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협회(회장 박상근)는 오늘(1일) 오후2시부터 오후3시40분 까지 1시간 40분 동안 병협회과 14층 대회의실에서 ‘메르스 대책 관련 병원장 회의’를 개최하고 메르스 피해 병원의 상황과 피해 보상에 대한 요구사항을 수렴하는 자리를 가졌다.
병협은 ‘메르스 국내 유입이 병원계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병원 도산이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지난 5월20일 메르스 국내 유입 이후 환자 급감에 따른 ‘병원경영 악화’와 △A병원의 경우 코호트 26일간 31억원 손실 등 ‘병원의 자금난 심화’를 지적했다.
또 병협은 △메르스 환자 발생 및 경유 병원들은 메르스 환자 접촉 의사와 간호사 등의 격리 조치로 근무가능 의료인력이 감소되어 ‘의료서비스 공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며 △일평균 외래환자수가 메르스 발생 이전 대비 최대 70% 급감하는 등 ‘외래환자수 및 진료수입 변화’로 경유병원 손실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병협은 이와 관련, “정부는 △중소병의원 긴급경영안정 자금 지원(200억원)과 물자 및 장비구입 등 지원(총 500억원) △메르스 관련 의료기관 지원방안<청구액의 95% 이내에서 건강보험 요양급여비 조기 지급, 1% 금리 인하의 요양기관 메디칼론 특례지원>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병협은 “범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 현재 건의하고 있는 상태”라며 "그러나 정부는 메르스 피해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방안은 없이 매우 협소하고 효과가 미미한 간접 지원책을 발표, 정부지원책에 대한 문제점과 병원의 메르스 피해상황, 병원계 건의사항 등을 직접 국회 및 정부 등에 건의중에 있다“고 밝혔다.
병협은 정부 건의사항중 주요내용으로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건강보험급여비 선지급을 비롯 △요양기관 메디칼론 특례지원 및 기타 일반은행 대출 확대 △기존 타 대출액의 원금 상환 기간 연장 및 이자율 인하 지원책 △메르스 관련 피해병원 유형별 보상지원 △계속적인 건강보험 요양급여비 조기 지급 △세금의 한시적 감면 및 납부기한 연장 등 지원책 △메르스 감염 종식을 위한 의료지원 확대를 제시했다.
오늘 열린 메르스 대책 관련 병원장 회의에서는 병협의 상황 설명에 이어 회원병원장과의 질의 응답이 펼쳐졌는데 발언에 나선 회원병원장들은 ‘정부의 실질적인 피해 보상 및 지원’ ‘병협의 위기관리 능력 확대’ ‘건정심 등 잘못된 의료체계의 구조적 개혁’ '이번이 좋은 기회'라며 약속이나 한듯 톤을 높였다.
한편, 다음은 박상근 병협회장과 회원병원장들과의 질의응답 내용 요약이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권영욱 아산충무병원장(전 중소병원협의회장)은 “신규 개원한 병원들의 실질적인 피해보상은 어떻게 건의할 것인가? 제대로 건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박상근 병협 회장은 “새병원들은 날벼락을 맞은 심정일 것이다. 대폭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메르스 특별기금조성을 건의중”이라고 말했다.
김경헌 한양대구리병원장은 “메르스 피해 보상도 중요하지만 이번 기회에 ‘수가 1.4% 인상’ 카드수수료 문제‘ 등 잘못된 의료체계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정회 좋은강안병원 이사장은 “병협에서 법률전문가를 구성, 향후 행정소송 등에 대비한 모범답안을 준비해야 한다”며 “이는 메르스 환자 경유병원과 코호트병원, 거점병원 그리고 헛소문에 의한 피해병원 등 저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 이사장은 “진짜 어려움은 메르스에 대한 막연한 공포로 병원들이 언론과 SNS에 휘둘리고 있는 현실이 부끄럽다”며 “병협이 나서서 이들 병원들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 또 국민들에게 확실한 선언도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구 이사장은 “이 틈을 이용, 언론플레이하는 일부 병원의 행태가 개탄스럽다”며 “모 병원이 1년전부터 메르스 사태에 대비해 왔다는 등의 이런 언론플레이는 '불난집에 부채질 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구 이사장은 “현재 '메르스 백신 개발' 등 확인안된 여러 가지 정책들이 난무하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는 말과 함께 “이 참에 병협도 대오각성, 위기관리 능력을 배가시키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박상근 회장은 “메르스 사태 이후 후속대책이 중요한 만큼 정부에 협의회 구성과 관련단체의 참여 등을 요청한 상태”라며 “홍보에 더욱 집중, 병원신뢰 회복에 올인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박 회장은 “오는 7월7일 오후2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신상진 의원 등과 함께 메르스에 대한 정책과제 긴급진단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가 안보로서의 질병관리시스템과 △질병관리의 선택과 집중 운영 △감염위기와 병원계 변화 및 재원 등의 내용을 다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설희 건국대병원장은 “여러 원장님들의 말씀을 들어 보니 각 병원마다 온도차가 있는 것 같다. 우리 병원은 폐쇄되어 사실상 환자 제로상태였다. 이런 상태이다 보니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지난 25일 직원들의 급여를 제한한다는 사실이 실행에 앞서 언론에 보도되다 보니 사회적으로 우리만 죽일놈이 되었다. 결국 자원한 일부 교수들로만 한정되었으며 일반직원들의 급여는 그대로 지급됐다.”고 최근 사정을 전했다.
