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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메르스 대란을 겪으면서 급증하는 에이즈를 생각하다
[기고]메르스 대란을 겪으면서 급증하는 에이즈를 생각하다
  • 의사신문
  • 승인 2015.07.2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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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인 화 (대한에이즈예방협회 회장)

정인화 회장
지난 5월 중동을 다녀온 여행자에서 첫 번째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고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확진 환자가 급속도로 증가하여 전 국민을 공포와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정부와 의료기관이 제각기 메르스 확산 방지 및 퇴치를 위한 비상사태에 이르렀으나 초기 대응의 미숙으로 환자는 더욱 확산되어 심한 혼란으로 각종 행사가 취소되고 전 세계에서 한국 방문 취소 사태로 국가적 명예 실추와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이번 메르스 대란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문제점 몇가지를 생각해 본다.

첫째, 질병 자체를 정확히 직시하지 못하고, 과소평가하여 소극적 대응으로 폭발적 감염이 발생하는 우를 범하였고, 한편으로는 과잉 반응으로 국민들에게 공포와 불안을 주었다.

둘째,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비밀주의로 의료진과 국민이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여 혼란을 일으켰으며, 초기대응에 실패했다.

셋째, 관리 체계의 미흡으로 우왕좌왕하는 난맥상을 보였다.

넷째, 중증(급성) 유행성 전염병에 대해 국민들이 단합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였으며, 국민들의 보건에 대한 낮은 의식 수준을 나타내 보였다.

이런 시사점을 보면서 또 하나의 바이러스 질환인 에이즈 정책이 과연 우리나라에서 적절히 이뤄지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에이즈는 198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으로 발생하였고, 우리나라에서는 1985년 첫 감염인이 발생하였으며 지난 30여년간 꾸준히 증가하여 2014년 12월말까지 모두 12,136명의 감염인이 발생하였고, 그 중 1,795명이 사망하여 현재 10,341명이의 생존자가 있다. 최근 에이즈 감염인이 급속히 증가하여 매년 1,000여명이 새로 진단받는 감염인이 있으며 특히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하고 있다.

2013년 신규 감염인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10대에 53명, 20대에 320명, 30대에 268명, 40대에 241명, 50대 이상에서 230명이다. 이런 상황은 에이즈를 결코 남의 일인 것처럼 과소평가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더욱이 최근 미국에서 동성결혼을 인정한다는 대법원의 결정이나 우리나라에서 동성애 대한 주장이 논의되는 상황, 그리고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급속한 증가 상황에서 에이즈 감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은 에이즈는 더 이상 멀리 있는 질병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 주변에 있는 질병이고 급속한 증가 상황에서 에이즈 감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메르스 대책에 대한 혼란을 보면서 급증하는 에이즈에서 똑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점을 생각해 보았다.

첫째, 안전한 성적 접촉으로 예방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계몽은 아직 부족하다. 젊은 연령층에서 에이즈의 급속한 증가는 성문화 확립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활동이 필요하다.

둘째, HIV에 감염이 되어도 항바이러스제를 제대로 복용하면 건강을 유지하여 발병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전파율도 현저하게 감소한다. 항바이러스의 개발로 에이즈는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만성적으로 관리 가능한 질환이 되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인식의 부족으로 인하여 에이즈와 감염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로 나타난다.

셋째, 이렇게 만성적 관리가 필요하나 에이즈의 1차 관리를 담당하는 보건소와 민간단체의 연계성이 부족하고 정보의 공유도 매우 부족한 상태이다.

넷째, 무엇보다 보건 당국이 에이즈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적극적인 예방 홍보, 교육, 연구 활동이 저조하며 향후 환자 급증 사태에 대한 대책 및 에이즈에 관한 중장기적인 정책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에이즈 예방에 장기간 노력해온 민간 전문 단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며, 협조와 소통 증진이 필요하다.

에이즈는 환자의 급증으로 더 이상 불치병이 희귀난치성질병이 아니며, 만성관리가 가능한 질환이 되었으나 사회적 인식과 여건은 그렇지 않다. 에이즈라고 진단되면 가족과 이별해서 외톨이 생활을 하는 질환이 되었다. HIV 감염인도 국민의 한 사람이므로 국가나 보건 당국이 어느 정도 이들에게 지원해줄 수 있는지 의문이다. 보다 시급한 문제로 감염인이 수술을 받아야 하거나 다른 합병증으로 치료를 받아야 할 때 어느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방황하며 고통을 받게 되는 상황도 있을 것이며, 특히 현재 에이즈 전문치료를 받고 있지 않은 사람은 더욱더 곤란한 상황을 경험하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에이즈 환자의 증가와 수명 연장에 따라 국민들의 생활에 깊이 관여되고 있다. 국가에서 무관심으로 방치하고 있는 사이에 환자는 HIV 감염인의 수는 증가하고 에이즈와 관련된 보건문제는 커지고 있다. 특히 청소년에서 급속한 증가는 우리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에이즈는 쉽게 예방된다는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안되며, 우리 모두가 건전한 성문화와 국민의식에 대한 혁명적 대전환이 필요하다.

에이즈를 국민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바이러스 질환으로 접근을 해야 급격한 환자 발생 후에 메르스 사태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다. 메르스 사태를 지켜보면서 또 하나의 완치가 불가능하며 치명적인 바이러스 질환인 에이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보건 당국의 체계적인 대책이 시급함을 실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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