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08:43 (금)
움베르토 조르다노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 
움베르토 조르다노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 
  • 의사신문
  • 승인 2015.08.24 1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클래식 이야기 〈322〉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혁명 시인 셰니에

이 오페라의 주인공 셰니에는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 때 실존했던 인물이다. 프랑스 외교관 아버지와 그리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시절부터 일찍이 시에 재능을 보이기 시작했다. 훗날 그는 프랑스 낭만주의 시운동의 선구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1788년부터 약 2년간 셰니에가 런던주재 프랑스 대사관에서 근무 후 파리로 돌아올 무렵 프랑스 혁명이 시작되고 있었다.

처음에 셰니에는 혁명정부를 열광적으로 지지했지만, 점차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가 시작되면서 그에 반대해 당시 신문과 혁명클럽에서 로베스피에르에 대해 신랄한 비평을 한다. 결국 혁명정부로부터 반혁명주의자로 낙인이 찍혀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노르망디와 베르사유로 몸을 피하지만, 1794년 파리 외곽 친구 집에서 비밀경찰에 체포되어 생라자르 감옥에 수감된다. 그 안에서 `사랑에 빠진 소녀'와 통렬한 `풍자시'를 탈고하지만 결국 1794년 불과 31세의 젊은 나이에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져버린다. 로베스피에르도 그 당시 권력의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고 셰니에가 처형된 지 불과 3일 후 그의 목도 잘렸다.

오페라에서는 실존했던 안드레아 셰니에의 인간성 및 업적이 잘 그려져 있지만 막달레나와의 목숨을 건 사랑이라든지, 제라르의 존재는 대본 작가 루이지 일리카가 만든 설정이다. 그러나 일리카는 대본의 시적인 아리아와 셰니에라는 타이틀 역에 적합한 캐릭터를 설정함으로써 오페라로서 〈안드레아 셰니에〉의 완성도를 한층 더 높였다. 이 작품의 대본은 일리카가 조르다노의 친구이자 작곡가인 알베르토 프란체티를 위해 썼던 것인데 프란체티가 조르다노에게 양보를 한 것이다. 일리카는 사랑, 질투, 증오, 죽음 등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극도의 다양한 감정들을 교묘하게 표현하는 탁월한 솜씨를 갖고 있어서 푸치니도 높이 평가한 바 있었다.

1867년 조르다노가 태어난 직후 이탈리아 문단과 음악계에는 `베리스모'라 불리는 리얼리즘 운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즉 낭만주의 사극의 주제나 신화를 벗어나 현실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그중에서도 시민 계층의 삶이 소재가 되었다. 출판사 사장 손초뇨는 음악계에서 이 운동을 장려하고자 경연대회를 시작했다. 1888년 마스카니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로 우승하였고 당시 조르다노는 응시자 중 가장 어렸지만 6위라는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그에게 명예를 가져다준 〈안드레아 셰니에〉가 나오기까지는 다시 8년이 필요했다. 1896년 3월 라스칼라 극장에서 당대 최고의 소프라노였던 에베리나 카레라와 테너 주제페 보르가티가 주역을 맡아 초연된다.

△제1막 1789년 어느 겨울 오후 쿠와니 백작 성의 온실 하인들이 만찬을 준비하고 있다. 제라르는 타락한 귀족사회에 대한 분노의 노래를 한다. 이때 백작의 딸 막달레나가 나타난다. 제라르는 그녀를 짝사랑하고 있다. 백작부인이 나타나 만찬준비를 재촉한다. 손님들이 들어오자 백작 부인은 그들에게 왕실의 소식을 묻는다. 수도원장이 제3계급을 언급하자 모두 불안감을 느낀다. 이때 막달레나가 셰니에에게 시를 읊도록 부탁하자 그는 거절한다. 막달레나가 비웃자 셰니에는 성직자와 귀족들을 비난하는 아리아를 노래한다.

이를 듣고 제라르는 감동하고 막달레나는 셰니에에게 용서를 빈다. 밖에서 민중들의 합창소리가 들려온다. 제라르가 빈민들을 불러들어와 머지않아 귀족들은 파멸할 것이라며 제복을 벗어던지고 나간다. 백작부인은 충격을 받고 쓰러지지만 다시 무도회를 계속하자고 말하며 가보트가 연주되면서 막이 내린다.

△제2막 파리의 카페 오토 앞 광장 셰니에가 테이블에 앉아 있고 혁명지도자 마라의 흉상근처에 혁명가 마튀와 코클리트가 있다. 베르시가 창녀의 복장으로 등장하며 노래한다. 그때 친구인 루쉐가 도망가라고 권하지만 셰니에는 거절한다. `희망'이라는 이름의 여성에게서 온 편지 이야기를 한다. 이때 제라르는 밀정에게 자기가 찾고 있는 여성의 모습을 설명하는 아리아를 부른다. 이때 셰니에에게 베르시가 말을 걸며 오늘밤 마라의 흉상 아래 `희망'이라는 이름의 여인이 온다고 알린다. 한밤중 마라의 흉상 앞, 막달레나가 등장해 셰니에에게 보호를 청한다. 그때 제라르일당이 나타나 막달레나를 체포하자 결투 끝에 셰니에가 제라르에게 상처를 입힌다. 제라르는 상대가 셰니에임을 알자 처형 명단에 그의 이름이 있으니 도망치라고 말한다.

△제3막 혁명재판소 제라르가 혁명기부금 모금연설을 하고 있다. 이때 밀정이 셰니에가 체포되었다고 알린다. 제라르는 셰니에에 대한 고발장을 만든 뒤 서명한다. 서기관에게 고발장을 건네주자 막달레나가 나타난다. 그녀는 셰니에를 구하고자 하인이었던 제라르에게 부탁하러 온 것이다. 제라르는 그녀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셰니에를 체포했다며 자신의 사랑을 고백한다. 하지만 막달레나는 셰니에에 대한 사랑이 그녀를 지켜주었다고 말한다. 제라르는 셰니에에 대한 그녀의 숭고한 사랑에 감동되어 셰니에를 구출할 결심을 한다. 재판이 시작되고 죄수들이 끌려나오자 셰니에에게 군중들은 `배반자'라고 소리친다. 셰니에는 조국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고 제라르가 고발장은 거짓이라고 말하지만 재판장은 셰니에에게 사형 판결을 내린다.

△제4막 한밤중 생 라자르 감옥 죽음을 앞둔 셰니에가 비장한 마음을 노래한다. 제라르가 막달레나를 데려와서 셰니에를 면회시킨다. 그녀는 간수에게 돈을 주며 어느 여자사형수와 자기를 바꿔달라고 부탁한다. 제라르는 셰니에를 살리기 위해 마지막으로 로베스피에르를 찾아간다. 막달레나는 셰니에에게 같이 죽을 수 있게 되었다며 영원한 사랑을 노래한다. 날이 밝자 북소리와 함께 사형수 호송마차가 도착한다. 막달레나도 셰니에와 함께 호송마차에 오른다.

■들을 만한 음반 : 루치아노 파바로티(세니예), 몽세야 카바예(막달레나), 레오 누치(제라르), 리카르도 샤이(지휘), 내셔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ecca, 1982); 플라치도 도밍고(세니예), 레나타 스코토(막달레나), 세른 밀른스(제라르), 제임스 레바인(지휘), 내셔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RCA, 1976); 마리아 델 모나코(세니예), 레나타 테발디(막달레나), 에토레 바스티아니(제라르), 쟈나드리아 가바체니(지휘), 로마 산타 체칠리아음악원 오케스트라(Decca,1957)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