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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진정세 불구 개원가는 아직도 한겨울 느낌"
"메르스 사태 진정세 불구 개원가는 아직도 한겨울 느낌"
  • 김기원 기자
  • 승인 2015.07.03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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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가 진정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정부의 긍정적인 브리핑에도 불구하고 대학병원과 개원가의 모습은 마치 한여름 휴가철 같이 한산한 느낌을 주었다. 얼어붙은 환자들의 마음을 병원으로 되돌리기 위한 정부와 의료계의 노력이 더한층 요구된다.

메르스 사태 이후 지난 달 말과 7월초 사이 몇일간 ‘메르스 확진자가 더이상 증가하지 않았다. 진정세에 접어든 것 같다’는 언론 보도에도 불구하고 대학병원과 일차의료기관의 모습은 전반적으로 썰렁한 느낌이었다.

이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메르스 극복에 대한 긍정적인 브리핑과 함께 의료기관의 피해보상문제, 메르스 사태 종식이후 의료 시스템 개선 논의 등의 화두를 제시, '메르스 사태가 곧 종식될 것' 처럼 보이고 있으나 정작 의료기관들은 마치 한여름 휴가철인듯 환자들의 왕래가 뜸했기 때문이다.

또 내원환자들이 있다고 해도 듬성듬성 있는 모습을 연출, 대학병원이나 일차의료기관 모두 메르스 사태 이전의 북적거리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마스크를 한 병원직원들의 메르스 감염을 의식한 경직된 자세 속에 병원 곳곳에는 출입금지 및 출입통제 안내판이 걸려 있었고 일부에서는 강한 소독약 냄새가 은근히 코를 찌르는 등 아직까지 메르스로 인한 팽팽한 긴장감이 여전해 '언제쯤 환자들이 편하게 병원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지난 달 29일 오후 한남동 소재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한가로운 휴일 풍경의 병원 본관 앞 콘테이너 박스에 마련된 안전진료실에서는 의료진이 서울병원 응급의료센터를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에 따르면 평소 2300-2400명을 유지하던 일일 외래환자수는 메르스 사태 이후 1600-1700명 선으로 대폭 감소했다고 전했다. 입원환자 역시 15% 정도 감소한 것으로 알려다.

지난 몇 년 동안 병원 리모델링 이후 환자수가 증가,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환자들이 타고온 차량으로 한남동 사거리 까지 막히게 하던 심한 정체현상도 메르스 사태로 이후 환자수 급감으로 가뿐히 해결됐다.

서울병원에서 10여년간 주차관리 일을 해오고 있는 주차관리팀의 조장은 “개인적인 체감으로는 환자수가 반은 줄은 것 같다”며 “메르스 사태가 빨리 종식되어야지 이렇게 가다가는 병원경영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병원 경영진 못지 않은 우려감을 나타냈다.

일차의료기관들이 밀집한 시내 중심가의 한 건물. 각 병의원 입구에는 어김없이 '체온 체크'와 '손씻기', '환자면회 및 불필요한 병원방문 자제' '출입제한' 등의경고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에 이어 2시간뒤 들른 곳은 혜화동 소재 서울대병원.

평소 서울대병원 외래환자로 북적이던, 지하철 4호선이 있는 혜화동 방향은 마치 공휴일인 것처럼 한산한 모습이었다. 함춘회관 까지 꼬리를 물던 차량행렬도 최근에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름 사이 본관 옆 ‘서울권역 응급의료센터’에 있던 임시격리실이 시계탑 건물 옆 주차장으로 옮겨갔다. 또 이 곳에 '메르스 선별진료소'도 차려졌다.

마스크를 낀 환자들의 종종걸음과 병원 직원들의 바쁜 움직임 속에 은근히 강렬한 소독약 냄새가 간간히 흡입되어 평소 출입하던 서울대병원의 모습 보다는 약간 흉흉한 느낌을 주었다.

