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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사산악회, 월출산에 올라 〈상〉
서울시의사산악회, 월출산에 올라 〈상〉
  • 의사신문
  • 승인 2015.08.1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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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종 욱 마포·양이비인후과의원

지상 120m 높이 구름다리 건너 `나홀로 산행' 시작

서울시의사산악회(서의산)에서는 지난 2003년 일본의 북알프스 등반을 시작으로 해마다 해외 산행을 한다.

금년에는 불탄절 연휴를 이용해, 5월24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일본 홋카이도에 있는 리시리다케 등반을 한다고 한다.

작년 해외 산행시 아버님 기일과 겹쳐 해외 산행을 동행하지 못한 나는 금년에는 의무적으로 해외 산행에 동참 하려고 했으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못 가게 됐다. 아쉬운 마음에 해외산행 출발 당일에 오산(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종주를 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30도 가까운 무더운 날씨에 15시간이라는 힘들고 긴 산행을 하고 나니 다음 날인 부처님 오신 날에는 불교의 나라 태국의 수도 방콕(?)에 있게 됐다. 오랜만에 휴일에 방콕에 있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고, 일본에서 즐겁게 보내고 있을 서의산 동료들을 생각하니 부럽기도 하고 샘도 나서, 나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일단 토요일에 휴가를 내어 지리산 종주를 할까, 설악산을 가볼까 고민하다가 남도 땅에 있는 영암 월출산과 광주 무등산을 등반하기로 결정했다.

KTX 호남선이 광주 송정까지 개통됐다고 하여 기쁜 마음에 서울로 올라오는 열차표를 예매하고, 내려가는 것은 금요일 심야고속 버스를 이용하여 목포로 가기로 했다.

출발 당일이 되니 일기 예보에 토요일 비가 온다고 하여 우중산행 하기가 싫어 일정을 바꿔 토요일 10시30분에 서울을 출발, 영암으로 가서 다음날 월출산을 등반하기로 계획을 바꾸었다.

토요일 시간에 맞추어 고속버스터미날에 간다. 실로 오랜만에 고속버스터미날에서 고속버스를 타본다. 4시간20분만에 목적지인 영암에 도착한다. 내일 월출산 산행을 위해 천황사로 가는 버스 첫차 시간을 물어본다. 아침 7시10분이란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 택시 요금을 물어보니, 5000원이라고 한다. 영암 버스터미널을 나와 보니 월출산이 바로 앞에 보인다. 계절의 여왕 5월 끝자락답게 진녹색으로 물감 들여진 산에 여러가지 형태의 암릉들이 내가 잘났다고 뽐내고 있는 거 같다. 산 규모는 커 보이지 않는다.

북한산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계룡산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인근에 있는 모텔에 숙소를 정하고 배낭을 풀어놓은 다음 군청쪽으로 한 10분 남짓 가서 점심 식사를 한다. 영암의 명물이라는 갈낙탕을 먹을까 한다. 식당에 들어서니 혼자 오셨냐고 한다. 그렇다고 하니 주인이 별로 반겨 하지 않는 거 같다. 나홀로 산행을 자주 하는 나는 가끔 겪는 일이다. 소문만큼 맛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다시 숙소로 들어와 잠시 휴식한 다음 저녁 무렵 숙소를 나와 인근에 있는 산책로와 주변길을 한 20분 정도 걷고 식당에 가서 매운탕과 소주, 맥주를 곁들여 저녁식사를 한다. 낮에 먹은 술기운이 있어서 인지 금방 취기가 오른다. 숙소로 가서 금방 잠이 들고 아침 5시30분에 일어난다. 산행 준비를 한 후에 버스 시간에 맞추어 숙소를 나온다.

7시10분에 버스를 타고 출발하는데 버스에 손님이 나 한명 뿐이다. 약 5분 후 천황사 입구에 도착한다. 빨간 철쭉으로 곱게 단장된 화단 가운데 월출산이라는 커다란 팻말이 보인다. 22년 만의 월출산 나들이다. 웬일인지 전혀 와봤다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약 1억 년 전 뜨거운 용암으로 뒤덮인 한반도, 용암의 줄기가 한반도를 가로 질러 남해바다 앞에 멈추어 식으면서 화강암을 만들어 냈다. 그 화강암이 오랜 풍화작용을 거치면서 모습을 드러내며 만들어진 기암괴석의 모습들. 그것이 오늘날 우리들이 보는 월출산이다. 월출산은 영암군 영암읍과 강진군 성전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지리산, 내장산, 변산, 천관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으로 손꼽힌다. 전라남도의 남단이며, 육지와 바다를 구분하는 것처럼 우뚝 선 월출산.

