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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하르트 바그너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리하르트 바그너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 의사신문
  • 승인 2015.09.1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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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25〉

■무한선율을 통해 관능적인 사랑의 도취를 표현

“지금껏 저는 진정한 사랑의 행복을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에 가장 아름다운 꿈 위에 이 작품을 높이 올리고자합니다… 제 머릿속에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구상이 가득 차 있습니다. 가장 단순하지만 동시에 가장 강렬한 정수로 가득 찬 악상입니다. 그리고 저는 마지막 장면에 휘날리는 검은 깃발로 몸을 두르고 죽음을 기다릴 것입니다” 마틸데에게 보내는 편지에서처럼 바그너는 사랑의 행복이 샘처럼 솟아나는 작품을 만들고자 하였다.

취리히에서 망명생활을 하던 바그너는 실업가인 오토 베젠동크를 만나 그의 저택 근처 집에서 거처하면서 <라인의 황금>과 <발퀴레> 등을 작곡하게 된다. 베젠동크의 젊은 후처 마틸데가 음악과 문학을 바그너에게 배우게 되면서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풍부한 감수성과 뛰어난 문화적 소양을 지닌 마틸데는 영혼을 바칠 정도로 바그너에게 깊이 빠져있었다. 바그너는 <트리스탄과 이졸데> 속에서 마틸데를 이졸데로, 자신을 트리스탄에 비유하였다. 1859년 스위스 루체른에서 총보를 완성한 바그너는 1865년 루트비히 2세의 지원을 받아 뮌헨에서 초연하였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중세 독일시인 고트프리트 폰 슈트라스부르크의 서사시다. 그러나 바그너의 작품은 원작과는 완전히 다르다. 오직 주인공 두 사람의 내면세계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극의 전개는 극히 간단하며 등장인물도 적고 무대 장치도 단순 처리되어 있다. 대사 대부분은 사랑의 언어이며, 음악도 애욕의 감정 그 자체의 표현이다. 시트라스부르크의 시에서는 사랑을 약의 힘으로 돌리고 있지만, 바그너는 약을 마시기 전 이미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있었음을 강조한다.

작품의 줄거리는 전개되지 않고 그들의 운명에 개입하지 않는다. 사건의 변화는 등장인물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오케스트라는 등장인물과 상황의 극적인 표현을 도와주고 있다. 제3막 전주곡에서 오케스트라 반주가 없는 잉글리시 호른의 긴 독주는 슬프고 비탄에 잠긴 트리스탄의 모습을 나타내며, 독백을 하는 동안 오케스트라에 의해 더욱 발전된다. 클라리넷은 트리스탄의 배반을 덮어주려는 마르케 왕의 고통스런 고민을 표현하고 오보에는 이졸데와 연결되어 있다. 바그너는 이 오페라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도취를 표현하기 위해 실과 실이 엮여 천을 짜듯 선율은 조성을 잃을 정도로 쉴 사이 없이 얽히고 부풀어 오르면서 무한선율을 통해 관능적인 쾌락과 황홀의 극치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제1막 트리스탄의 배 갑판 아일랜드 공주 이졸데는 콘월의 마르케 왕의 조카인 기사 트리스탄을 따라 바다를 건너고 있다. 제1장 이졸데는 지금은 과거 자신의 사촌오빠이자 약혼자인 모롤드를 살해한 트리스탄을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이젠 마르케 왕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음을 탄식하고 있다. 그녀는 답답한 마음에 휘장을 걷으라고 명한다. 제2장 휘장이 걷히자 이졸데는 배의 키 앞에 서 있는 트리스탄을 바라보며 시중을 들라고 명령하자 트리스탄은 공주의 부름이지만 키는 놓을 수 없다고 정중하게 거절한다. 브랑게네가 왕비 이졸데의 명령이라고 하면서 재촉하자 곁에 있던 쿠르베날이 트리스탄의 무용을 칭송하는 노래를 부르고 선원들도 힘차게 화답한다. 제3장 다시 휘장이 쳐지자 이졸데는 화가 나서 브랑게네에게 과거 트리스탄이 자기의 원수임을 알았으나 치료해서 돌려보낸 적이 있었는데 은혜를 저버리고 자기를 왕에게 바치려 한다며 트리스탄을 저주한다.

