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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제로 레온카발로 오페라 〈팔리아치〉
루제로 레온카발로 오페라 〈팔리아치〉
  • 의사신문
  • 승인 2015.06.1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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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14〉

 


 

 ■허구와 현실이 혼합된 베리스모 오페라

 음악에 대한 열정을 버릴 수 없었던 레온카발로는 어린 시절 유복하게 자랐지만 무명 음악가로 카페에서 피아노를 치며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대성공을 지켜보면서 베리스모 오페라를 쓰는 것이 자신의 길이라고 확신하고 오페라를 쓰게 된다. 오페라 대본도 직접 쓰기로 한 그는 자신이 어렸을 때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소재로 삼았다. 1865년 성모 승천제가 있던 날 당시 7세였던 레온카발로는 아버지가 판사로 재직하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 몬타르토에서 하인과 유랑극단 공연을 보러갔었다. 공연 도중 하인이 광대의 아내를 희롱했는데 남편에게 들켜 싸움이 벌어지게 되고 두 사람이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그의 아버지가 그 사건의 재판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어린 레온카발로에게 이 사건은 매우 큰 충격이었다.

어렸을 때의 이 사건을 좀 더 사실적이고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레온카발로는 공연과 실제가 엇갈리는 장면을 삽입하여 `허구와 현실의 혼합'이라는 특이한 구성으로 베리스모 오페라를 완성하였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기존 오페라와 달리 광대 토니오가 무대에 나와 프롤로그를 부르면서 오페라가 시작하는데 이는 오페라 전체의 인상을 규정짓는 중요한 역할로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기획이었다. `팔리아치'는 큰 단추로 장식된 헐렁한 옷을 입은 광대라는 뜻으로 1892년 밀라노에서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초연된다.

 19세기 후반 산업혁명과 기술 발달로 사람들이 좀 더 현실적인 것에 눈뜨면서 예술도 과학적인 엄밀성에 준하여 창작돼야 한다며 `자연주의'를 주장하게 된다. 프랑스에서 자연주의의 물꼬가 터지면서 이탈리아 오페라에도 그 흐름이 나타나게 된다. 이전까지 베르디가 주도하던 오페라는 대개 역사적 사건이나 문학작품을 각색하여 특정 층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였으나 베리스모 오페라는 이러한 것을 부정하고 배제하였다. 대표적인 베리스모 오페라가 바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팔리아치〉인데 이 두 작품은 공연시간이 길지 않고 그 성격과 음악 경향이 비슷하여 `카브 페그(Cav-Pag)'라는 이름으로 하루 밤에 같이 공연되는 경우가 많다.

 프롤로그 짧은 서곡 뒤 토니오가 나타나 “안녕하십니까! 신사 숙녀 여러분, 불초소생이 한 말씀드립니다”라며 프롤로그를 부르고 퇴장하자 오케스트라가 격렬하고 빠른 음을 분출하면서 막이 오른다.

 △제1막 몬타르토 마을 입구 성모 승천제를 축하하기 위해 매년 이맘때 가설무대에서 팔리아치 극단을 보기 위해 모인 마을 사람들이 유쾌하게 떠들면서 `팔리아치가 왔다'를 합창한다. 극단 일행이 무대의상을 걸치고 나타나고 카니오와 그의 아내 네다가 마차에 올라 북을 치며 마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오늘밤 7시에 시작한다고 알린다. 네다가 마차에서 내리려 할 때 그녀를 짝사랑하던 곱추 토니오가 손을 내밀자 카니오가 때린다. 사람들이 비웃으며 “그가 네다를 좋아하니 조심하라”고 말하자 카니오는 “농담이겠지. 하지만 무대 밖에서라면 용서가 없다”며 그녀의 뺨에 키스하며 노래한다. 이때 교회 종소리와 함께 사람들은 교회로 들어가고 네다만 혼자 남는다. 남편 몰래 마을 청년 실비오와 밀애를 하는 네다는 질투심 많은 남편의 의심을 걱정하며 아리아 `새의 노래'를 부른다. 그때 토니오가 나타나 사랑고백을 하며 키스하려다 그녀가 회초리로 때리자 “두고 보자”며 사라진다.

잠시 후 실비오가 나타나 `사랑의 이중창'을 부르며 도망갈 것을 약속한다. 이를 몰래 보고 있던 토니오는 카니오를 데려와 그 광경을 보여준다. 격분한 카니오는 단도를 갖고 그를 추격하지만 그는 도망간다. 카니오는 네다에게 그 놈의 이름을 대라며 칼로 위협하는데 동료가 들어와 말리며 곧 공연이 시작된다며 모두 나간다. 혼자 남은 카니오는 비통한 심정으로 아리아 `의상을 입어라'를 부르며 막이 내린다. 짧지만 아름다운 간주곡이 연주된다.

 △제2막 극장 안 무대 앞 토니오가 북을 치며 등장하고 네다는 돈을 걷으면서 관객 속 실비오에게 조심하라고 말한다. 연극 제목은 〈남편이 집에 돌아온다〉로 남편 팔리아치가 없을 때 네다가 맡은 역인 부인 콜롬비나는 애인 알레키노를 맞이하기 위해 하인 타데오를 심부름 보낸다. 잠시 후 달콤한 세레나데 `오! 콜롬비나'를 부르며 알레키노가 들어온다. 타데오로 분장한 카니오가 나타나 우스운 몸짓으로 콜롬비나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그녀는 상대도 안하자 알레키노가 그를 내쫓는다.

두 사람은 남편에게 수면제를 먹인 후 도망가자고 한다. 이때 팔리아치가 오자 알레키노는 도망가며 “오늘 밤”이라 하자 콜롬비나는 “오늘밤부터 영원히 당신 것”이라며 답한다. 팔리아치가 들어와 “그놈이 누구냐?”고 캐묻자 “타데오”라고 답하자 타데오 역을 한 카니오가 옷장에서 우스꽝스럽게 나온다. 이를 본 관객들이 박장대소하자 이때 현실과 무대를 착각한 카니오는 격분하며 극적인 아리아 `나는 이미 팔리아치가 아니다'를 부른다. 이때 네다는 아리아 `당신이 그렇게 비극적인 사람인 줄 몰랐어요'를 부르자 관객들은 더 실감을 느껴 갈채를 보낸다. 실제로 그가 계속 그녀를 추궁하자 이상히 여긴 관객들은 수근 댄다. 격분한 카니오가 네다를 찌르고 그녀가 “실비오! 살려줘요”라 외치자 그는 “네 놈이구나”하며 무대 위로 뛰어올라온 실비오도 찌른다. 관객들이 혼비백산하자 그는 “희극은 끝났습니다”라고 외치며 막이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마리아 델 모나코(카니오), 가브리엘라 투치(네다), 코널 멕닐(토니오), 프란체스코 몰리나리-프라델리(지휘), 로마 산타 체칠리아음악원 오케스트라[Decca, 19559]; 카를로 베르곤지(카니오), 조안 칼라일(네다), 주제페 타데이(토니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라스칼라 오페라[DG, 1965]; 루치아노 파바로티(카니오), 미렐라 프레니(네다), 잉그바르 빅셀(토니오), 내셔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ecca, 1988]; 플라치도 도밍고(카니오), 테레사 스트라타스(네다), 후안 폰스(토니오), 조르주 프레트르(지휘), 라스칼라 오페라[Philips,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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