서해에 인접해 있고 달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곳이라고 하여 월출산이라고 한다. 정상인 천황봉을 비롯 구정봉, 향로봉, 장군봉, 매봉, 시루봉, 주지봉, 죽순봉등 기기묘묘한 암봉으로 거대한 수석 전시장 같다, 정상에 오르면 동시에 300명이 앉을 수 있는 편평한 암반이 있다. 바람폭포 옆의 시루봉과 매봉을 연결하는 구름다리는 지상 120m, 해발 510m에 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구름다리로 월출산의 명물이다. 서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몰풍경이 장관이고.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 여름에는 시원한 폭포수와 천황봉에 항상 걸려있는 운해,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답다.

버스에서 내려 월출산 식후경을 위해 바로 옆에 있는 식당에서 된장찌개를 시켜 아침을 해결한다. 잠시 후 화장실에 가서 등산 중의 가장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는 것을 내려놓는다. 스틱정비, 선글라스 착용, 선크림 바르기 등 산행준비를 한다.

월출산 팻말을 배경으로 젊었을 때는 한가닥 했지만 세월이 흘러 쪼그라 들고 꾸부정해지고 똥배 나온 나의 한물간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10년간의 나홀로 산행에 있어서 처음 있는 획기적인 사건이다. 멀리 천황봉이 조망되고 주위의 기이한 암릉들과 함께 바위성채를 이룬 모습이 웅장함의 극치를 이루는 것 같다. 이에 고산 윤선도님은 구름에 걸친 월출산을 `선경'이라 표현하였다.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해 본다. 아스팔트 길을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니 천황야영장이 나온다. 야영장에 누워있거나 앉아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상당히 여유로워 보인다. 나도 언젠가는 야영장에 머물러 봐아겠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후 등산로 입구가 나오고 산행전 준비체조를 하라는 안내판이 있어 간단히 준비체조를 한 후 계속 등산길을 오른다.

천황교를 조금 지나니 등산로가 제법 힘들어 지는 게, 앞으로의 등산길이 꽤 힘들 거라는 예고를 하는 거 같다. 계속 오르다 보니 구름다리와 바람폭포로 가는 갈림길이 나와 바람폭포 쪽으로 올라간다. 힘들어 지지만 기분은 좋아진다, 점점 월출산에 내 자신이 동화되어 가는 거 같다. 책바위를 지나고 잠시 후 바람폭포에 도착한다.

수량이 많지 않은 폭포수에 잠시 손을 대본다. 하산길이라면 온몸을 폭포수에 맡겨도 될 거 같다.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진 수도꼭지를 틀어 월출산수를 먹어 본다. 물맛이 좋다. 잠시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집에서 가져온 거봉포도와 방울토마토를 먹는다. 나홀로 산행 시 주로 물과 김밥이나 빵 종류만 갖고 다니는 지금까지 와는 다른 드문 일이다. 비싼 과일을 먹다보니 그동안 내 살림살이가 많이 불어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과일이 참 맛있다.

계속 올라가도 되지만 구름다리로 가기 위해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간다. 갈림길에서 구름다리 쪽으로 가니 계단 길이 장난이 아니다. 경사가 거의 직각에 가깝다. 상당히 힘들거 같다. 문득 지난주 오산 종주 중 수락산에서 만난 외국인 생각이 난다. 내가 수고 하십니다 하니까 또렷한 한국말로 즐거운 고생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지금의 고생은 즐거운 고생이다. 계단 길을 조심스럽게 엉금엉금 기어오르듯이 올라간다. 잠시 후 수림에 가려졌던 하늘이 열리고 멀리 구름다리가 양쪽 봉우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다. 아찔하다. 계속 엉금엉금 기어 올라가다가 잠시 내려다본다. 아찔하니 어지럽다. 나는 이쪽으로는 절대 못 내려갈 거 같다. 잠시 후 구름다리 입구에 도착한다. 정자에 3명이 쉬고 있다.

300m 오르막이 1km 이상의 오르막 경사를 오르는 것처럼 힘들었다. 구름다리를 보니 고소공포증이 있고 겁이 많은 나는 지난 번 등산 시 부들부들 떨면서 건넜던 기억이 난다. 지난번 등산후의 월출산 하면 생각나는 것이 유일하게 이 구름다리다. 52m를 제법 늠름하게 건너간다. 그동안 산행으로 꽤 단련된 거 같다. 구름다리에서 다리 아래를 조망하는 여유로움도 가졌다. 소름이 끼쳤지만 멋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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