브랑게네는 이졸데의 어머니가 준 사랑의 묘약으로 마르케 왕의 사랑을 얻을 수 있다고 위로한다. 선원들이 배의 도착을 알린다. 제4장 쿠르베날이 하선 준비를 하자 이졸데는 트리스탄이 먼저 사죄하지 않으면 내리지 않겠다고 한다. 이졸데는 브랑게네에게 독약을 준비시키면서 이별을 고한다. 제5장 트리스탄이 들어오자 이졸데는 두려움 속에서 그를 바라본다. 오랫동안 침묵이 흐른다. 이졸데가 약혼자의 복수 때문에 그를 용서할 수 없다고 하자, 트리스탄은 칼을 주며 자기를 죽이라고 말한다. 이졸데는 브랑게네에게 독약을 가져오게 하자 트리스탄은 이졸데의 손에서 잔을 잡아채고 다 마시려 하는데, 이졸데가 다시 잔을 빼앗아 나머지 반을 마신다. 그들은 죽음을 예감하였으나 뜻밖에도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고 깊은 포옹을 한다. 육지에서는 나팔소리가 들리고, 선원들은 마르케 왕 만세를 외친다. 이졸데가 무슨 약인지를 묻자 브랑게네는 사랑의 묘약이었다고 답하자 이졸데는 의식을 잃고 트리스탄의 가슴에 쓰러진다.

제2막 콘월의 마르케 왕궁의 이졸데 방 앞 정원 제1장 밤 사냥을 떠난 왕 일행의 멀어지는 뿔피리 소리를 들으며 브랑게네는 오늘밤 사냥은 멜로트의 계략이니 오늘밤만은 트리스탄과 밀회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사랑에 빠진 이졸데는 자신이 직접 횃불을 끄고 트리스탄에게 신호를 보낸다. 제2장 트리스탄이 달려와 이졸데와 격렬하게 포옹하며 영원한 밤과 죽음을 칭송하고 이대로 죽기를 소망하면서 이중창 ‘사랑의 죽음’으로 오르가즘의 순간을 표현하고 있다. 제3장 이때 쿠르베날이 위험을 고하고 마르케 왕과 멜로트가 들어와 두 연인들을 보고는 놀란다. 믿었던 조카에게 배신당한 왕은 깊은 슬픔에 잠겨 괴로워한다. 화가 난 멜로트가 트리스탄에게 덤벼들자 그는 칼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는다.

제3막 브르타뉴 카레올에 트리스탄의 성 제1장 양치기 피리소리에 나무그늘 아래 잠들어 있던 트리스탄이 깨어난다. 쿠르베날은 트리스탄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이졸데에게 사람을 보냈다고 말한다. 트리스탄은 이졸데를 태운 배가 접근해 오는 환각에 사로잡혀 고통을 호소하면서 실신한다. 이때 양치기의 피리 소리가 들려오자 쿠르베날은 망대에 올라가 이졸데의 배를 확인하고 항구로 달려간다. 제2장 트리스탄이 기쁨에 넘쳐 노래하며 힘들게 일어나자 이졸데가 트리스탄을 부르며 들어온다.

트리스탄은 마지막 힘을 다해 이졸데에게 다가가 그녀를 끌어안으며 “이졸데”라고 외치며 숨을 거둔다. 이졸데는 트리스탄을 붙들고 절규하다가 그의 위에 쓰러진다. 제3장 마르케 왕의 일행이 밖에서 성문을 열라고 소리친다. 적의 습격으로 오해한 쿠르베날은 멜로트를 찔러 죽이고 마르케 왕의 병사들과 싸우다 트리스탄의 곁에서 죽는다. 그러나 왕은 브랑게네의 고백을 듣고 조카와 아내 사이를 용서하고 두 사람을 맺어주려고 찾아온 것이었다. 브랑게네가 이졸데를 품에 안아 일으킨다. 트리스탄의 입김이 노래가 되어 세상에 가득 찬 거룩한 음악의 파도 속에 빠져들면서 서서히 막이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볼프강 빈트가센(트리스탄), 브리기트 닐슨(이졸데), 칼 뵘(지휘),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페라(DG, 1966); 존 비커스(트리스탄), 헬가 테르네슈(이졸데),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EMI, 1971); 르네 콜로(탄호이저), 마가렛 프라이스(이졸데), 카를로스 클라이버(지휘), 드레스덴 슈타카펠레(DG,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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