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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페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주세페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 의사신문
  • 승인 2015.07.2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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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18〉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인간,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가?

1861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왕실 가극장으로부터 오페라 제작을 의뢰받은 베르디는 27년 전 읽은 낭만적인 스페인 비극인 돈 안헬 데 사베드라의 `시노의 운명'을 주제로 택한 뒤 그의 동료인 피아베에게 대본을 의뢰하고 작곡에 착수한다. 이 작품에서 그는 그때까지 작곡한 어떤 오페라보다 더 극적인 선율을 추구하였고 힘이 넘치는 드라마틱한 장면에서도 통일된 음악으로 한층 박력이 넘치는 작품을 완성했다. 이 작품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된 후 검열 문제 등으로 가슬란초니가 대본을 개정하여 1863년 〈돈 알바로〉라는 이름으로 로마와 마드리드 등에서 공연하게 된다.

베르디는 독일 오페라의 거장 바그너와 1813년 같은 해에 출생하였다. 베르디는 로시니의 뒤를 이어 성악적이고 선율과 화성에 초점을 맞춘 반면 바그너는 기악적이고 대위법적인 작곡을 하면서 각각 이탈리아와 독일 오페라의 전통을 확립하게 된다. 바그너는 주로 독일의 신화에 기반을 둔 반면 베르디는 당시 오스트리아의 압정으로부터 해방된 조국에 대한 애국과 관련된 주제로 바리톤의 남성위주의 비극적 작품과 인간사에 대해 주로 곡을 썼다. 그중 〈가면무도회〉와 〈돈 카를로〉가 인간간의 갈등을 동적으로 다룬 비극이라면 〈운명의 힘〉은 운명의 힘에 농락당하고 있는 인간의 괴로움과 신에 대한 회의를 회화적으로 그린 대서사시이다.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보여주는 영화 〈마농의 샘〉이 있다. 오페라 〈운명의 힘〉의 주제음악은 이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쓰이면서 영화를 잘 받쳐주고 있다. 마르셀 파뇰의 자연주의 작품인 이 영화는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의 우물을 둘러싸고 3대에 걸쳐 펼쳐지는 인간의 탐욕과 저주를 그리고 있다. 도시에서 귀농한 곱추 쟝은 농장을 열심히 가꾸지만 공급할 물을 찾지 못하고 사고로 죽는다. 10년 후 그의 딸 마농은 아버지의 농장을 헐값에 사서 성공한 세자르와 그의 조카 위골렝의 방해로 아버지가 물을 찾지 못하고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마을로 흐르는 샘을 막아 그들을 저주하며 복수를 한다. 그러나 아버지 쟝은 세자르가 전장에 갔을 때 태어난 그의 아들이었다. 세자르는 전쟁 통에 편지가 엇갈려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채 40년간 헤어진 여인을 그리워하며 자살을 하게 된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운명의 힘〉 주제는 만물의 영장이라 우쭐대는 인간이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가를 더욱 실감하게 한다.

△제1막 세비야의 칼라트라바 후작 집 레오노라 방 레오노라는 잉카 왕족인 알바로와의 사랑을 반대하는 아버지(후작)의 권고로 집에 머물고 있다. 몰래 찾아온 알바로와 함께 사랑의 도피를 가려는데 그들 앞에 나타난 후작과 실랑이를 벌이다 총기 오발로 후작이 숨을 거둔다.

△제2막 제1장 주점 근처 여동생과 알바로를 추적하던 돈 카를로는 남장한 레오노라와 마주치자 수상히 여겨 그 뒤를 캔다. 한편 집시 여인 프레치오질라가 카를로의 운명을 경고한다. 카를로는 자신의 이야기를 친구의 일 인양 거짓말하지만 그녀는 카를로를 비웃는다. 제2장 수도원 앞 카를로의 눈을 피해 산속 수도원에 도착한 레오노라는 여생을 신을 섬기며 머물 수 있게 해 달라 청하자 수도원장은 수도원 근처 작은 동굴에서 지내는 것을 허락하고 외부와의 모든 접촉을 끊고 수도원의 식량만으로 기도하며 살아갈 것을 명한다.

△제3막 제1장 군대 야영지 홀로 도망친 알바로는 레오노라가 죽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군인으로서 자신도 그 뒤를 따르기를 원한다. 우연히 카를로를 구해주면서 서로의 신분을 모른 채 영원한 우정을 맹세한다. 전투 중에 부상을 입게 된 알바로는 카를로에게 비밀이 들어있는 상자를 건네며 자신이 죽으면 상자를 태워 달라며 부탁하고 후송병원으로 떠나자 상자를 연 카를로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되면서 복수를 다짐한다. 제2장 장교막사 완쾌되어 돌아온 알바로에게 카를로는 결투를 신청하지만 병사들에 의해 제지되고 알바로는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며 레오노라가 있다는 수도원으로 떠난다. 제3장 전선의 야영지 병사들과 여인들 사이에서 프레치오질라는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아준다. 이때 수도사가 설교를 시작하자 병사들은 그를 쫓아버린다.

△제4막 제1장 수도원 안뜰 빈민들은 음식을 나눠주는 라파엘 신부(알바로)의 성품을 칭찬하고 멜리토레는 이를 불쾌해하며 그들을 쫓아낸다. 소동이 있은 후 과르디아노 신부가 멜리토네를 꾸짖자 그는 라파엘 신부가 인디언이라며 비꼰다. 이때 라파엘 신부를 다시 찾아온 카를로는 심한 모욕과 함께 결투 신청을 하자 이를 참지 못하고 결국 결투를 받아드린다. 제2장 바위산 동굴 앞 인기척을 느낀 레오노라는 동굴 속 암자로 들어가 문을 잠근다. 알바로는 그녀에게 죽어가는 이의 고해성사를 들어 달라 간원하면서 두 사람은 뜻밖의 재회를 한다. 재회의 기쁨도 잠시, 죽어가는 오빠의 곁으로 달려간 레오노라를 죽어가는 카를로는 마지막 힘을 다해 칼로 찌른다. 달려온 과르디아노 신부와 알바로 앞에서 그녀는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알바로는 잔인한 운명과 신을 저주한다. 레오노라는 알바로 품에서 숨을 거두고 알바로는 절벽에서 뛰어내리며 막이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레나타 테발디(레오노라), 마리오 델 모나코(알바로), 에토레 바스티아니니(카를로), 프란체스코 몰리나리-프라델리(지휘), 로마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Decca, 1955]; 마리아 칼라스(레오노라), 리차드 터커(알바로), 카를로 탈리아베(카를로), 툴리오 세라핀(지휘), 라 스칼라극장오케스트라[EMI, 1954]; 미렐라 프레니(레오노라), 플라치도 도밍고(알바로), 조르지오 잔카나로(카를로), 리카르도 무티(지휘), 라 스칼라극장오케스트라[EMI, 1986]; 레온 프라이스(레오노라), 플라치도 도밍고(알바로), 세른 밀른스(카를로), 제임스 레바인(지휘), 런던 심포니오케스트라[RCA,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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