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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페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 
주세페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 
  • 의사신문
  • 승인 2015.07.0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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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16〉

  ■셰익스피어와 베르디의 절묘한 조화

 베르디는 문호 만초니의 서거를 위해 〈레퀴엠〉을 완성한 후 오페라에서 손을 뗄 결심을 했다. 그러나 대본가 아리고 보이토가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텔로〉를 악극형식으로 각색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출판사 사장 리코르디의 소개로 보이토를 만나게 된다. 사흘 후 보이토가 보여준대 대본을 본 베르디는 보이토의 치밀한 구성과 극중 인물인 이아고의 묘사에 매혹되었다. 마침내 1887년 작품이 초연되었을 때 관객들은 그의 또 다른 작품의 탄생을 열광했고 오페라가 끝난 뒤 베르디가 묵고 있는 호텔에 밀려와 그를 발코니로 불러내어 박수갈채를 보냈다. 베르디는 젊은 시절에는 〈맥베스〉, 말년에는 〈오텔로〉와 `윈저의 유쾌한 아낙네들'을 각색한 〈팔스타프〉 등 그의 일생을 통해 셰익스피어의 많은 작품을 오페라로 작곡하고자 하였다.

 베니스는 서구 최초의 상업도시 국가 중 하나였다. 당시에는 자본가의 지휘와 부를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지켜줄 전문적인 직업 군인이 필요했다. 오텔로는 베니스의 시대적, 사회적 필요에 의해 고용된 무어인 용병이었다. 그는 베니스 사회에서 극히 이질적인 존재로 이면에 숨어 있는 강렬한 감정적 거부감을 부정하지만 그에겐 피할 수 없는 비극의 복선이 깔려져 있었다. 오텔로는 르네상스 인본주의의 이상을 지향하는 인물로 뛰어난 용기와 소박함을 지닌 중세 기사도를 대변하는 반면 그의 심복 이아고는 베니스 사회의 부정적인 면인 중산계급의 합리주의를 지향하는 악인이다. 한편 오텔로의 부인 데스데모나는 우아하고 세련된 `베니스적' 사랑을 대변하고 기독교적 인본주의의 이상을 추구하는 여인이다. 셰익스피어는 당시 사회가 내포하고 있던 갈등을 데스데모나와 이아고로 대변시키고, 그들 사이에 이방인으로서 기사도의 이상을 구현하고 있는 오텔로를 놓음으로써 상업주의와 그것을 바탕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던 중산계급의 합리주의의 한계를 규명하고 이상적인 기사도의 현실적인 수용 양상을 극화하였다.

 △제1막 천둥치는 키프로스 섬의 해안 저녁 오텔로를 태운 배가 무사히 항구에 들어오자 오텔로가 병사들을 따라서 상륙하면서 적군인 터키 함대가 폭풍우에 침몰되었다는 것을 힘찬 노래로 알린다. 폭풍우가 점차 사라지자 사람들은 모닥불을 피워놓고 승리의 축제를 벌인다. 한 구석에서 이아고와 로드리고가 밀담을 나누고 있다. 이아고는 무어인 오텔로가 섬의 총독으로 임명될 때 카시오를 부관으로 삼은 데 대해 원한을 품고 있었고, 로드리고는 짝사랑하던 베니스 고관의 딸 데스데모나를 오텔로에게 빼앗긴 것을 원망하고 있다. 이아고의 교묘한 술책에 말려 술에 취한 젊은 카시오는 로드리고와 싸움을 벌이면서 이를 말리려는 전 총독 몬타노에게 상처를 입히고 이를 본 오텔로는 카시오를 파면한다. 사람들이 떠난 뒤 오텔로와 데스데모나는 유명한 사랑의 이중창을 부르면서 성안으로 들어간다.

