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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베르디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 의사신문
  • 승인 2015.07.2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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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19〉

■아름다운 벨칸토와 박진감 넘치는 선율의 조화

일 트로바토레〉는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고 비현실적인 내용에도 불구하고 오페라 걸작으로 각광받고 있다. 베르디는 복잡한 줄거리에 유려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더하면서 성공적인 오페라로 변모시켰고, 중세 스페인에서의 허황된 이야기를 어휘가 풍부한 캄마라노의 독특한 대본으로 어둡고 음침한 중세의 분위기를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다. 아울러 기교적인 벨칸토의 아름다움과 함께 박진감 넘치는 선율은 베르디 오페라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다.

1851년 어느 날 베르디는 〈루이자 밀러〉의 대본 작가인 캄마라노에게 스페인의 시인 구티에레즈의 희곡 `일 트로바토레'에 관한 편지를 보낸다. `일 트로바토레'는 중세 스페인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하였던 `음유시인'을 일컫는다. 스페인어로 `엘 트로바토르'로 중세시대에 떠돌아다니며 시와 노래를 만들어 불렀던 기사계급이다. 얼마 후 캄마라노로부터 온 첫 대본을 읽고 베르디는 “이 희곡이 지니고 있는 신기하고 특이한 내용을 오페라로 모두 옮길 수 없다면 차라리 단념하는 편이 좋겠다”라는 답장을 보낸다. 몇 달 후 캄마라노가 대본을 완성시키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자 베르디는 젊은 작가 바르다레에게 나머지 대본의 완성을 맡겼다. 대본이 완성된 후에도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병환 등으로 작곡이 지연됐다가 1852년 12월에서야 완성되면서 다음해 1월 로마 아폴로 극장에서 초연되어 성공을 거둔다.

이 오페라의 주제는 루나 백작으로 대표되는 포악한 권력에 대해 항거하는 민중의 투쟁이다. 압박을 받고 있는 집시들이 이 투쟁에 참여하면서 집시의 거처인 대장간이 전사들의 피신처 역할을 하고 있다. 베르디는 폭군에 항거하는 민중의 전쟁이라는 내용을 오페라 전면에 내세우진 않으나 당시 통일을 간절히 원하지만 힘과 정신이 한풀 꺾인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불굴의 투지와 넘쳐흐르는 기세를 전해주고 싶었다.

△제1막 결투. 15세기 스페인 루나 백작의 저택 현관 앞 백작은 언제나 한밤중에 궁전 뜰에 와서 음유시인이 부르는 노래 듣기를 즐겼다. 백작을 기다리는 부하들이 졸자 페르난도는 그들의 잠을 쫓기 위해 백작 동생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한다. 돌아가신 선대 백작에게 두 아들이 있었는데 백작은 동생인 가르시아를 더 사랑하였다. 어느 날 집시 노파가 무서운 얼굴로 가르시아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한 유모의 놀란 외침 소리에 사람들이 달려오자 노파는 가르시아의 운을 점치러 왔다고 하였다. 그 후 점점 가르시아의 몸이 쇠약해지자 그 노파의 마술 때문이라며 노파를 화형에 처하자 그날 밤 가르시아는 누군가에 납치되어 노파가 처형된 잿더미에서 백골로 발견되었다. 노파의 딸이 가르시아를 불 속에 넣었으리라 믿은 백작은 비탄에 빠졌지만 가르시아가 어딘가에 살고 있다고 믿고 그의 형인 루나 백작에게 동생을 찾도록 유언하였다. 하지만 아직 발견은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페르난도가 노래한다.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무대는 바뀌어 궁전의 뜰. 아라곤 공작부인의 시녀장인 레오노라는 시녀 이네즈와 산보를 하고 있다. 요즘 매일 밤 로망스를 부르는 기사 만리코에게 마음이 끌리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만리코는 실은 백작의 동생 가르시아로 노파의 딸 아주체나가 납치하여 아들처럼 양육하여 음유시인이 된 기사이다. 레오노라를 연모하는 루나백작이 만리코를 기다리던 그녀를 발견하고 마침 그곳에 나타난 만리코가 자기의 연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두 사람은 결투를 한다. 결투하는 두 사람과 이를 말리는 레오노라의 3중창으로 막이 내린다.

