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6:36 (화)
클래식 이야기 〈315〉
클래식 이야기 〈315〉
  • 의사신문
  • 승인 2015.06.29 1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세페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

 ■이탈리아인의 가슴에 영원히 불타오르는 노래

 `날아가라 상념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 잃어버린 아름다운 조국이여…'
 2011년 이탈리아 통일 150주년을 맞아 로마 오페라 극장에서는 오페라 〈나부코〉를 지휘하던 리카르도 무티가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나올 때 객석으로 몸을 돌려 청중을 향해 맨손으로 지휘를 하기 시작하자 무대의 합창단과 함께 관객들이 따라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음악이 시대를 뛰어넘어 민족의 가슴에 영원한 생명력으로 불타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1839년 26세의 베르디는 첫 오페라 〈산 보니파치오의 백작 오베르토〉의 초연부터 순조로운 출발을 했지만, 두 번째 오페라 〈왕국의 하루〉를 작곡할 무렵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이를 질병으로 모두 잃은 참담한 상황에서 초연도 대실패를 했다. 그러나 라 스칼라 극장 지배인 메릴리와 프리마돈나 주세피나 스트레포니의 우정과 호의에 힘입어 작곡한 〈나부코〉의 1842년 초연이 압도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당시 오스트리아의 지배하에 있던 절망과 실의에 빠진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희망의 날개를 달아 주었다.

 베르디는 “이 대본을 받아들고 집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참을 수 없는 서글픔이 엄습해왔다. 너무나 괴로워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집에 돌아와 대본을 넘기다 `날아가라 상념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에 이르자 가슴속 벅찬 감동이 차올랐다. 잠자리에 누웠지만 흥분으로 잠을 이룰 수 없어 다시 대본을 읽었다. 그러다 밤을 지새우고 아침이 되자 나는 대본을 다 외워버린 것만 같았다.”라고 당시를 회상하였다. 기원전 6세기 구약성서에 나오는 바빌로니아 왕 느부카드네자르 2세를 이탈리아어로 `나부코'라 부른다. 오귀스트 부르주아와 프란시스 코르누의 희곡 〈나부코도노솔〉 중 열왕기, 다니엘서, 예레미아서 등에 기초하여 테미스토클레 솔레라가 대본을 쓰고 베르디가 작곡하였다. 

 베르디는 역사 속의 용맹하고 덕이 많은 탁월한 지략가인 느부카드네자르 2세의 기구한 운명에 초점을 맞췄다. 오페라의 줄거리는 나부코가 이집트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유대국을 공격해 예루살렘을 함락시킨 후 아라비아에 원정을 갔을 때 실성하게 되어 짐승처럼 살게 되다 어느 날 히브리의 하느님에게 귀의하게 된다는 다니엘서의 기록을 토대로 구성하였다.

 △제1막 예루살렘의 솔로몬 성전 히브리 제사장 자카리아는 바빌로니아 왕 나부코가 공격해 올 것을 두려워하여 백성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준다. 한편 히브리 왕의 조카 이스마엘레는 인질로 잡혀와 있는 나부코의 둘째 딸 페네나 공주와 사랑에 빠져 그녀를 탈출시킬 기회를 엿보고 있다. 페네나는 이스마엘레가 바빌로니아에 포로로 있을 때 그를 구해준 적이 있다. 나부코의 큰 딸인 아비가일레가 나타나 이스마엘레가 자신을 사랑한다면 히브리인들 모두를 살려주겠다고 하자 이스마엘레는 그 제안을 단호히 거절한다. 나부코가 예루살렘을 초토화하겠다고 위협하자 자카리아는 페네나를 죽이겠다고 맞선다. 이때 이스마엘레가 자카리아의 칼을 뺏고 페네나를 풀어준다. 이를 본 나부코는 성전을 파괴하라고 명령한다.

 △제2막 바빌로니아 왕궁 홀 아비가일레는 자신이 노예 출생이라는 비밀문서를 발견하고 나부코가 페네나에게 왕위를 물려줄 계획에 분노한다. 이때 바빌로니아 대사제는 페네나 공주가 히브리인들을 풀어주려고 한다며 아비가일레에게 달려와 나부코가 쓰러졌다고 소문을 낼 테니 그녀가 즉시 왕위에 올라야 한다고 간언한다. 포로로 잡힌 자카리아는 페네나에게 유대교 율법을 가르쳐 유대교로 개종시킨다. 히브리인들은 페네나를 구해준 이스마엘레를 반역자라 비난하지만 자카리아는 페네나는 개종을 하여 히브리인이 되었다며 이스마엘레를 옹호한다. 갑자기 나타난 나부코는 자신은 `왕이 아니라 유일신'이라며 자신을 숭배하라고 외친다. 그 순간 벼락이 내리쳐 그를 쓰러뜨리자 왕관이 굴러 떨어진다. 이때 아비가일레는 왕관을 집어쓰고 바빌로니아 신을 찬양한다.

 △제3막 바빌로니아의 공중 정원 아비가일레가 스스로 왕이 되었다고 선포하자 귀족과 제사장은 충성을 맹세한다. 이때 실성한 나부코가 나타나 아비가일레를 비난하는데 아비가일레는 히브리인들의 명단을 내밀며 나부코에게 이들의 처형을 승인하는 서명을 요구한다. 나부코는 아비가일레의 출생의 비밀을 밝히면서 협박하지만 이를 이미 알고 있던 아비가일레는 비밀문서를 불태우고 그를 감금한다. 한편 포로로 잡힌 히브리인들은 유프라테스강변에서 잃어버린 조국을 그리며 `날아가라 상념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를 합창한다.

 △제4막 바빌로니아 왕궁의 방 나부코가 악몽에서 깨어나 보니 페네나가 사슬에 묶여 형장으로 끌려가고 있다. 그는 히브리인의 신에게 용서를 빌며 자신이 파괴한 성전을 다시 재건할 것을 약속한다. 그때 충신 압달로가 들어와 나부코가 미친 것이 아니라고 기뻐하며 충성을 맹세한다. 나부코는 그와 함께 페네나를 구한다음 히브리인을 구하고 바빌로니아의 신전을 파괴하라고 명하면서 자기 백성들에게 히브리의 신을 찬양한다. 한편 독약을 마신 아비가일레는 히브리신의 자비를 구하며 숨을 거둔다.

 ■들을만한 음반: 주제페 시노폴리(지휘), 베를린 도이치오페라단, 피에로 카푸칠리(나부코), 플라치도 도밍고(이즈마엘레), 게나 드미트로바(아비가일레)[DG, 1982]; 리카르도 무티(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마테오 마누게라(나부코), 베리아노 루체티(이즈마엘레), 레나타 스코토(아비가일레), 니콜라이 가우로프(자카리아)[EMI, 1977]; 람베르토 가르델리(지휘), 빈 국립오페라단, 티토 고비(나부코), 브루노 프레베디(이즈마엘레), 엘레나 솔리오티스(아비가일레), 카를로 카바(자카리아)[Decca, 1965]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