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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고인돌 공원
고창 고인돌 공원
  • 의사신문
  • 승인 2015.08.3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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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 있는 정담 〈141〉

고창 고인돌공원의 고인돌 중 나란히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 이 두 기의 고인돌은 그 크기가 두드러지게 커서 그 위엄이 압도적이다.
고창에 또 다녀왔습니다. 이번 방문이 다섯 번째입니다. 지난해엔 이른 봄 선운사 동백꽃과 미당기념관을 보러 왔었고 한 여름엔 선운사에서 도솔암으로 거쳐 낙조대까지 선운산의 푸른 산길을 걸었습니다. 가을이 시작될 무렵엔 꽃무릇의 붉은 색을 눈에 가득 담았습니다.

올해엔 늦은 봄 선운산의 신록을 보고 고창읍성과 무장읍성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여름 더위가 시작될 무렵 고인돌공원과 운곡습지를 보았습니다. 아직 선운산의 타오르는 단풍과 미당이 잠들어 있는 묘소 주위에 가득 피어난 국화와 한 겨울의 눈 덮인 선운산 풍경을 더 보아야 합니다.

고인돌공원과 운곡습지는 자연환경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평온한 마음으로 하루쯤 보내기에 좋은 곳입니다. 두 곳을 다 살펴보려면 다리품을 팔아야 하니 물과 먹을거리까지 충분히 준비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고인돌 공원 입구엔 주차장과 기타 편의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선사시대에 관해 관심이 있다면 고인돌박물관도 살펴볼 만합니다. 고인돌이 자리한 야산까지의 거리는 거의 1Km쯤 되고 고인돌이 분포한 지역도 꽤 넓어서 어린이가 걸어서 갔다 오기엔 부담스러운 거리입니다. 고인돌공원 입구엔 모로모로탐방열차가 있습니다. 이 바퀴달린 열차를 이용하면 40여 분동안 편안히 앉아서 고인돌을 돌아보고 올 수 있습니다.

고인돌들은 야트막한 야산에 동서로 길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많은 고인돌들이 군락지를 이룬 왼쪽은 20여 년 전만 해도 논이었고 밭이었습니다.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쓰기 위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커다란 돌덩이들을 피해 논둑과 밭둑을 내고 땅을 일구었습니다. 이곳은 물이 많은 지형이라 어찌해 볼 수 없는 저 돌덩이들만 아니라면 가뭄 걱정 없이 농사지을 수 있는 옥토였습니다.

지금은 논도 없고 밭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그 돌덩이들을 보러 왔다가 갑니다. 447기나 되는 돌덩이들의 주변 흙을 정리하면서 묻혀있던 부분이 드러난 온전한 고인돌의 모습을 보며 그 옛날, 옛날이라고 말하기조차 까마득한 그 때 어떻게 저 큰 무게를 감당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희생은 여전한 듯합니다.

언제인가부터 이 고인돌 공원 가득 꽃무릇을 비롯해 각종 꽃을 심었다고 합니다. 9월 중순이면 사람들은 고인돌 주변으로 온통 붉게 피어난 꽃을 보고 감탄할 것입니다. 오랫동안 이곳에서 벼를 심고 콩을 심었던 농민들은 여전히 아쉬운 마음으로 바라보겠지요.

오른쪽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산자락 아래 고인돌이 더러 보입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엄청난 크기의 고인돌을 마주합니다. 지금의 대형 장비로도 옮기기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온전히 사람의 힘으로만 자르고 옮겼다고 믿기엔 벅찬 크기입니다. 이곳의 커다란 고인돌 두 기는 마치 주변에 있는 다른 작은 고인돌들의 앞에 서서 남쪽으로 펼쳐진 너른 들을 지키고 있는 듯합니다.

주변의 오래된 뽕나무와 감나무 복숭아나무 몇 그루가 이곳에도 사람이 살았던 곳임을 알려줍니다. 실향민이 된 그들은 이미 어디선가 새로운 고향을 만들고 있을 것입니다. 다시 발길을 돌려 또 다른 실향민들의 흔적이 남은 운곡습지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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