로 돌아오자, 베르테르는 그녀에게 열렬한 사랑을 고백한다. 그러나 이미 어머니의 뜻에 따라 알베르와 약혼한 사이라고 말하자 베르테르는 절망한다.

△제2막 교회 앞 광장 교회에서 목사의 금혼식이 열리고 있다. 결혼 3개월 된 알베르와 샤를로테도 교회로 간다. 이를 본 베르테르는 슬픔을 노래한다. 알베르는 그가 자기 아내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아내를 신뢰하고 있다. 그녀는 베르테르에게 마을을 떠나 달라고 한다.

△제3막 성탄절 알베르 집의 어느 방 샤를로테는 책상에 앉아 베르테르에게서 온 편지를 읽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그에 대한 사랑을 느끼며 슬픈 사랑을 노래한다. 이때 갑자기 베르테르가 나타나 오시앙의 슬픈 사랑의 시 `무엇 때문에 나를 눈뜨게 하는가?'를 격렬하게 부른다. 그녀는 깊은 감동을 받지만 감정을 억누르고 재차 이 마을을 떠나달라고 그에게 간청한다. 베르테르가 나간 뒤 남편이 들어와서 샤를로테의 기분을 눈치 챈다. 이때 누군가 베르테르가 알베르에게 보낸 편지를 가지고 온다. 베르테르가 여행을 떠나기 전 알베르의 권총을 빌리고 싶다는 편지였다. 샤를로테는 편지의 내용이 위중하다는 느낌이 들어 그의 집으로 달려간다.

△제4막 베르테르의 방 샤를로테가 들어와 보니 베르테르는 이미 권총에 치명상을 입고 쓰러져 있다. 그녀로부터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사랑하고 있었다는 말을 들으며 그는 숨을 거두고 그녀도 그 옆에 쓰러진다. 이때 아이들이 부르는 케롤과 교회 종소리가 들려오면서 막을 내린다.

■〈들을 만한 음반〉
플라치도 도밍고(베르테르), 에리나 오브라스초바(샤를로테), 리카르도 샤이(지휘), 쾰른 방송 심포니 오케스트라(DG, 1979)
알프레도 크라우스(베르테르), 타티아나 트로아노스(샤를로테), 미셀 플라송(지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EMI, 1978)
니콜라이 게다(베르테르), 빅토리아 로스 앙헬레스(샤를로테), 죠지 프레트르(지휘), 파리 오케스트라(EMI, 1968)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