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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를 거쳐 돌로미테까지 〈하〉
볼로냐를 거쳐 돌로미테까지 〈하〉
  • 의사신문
  • 승인 2015.09.0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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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인 호(서울시의사회 고문)

2천년 담긴 로마 유적과 돌로미테 절경에 `감탄'

 

아레나 원형극장 오페라.

높은 용마루와 지붕들로 쌓인 도심의 `포르티코' 회랑은 구시가 전역을 릴레이 하는데 제노바의 2.1km `스트라데 누오베' 회랑보다 훨신 장엄하게 이어져 있었다. 비 눈, 햇빛을 피하며 보행할 수 있도록 서민 생활의 편의 위주의 도로 설계는 노블리스 오블리주 당시 행정의 단면을 보여 주었다. 마침 산페트로니움 성당과 코무날레 궁전(현 시청) 앞 마조레 광장에서 더위 가신 별빛 찬란한 한밤에 `이브 몽땅' 주연의 영화를 공개상영 하였다. 1000여 명이 넘는 관람객들 틈에 앉아 잘 보존된 중세도시에 진취적인 현대인과 조화된 독특한 분위기를 맛보면서 일면 부럽기도 했다.

쥬리엣 동상에서 기념사진.

이제 이태리 북동부 아드리아 해안과 아디제 강, 가르다 호수를 품은 `베네토'주로 이동 `베로나'로 갔다.

베네치아 주도 다음으로 큰 부유하면서도 매혹적인 베로나는 기원전 1세기에 세워진 로마노 극장, 아레나 원형경기장과 고풍스런 로마 유적 건물들이 예술적 하모니를 잘 이루고 있었다. 3만 명을 수용한다는 로마 건축술의 정교함과 웅장함이 12세기 지진에도 잘 버텨주었다.

고대 검투사, 수상경기, 18세기에는 연극과 오페라, 1913년 주제페 베르디의 `아이다'를 공연하여 압도적인 성공을 이뤄 그 면모를 과시하고 지금도 오페라 공연 스케줄이 차 있었다. 2천 년의 세월이 지난 유적지 내부를 보려는 방문객이 장사진을 치고 있는데, 그 역사의 일부가 된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는 여정에 나는 외관만 몇 차례나 되돌아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베네토의 날개 달린 사자 탑과 분수로 알려진 구시가의 중심 에르베 광장에는 과일 꽃 관광 상품 노점상들이 빽빽하게 들어 차 있고, 그 길목에 `줄리엣의 집'(Casa di Jiulietta) 명소가 자리하고 있다. 셰익스피어가 이곳을 방문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으나 세기의 슬픈 러브스토리로 묘사된 입구부터 연인들의 사랑 메모 낙서로 가득했다. 집 발코니와 줄리엣의 검은 동상 젖가슴을 누구나 기념촬영하며 어루만져 하얗게 바랬지만 베로나기념의 추억으로 충분했다.

이태리 역사의 유적과 도시를 뒤로하고 우리는 알프스 동남부 `위대한 자연 그 자체'라는 로고의 `트렌티노 알토 아디제'주에 들어섰다.
 

돌로미테 트래킹하는 필자.
야생화 핀 돌로미테 정상.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양국의 접경지로 `돌로미테'(The Dolomites)라는 명칭 하나만으로 이미 경이로움과 환상적인 풍경을 대변한다. 숙소인 1750m 해발의 미수리나 호수 호텔의 아침은 섭씨 5도로 싸늘했지만 크리스탈처럼 투명한 호수변을 따라 아내와의 새벽 산책은 한 여름의 압권이었다.

호수 건너편 소라피스 산과 카디니 산 정상의 회색빛 암벽이 아침 햇살에 설원처럼 반사되고, 물안개가 춤추듯 수면을 가르는 정경과 청정한 공기의 명료함은 아마 두고두고 뇌리에 남아 있으리라. 휴(休)한다면 꼭 다시 찾으리라 다짐하며 2333m 아우론조 산장을 거쳐 2999m `치마 그란데' 암벽 세봉우리 트래킹에 나섰다.

전 세계 암벽 크라이머들의 성지며 봉우리까지 직벽만 1000m, 그 전면을 보려 우회하여 트래킹 했을 때, 전후좌우로 보여진 깊고 가파른 협곡, 보라빛 야생화, 웅장하며 환상적인 정경의 돌로미테! 케이블카 종점 전망대에서 또 트래킹 하면 눈앞에 펼쳐진 또 하나의 목초지 `알페 디 시우지(Alpe di Siusi)' 그 빼어난 경관을 카메라에 담으며 우린 이번 여로가 충분히 보람 있는 역정이었음을 실토하지 않을 수 없다. 하산하며 산장에서 마신 커피 한 잔으로 언젠가 알프스 산맥의 진수를 다시 맛볼 것을 다짐하였다.

돌로미테 둘러보기를 마치고 취리히로 가는 길목에 우리는 남부 티롤 브릭손(Brixen)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남독일과 인접하여 로마를 방문하는 신성 로마 황제들이 꼭 들려야 했던 브레사쉬트라세는 반쯤은 독일인으로 마침 와인 축제로 온 마을 주민이 저녁노을 거리를 가득 메워 우리들도 그 틈새에서 마무리 여행의 추억을 쌓았다.

고산의 야생화.

눈앞에 어른거리는 8일간의 이태리 북부 여행은 역사와 자연을 더불어 새긴 일정이었고, 드라이브 도중에 `산타루치아'를 합창하며 잠깐이나마 베네치아인이 된 듯한 마음으로 여행자의 고독을 서로 달랠 수 있었던 것은 사랑의 여행사 천행조 이사와 가이드 권정호 씨 그리고 권평중 원장님의 디테일한 테마 선정과 깊은 배려였음에 깊은 감사의 뜻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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