 △제2막 성 안에 있는 방 이아고는 직위 해임당한 카시오에게 데스데모나에게 애원하여 오텔로가 그를 용서하도록 부탁해 보라고 한다. 카시오는 그 제안에 기뻐하며 나가고 이아고는 악을 찬미하는 아리아 `무자비한 신의 명령대로'를 부른다. 카시오와 데스데모나가 정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그는 오텔로를 유인하여 이 장면을 지켜보도록 만든다. 이아고의 교활한 계략에 넘어간 오텔로는 의혹을 품게 되고 질투의 불길을 일으킨다. 데스데모나가 오텔로에게 다가와 카시오에 대한 용서를 부탁하자, 그의 질투심의 불길은 치솟아 오르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그녀를 멀리한다. 또한 데스데모나가 머리에 두르라고 준 손수건을 퉁명스럽게 내던지자 이아고는 재빨리 줍는다. 이 손수건은 오텔로가 사랑의 징표로 데스데모나에게 선물했던 것이다. 사랑의 배신감에 찬 오텔로가 아리아 `청순한 추억은 저 멀리'를 부르자 이아고는 카시오가 데스데모나를 부르며 잠꼬대하는 것을 들었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카시오에게서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을 보았다고 말한다. 오텔로는 질투심에 이성을 잃고 이아고와 이중창을 부르며 복수를 다짐한다.

 △제3막 성안의 넓은 홀 데스데모나는 카시오를 용서해 달라고 다시 오텔로에게 간청하자 오텔로는 자신이 준 손수건을 보자고 한다. 이 손수건은 이아고가 훔쳐 카시오에게 주었기 때문에 그녀에겐 손수건이 없었다. 오텔로는 그녀의 정숙치 못함을 힐책한다. 그녀는 죄가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며 나간다. 이때 이아고가 되돌아와 카시오가 오고 있으니 오텔로에게 기둥 뒤에 숨어 있으라고 말한다. 이아고의 책략으로 카시오가 지니고 있던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을 오텔로가 훔쳐보는 순간 그의 의심은 더욱 굳어진다. 그때 베니스에서 온 대사가 등장하면서 오텔로에게 베니스의 고위직을 부여하면서 베니스로 돌아갈 것을 명하고 키프로스는 카시오가 남아서 다스리도록 명한다. 그러나 오텔로는 데스데모나가 대사에게 하는 카시오에 대한 칭찬을 듣자 광폭해진다. 백성들은 일제히 그의 선정을 환호하며 그를 성 마르코의 사자라고 추켜세우는데, 그는 매달리는 데스데모나를 바닥에 뿌리친다. 충격을 받은 그녀는 눈물지으며 나가 버린다. 이아고와 함께 남게 된 오텔로는 고함을 지르면서 쓰러진다. 이아고는 쓰러진 오텔로를 보면서 아리아 `보라, 그대의 사자를'를 부르며 조롱한다.

 △제4막 데스데모나의 침실 혼례날 밤에 입었던 하얀 잠옷을 걸친 데스데모나는 아리아 `버들의 노래'를 부르고 마리아상 앞에 꿇어 앉아 `아베 마리아'를 노래하는데 오텔로가 협박할 듯 등장하면서 진실을 말할 것을 강요한다. 그녀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그는 그녀의 목을 조르고 만다. 에밀리아가 들어오면서 죽은 데스데모나를 보고 대경실색하며 그녀가 죽었다고 소리를 지른다. 에밀리아는 비록 이아고의 아내였지만 남편의 계략을 고발하여 데스데모나와 카시오의 무죄를 변호한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오텔로는 칼로 자신을 찌르고 데스데모나의 입술에 오래도록 마지막 키스를 되풀이하며 숨을 거둔다.

 ■들을만한 음반: 마리오 델 모나코(오텔로), 레나타 테발디(데스데모나), 알도 프로띠(이아고),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ecca, 1961); 플라치도 도밍고(오텔로), 레나타 스코토(데스데모나), 세른 밀른즈(이아고), 제임스 제바인(지휘), 내셔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EMI, 1985); 존 비커스(오텔로), 레오니 리자넥(데스데모나), 티토 곱비(이아고), 툴리오 세라핀(지휘), 로마 오페라(RCA, 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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