△제2막 집시. 비스가야 산기슭에 있는 집시의 대장간 모닥불을 둘러싸고 유명한 `대장간의 합창'이 울려 퍼진다. 합창이 끝나고 아주체나는 만리코에게 옛날 자신의 어머니가 루나 백작의 궁전에 잘못 들어가 화형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복수를 당부한다. 집시들이 떠난 후 만리코는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달라고 조른다. 아주체나는 잘못하여 자신의 아들을 불 속에 던져 버렸다고 슬픈 목소리로 이야기하자, 만리코는 자기가 아주체나의 친 아들이 아닐 것이라고 의심을 품는다. 아주체나는 왜 결투에서 백작을 죽이지 못하였느냐고 묻자, 만리코는 결투 최후에 `찌르지 말라'는 누군가의 속삭임이 들려 왔다고 말한다. 그 때 수도원에 들어가려는 레오노라를 백작이 유괴하려고 한다는 것을 부하가 알리자, 만리코는 급히 수도원으로 떠난다. 무대는 바뀌어 수도원. 백작이 레오노라를 붙잡으며 아리아 `그대의 미소는 아름답고'를 부른다. 이때 만리코는 부하들과 함께 백작의 일당으로부터 레오노라를 구한다. 만리코, 레오노라와 백작의 3중창과 함께 부하들의 합창이 클라이맥스를 이루며 막이 내린다.

△제3막 집시의 어린이, 제1장 루나 백작의 진영 격전을 기다리는 병사들의 합창으로 막이 오른다. 페르난도가 나타나 집시 아주체나를 발견하고 체포하였다고 보고한다. 옛날 동생을 불속에 던졌던 것이 이 여자라며 백작은 그녀를 투옥시킨다. 제2장 카스테롤의 성 안 레오노라와 만리코가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그 때 아주체나가 적에게 붙들리어 투옥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유명한 아리아 `타는 저 불길을 보라'를 부르며 홀로 아주체나를 구하러 나선다. 제4막 처형, 제1장 루나 백작의 성 안 감옥 옆 깊은 밤 만리코는 체포되어 투옥되어 있다. 레오노라는 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백작의 사랑을 받아들인다고 말하고 반지 속에 감춰 둔 독약을 먹는다. 그 사이 백작은 레오노라를 얻은 기쁨에 만리코를 석방시키려 간다. 제2장 감옥 내부 만리코와 아주체나가 함께 투옥되었는데 레오노라가 들어와서 만리코의 죄가 사면되었다고 알린다. 그 대가로 그녀가 사랑을 바쳤다는 것을 알고 그녀를 힐책하지만 그녀는 조금 전에 먹은 독약이 퍼져 쓰러진다. 그곳에 나타난 백작은 이 사실을 알고 격분하며 다시 그의 처형을 명령한다. 백작은 아주체나를 창가로 데리고 가 만리코의 처형장을 보이자 그녀는 만리코가 백작의 동생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미 사형이 끝난 뒤 백작은 깊은 슬픔에 잠기고, 아주체나는 “복수를 끝냈어요, 어머니!” 라고 외치며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라 스칼라 오페라, 마리아 칼라스(레오노라), 쥬세페 디 스테파노(만리코), 페도라 바르비에리(아주체나)(EMI, 1956); 툴리오 세라핀(지휘), 라 스칼라 오페라, 안토니에타 스텔라(레오노라), 피오렌차 코소토(아주체나), 카를로 베르곤지(만리코)(DG, 1962);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지휘), 산타 세칠리아 음악원 오케스트라, 로잘린드 플로라이트(레오노라), 브리기트 파스밴더(아주체나), 플라치도 도밍고(만리코)(DG,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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