서울대병원 본관 앞 유리문에 다닥다닥 붙은 큰 안내문에는 “병원내 감염예방과 환자 안정을 위해 병원방문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호흡기증상과 발열이 있는 성인은 선별진료소를 먼저 방문하십시오. 출입전 손소독은 필수입니다”라는 내용이 한 눈에 들어 왔다.

병원 본관 앞에 있는 서울대어린이병원 입구에는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인해 불가피하게 소아 1층 출입문을 폐쇄하게 됐습니다. 불편하시더라도 소아 2층 출입문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서울대병원장 명의의 출입통제 안내문도 눈에 들어왔다.

병원 곳곳을 둘러 본후 병원 관계자에게 ‘서울대병원은 환자수 감소로 인한 피해가 어느 정도 되는가’라고 묻자 이 관계자는 “외래환자수로는 대략 30% 정도 줄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다음날인 30일, 서대문구 연희동에 소재한 입양 전문기관인 동방사회복지회 어린이사랑의원 진료실. 이곳은 영유아들이 주된 환자인 만큼 메르스 감염 예방을 위해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고 있지 않고 있었다.

‘육순의 100마일 울트라 마라톤’ 주인공으로 널리 알려진 이재승 원장(73세)은 메르스 감염과 관련, “혹 자신이 영유아들에게 메르스를 전파할까봐 최근 한달 동안 경조사는 물론이고 왠만한 모임에는 얼씬하지도 않았다”며 메르스로 인해 남몰래 고생하고 있는 사정을 전했다.

지난 달 30일 신촌 로타리에 있는 한 일차의료기관 입구 모습. 한 건물에 여러개의 의원들이 밀집되어 있지마 전체적으로 한산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어 인근의 연세대학교가 있는 신촌 로타리 소재 일차의료기관들.

의원들이 밀집되어 있는 건물을 찾았다. 그러나 대부분 내원환자들의 왕래는 뜸했다.
최근년 상가 임대료가 폭등하면서 목 좋은 장소에서 밀려 골목이나 건물 꼭대기 층으로 자리를 옮긴 의원들은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인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이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비는 인근의 유명 커피체인점들과 대비되어 묘한 느낌을 주었다.

각 과별로 정도의 차이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과는 내원 환자가 평소의 절반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일부 과는 "하루 종일 몇 명의 환자를 진료했다"며 허탈해 하는 말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한편, 의협은 지난 1일 ‘정부와 새누리당의 추경예산 당정협의’와 관련, “이번 메르스 사태 극복을 위해 목숨을 걸고 헌신한 의료인에 대한 지원이 추경예산에 반드시 포함되어 편성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의협은 “지금 의료계는 메르스 환자로 인한 강제·자진폐쇄와 메르스 낙인효과로 인해 수입이 아예 없거나 급감한 상황에서 도산을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앞으로 의료계의 연쇄 파산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특히 의협은 “의료인은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의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하고 의협은 이번 추경예산 편성시 정부와 여야 지도부 모두 함께 국민건강을 위해 의료인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병협도 지난 1일 병협 대회의실에서 ‘메르스 대책 관련 병원장 회의’를 개최하고 메르스 피해 병원의 상황과 피해 보상에 대한 요구사항을 수렴했다.

병협은 “정부는 메르스 피해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방안은 없이 매우 협소하고 효과가 미미한 간접 지원책을 발표, 정부지원책에 대한 문제점과 병원의 메르스 피해상황, 병원계 건의사항 등을 직접 국회 및 정부 등에 건의중“이라고 밝혔다.

병협의 건의사항은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건강보험급여비 선지급을 비롯 △요양기관 메디칼론 특례지원 및 기타 일반은행 대출 확대 △기존 타 대출액의 원금 상환 기간 연장 및 이자율 인하 지원책 △메르스 관련 피해병원 유형별 보상지원 △계속적인 건강보험 요양급여비 조기 지급 △세금의 한시적 감면 및 납부기한 연장 등 지원책 △메르스 감염 종식을 위한 의료지원 확대 등이다.

김기원 기자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 놓이 손세정제와 대한병원협회 13층 입구에 놓인 손세정제. 메르스 사태가 각 건물 입구에 손세정제를 구비해 놓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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