특히 한 원장은 “모 신문은 사설에 병원에서 죽도록 일을 시키고 직원들의 급여를 삭감하면 어떻게 일하겠느냐는 질타에 더해 일부 병원은 1년전부터 메르스 사태를 대비해 왔다는 기사를 내보내 속을 끓이고 있다”며 “그렇다면 진작에 다른 병원들에게도 좀 알려주지 그냥 방치했냐”고 빈정됐다.
한 원장은 “앞서 말한 법률자문에 의한 대응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만큼 당장 급한 지방세를 한시적으로나마 유예시켜 줄 것과 건강보험의 여유자금을 이런 기회에 무이자로 대출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유재광 목포한국병원장은 “우리 병원은 사실 메르스로 인한 큰 피해가 없었다. 10-15% 정도였는데 이나마 지난 주말 거의 다 회복됐다. 피해입은 병원들에게는 죄송스런 마음”이라며 “문제는 메르스 보다 병원과 의료계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 원장은 “의협과 병협은 이번 기회에 잘못된 구조인 건정심 타파에 앞장, 반드시 기존의 틀을 깨야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메르스 확산 발원지로 유명세를 탄 평택성모병원장은 “메르스 사태는 초기대응에 확실히 문제가 있었지만 이는 결과론인 시각이다. 매뉴얼대로 대처한 질병관리본부에 대해 일방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두둔했다. 이어 그는 “메르스 사태가 끝난후 감염관리 문제 등으로 인한 행정처분 등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윤강섭 서울시립 보라매병원장은 “복지는 있어도 보건은 없다. 사실 콘트롤 타워가 없었다. 우왕좌왕만했다. 시내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던중, 정부는 나와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방송을 통해 우리 병원을 서울지역 치료거점병원으로 발표했다”며 “이런 식의 접근법은 절대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윤 원장은 “이번 기회에 의사 출신 보건복지부 장관을 모시던지 아니면 보건부 차관직을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메르스로 인한 손실은 우리 병원도 크다. 응급실을 불과 하루 폐쇄한 것에 불과한데도 환자감소율 30%가 아니라 평소 내원환자의 30% 수준으로 환자수가 떨어졌다.”고 어려운 속내를 전했다. 또 “건보 지급액수가 한 주에 조 단위로 지급되는 만큼 메르스 사태가 한달이 넘어 엄청난 흑자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은 흑자는 반드시 피해기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쓰였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윤 원장은 “이번 7월달에 전직원 월급을 주고 나면 약 10억원 정도 남을 것으로 예상, 8월 월급 지급을 못하게 될 것 같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오는 7월7일 병협 주최 메르스 토론회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할 것으로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 의료계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지' '혁신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철저한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노 이사장은 “오늘 이 자리는 단지 병협으로 부터 위로의 말을 들으려고 온 것이 아니다.”며 “의협과 병협 지도자들이 앞장서 반성하고 근본 대책을 마련, 30대 이하 후배들에게 미래의 좋은 의료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창일 건양대병원 의료원장은 “그래도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인해 얻은게 있다”며 “병협이 이번 기회에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이로인해 국민이 정부에 의료계를 도와줄 수 있도록 이야기 하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료원장은 “구제역 파동 때 정부가 1조5000억원을 풀었는데 이번 메르스 사태에는 불과 수백억원 정도를 지원, 황당하다”며 정부의 확실한 지원책을 강력히 촉구했다.
김성덕 중앙대병원 의료원장은 “메르스 사태가 끝나가고 있는 지금도 콘트롤 타워가 없다”고 꼬집고 “이번 기회가 절호의 찬스라고 본다. 박상근 회장이 특유의 정치력을 발휘,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용인 다보스병원장은 “우리 병원은 경유병원으로 피해를 입었다. 피해가 적지 않았지만 보상은 기대하지도 안한다.”며 “이번이 의료계로서는 좋은 기회다. 그리고 모든 문제의 근원은 수가에 있다. 수가인상을 위해 의료계의 한목소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병협의 확실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박상근 병협회장은 마지막 인사를 통해 “오늘 이 자리는 에비던스 베이스 확보를 위한 것으로 직접피해 병원에게는 직접 지원을, 간접피해 병원에게는 충분한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박 회장은 “의료계가 거듭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당장 수렁에 빠져 있는 회원병원들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이후 청사진을 제시하겠다”며 “내일(7월2일) 오전10시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면 수렁에 빠진 회원병원을 건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