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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트로 마스카니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피에트로 마스카니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 의사신문
  • 승인 2015.06.0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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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13〉

■서민들의 삶을 그린 베리스모 오페라 걸작

 19세기 후반 이탈리아에는 낭만파의 색채에 젖어 있던 예술계에 반기를 들고 현실주의를 내세우는 예술계의 거센 파도가 일기 시작한다. 이 조류는 음악계에도 밀려들어 베리스모(verisimo) 운동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 선봉에 선 작품이 바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이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라는 뜻은 `시골기사도'를 뜻하는 것으로 시골 사나이들의 결투나 사교의 교범을 일컫는다. 그때까지 무대는 대부분 왕이나 귀족이 주인공이었으나 이 베리스모 연극과 오페라의 출현으로 그들의 배경 정도 밖에 되지 않았던 서민들이 주역으로 등장하게 되고 속어나 사투리로 말하거나 노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혁명, 산업화, 전쟁 등으로 서민들의 삶이 궁핍해져 가면서 화려한 오페라 소재에 회의를 느끼던 청중들이 고상한 취미에 호응하기보다는 진실을 있는 그대로 전하려는 현실주의 사조를 받아들이게 된다.

 1863년 이탈리아 리보르노에서 가난한 제빵사의 아들로 태어난 피에트로 마스카니는 13세에 오페라를 작곡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유일한 후원자였던 백부로부터 인정받아 케루비니 음악학교에서 정식 음악교육을 받았다. 그 후 밀라노 음악원에 입학해 당시 푸치니와 함께 하숙생활을 하면서 폰키벨리에게 작곡을 배웠다. 어느 날 집시 음악에 흥미를 느낀 그는 2년 만에 음악원을 중퇴하고 유랑 악단을 만들어 유럽 각지를 돌아다녔다. 1889년 이탈리아 최대 출판사 `손쪼뇨'가 단막 오페라를 위한 현상공모를 하는데 이때 가난에 찌들었던 마스카니는 공모를 위해 작품을 8일 만에 완성하였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출품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부인이 몰래 이 작품을 출품하여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최고상을 받게 된다. 하룻밤만에 27세의 청년 마스카니는 일약 유명 작곡가로 등극하게 된다. 훗날 그는 인기에 편승하여 〈친구 후리츠〉, 〈이리스, 1898〉 등 비슷한 종류의 오페라를 16곡 썼으나 데뷔작을 능가하지는 못하였다.

말년에는 페사로 음악원장, 로마 음악원장을 지내다 1929년 토스카니니의 후임으로 밀라노 라 스칼라 가극장의 지휘자가 되었고, 무솔리니 독재 치하에서 국민음악가로 추대된다. 이로 인해 동료나 후배음악가들에게서 버림을 받고 1945년 로마의 한 허술한 호텔방에서 외로이 81세의 생을 마감한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원작소설을 쓴 조반니 베르가는 시칠리아에서 태어난 소설가로 알렉상드르 뒤마 1세를 모방한 소설을 쓰기 시작하였다. 프랑스 자연주의에 영향을 받아 객관적인 시각에서 진실을 묘사하면서 간결하고 엄격한 문체로 단편소설을 썼다.

그 중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1884년 각색되어 연극으로 상연되었는데 이를 본 마스카니가 조반니 토체티와 귀도 메나시가 함께 쓴 대본을 바탕으로 1막 2장의 오페라를 쓰게 된 것이다. 이 오페라의 아리아들은 복수에 복수로 이어지는 냉혹한 마피아의 세계를 그린 영화 〈대부〉 3편 후반부에서 쓰여 귀에 익은 선율로 다가온다. 대부의 아들은 시칠리아 가극장에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테너 투리두로 데뷔를 한다. 오페라의 아리아들과 함께 그 극장에서 벌어지는 암살과 복수 장면은 오페라의 흐름과 절묘하게 섞여 진행되면서 관객들에게 오페라와 함께 영화 〈대부〉를 머릿속에 오랫동안 각인시켜 주었다.

 △제1장 1880년경 시칠리아 섬 작은 마을의 부활절 갓 제대한 투리두는 애인 룰라가 같은 마을의 마차꾼 알피오에게 시집간 사실을 알고 괴로워하다가 자신을 위로해주는 처녀 산투차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나 결혼한 룰라가 투리두를 유혹하기 시작하자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다시 룰라와의 밀애가 시작된다. 첫 장면은 알피오가 일하러 간 뒤 투리두가 룰라와 밤을 지새우고 아리아 `우유 빛 셔츠처럼 하얀 룰라'를 부른다.

 이어 날이 밝으면서 마을 사람들은 광장에 모여 합창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를 부른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알피오는 마차를 몰고 나타나 사랑하는 아내 때문에 행복하다며 아리아 `말은 힘차게 달려'를 노래한다.

 이때 마을 사람들은 신부가 성상을 앞세우는 부활절 행렬의식을 지켜보며 `주 찬미가'를 부른다. 투리두와 결혼을 약속한 산투차는 그의 외도 사실을 알고 그의 어머니 루치아에게 자신의 처지를 투영한 유명한 아리아 `어머니도 아시다시피'를 부르며 질투심 많은 룰라가 투리두를 다시 유혹한다며 처절하게 하소연한다.

 얼마 후 산투차는 투리두에게 그 전날 어디있었느냐고 추궁하자 그는 냉혹하게 화를 내고 산투차는 알피오에게 그들의 관계를 폭로한다. 격분한 알피오는 투리두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유명한 간주곡이 연주된 후 △제2장 마을 광장 모두 모여 술을 마시다 술을 권하는 투리두를 알피오가 거절하며 모욕을 주자 그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얼마 후 투리두는 어머니에게 산투차를 딸처럼 여겨달라고 부탁한 뒤 알피오와 결투하러 나간다. 곧 마을 사람들의 비명이 울려퍼지고 투리두는 알피오의 칼에 찔려 숨을 거두며 막이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피오렌차 코소토(산투차), 카를로 베르곤지(투리두), 잔쟈코모 구엘피(알피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라 스칼라 가극장 오케스트라[DG, 1965]; 레나타 테발디(산투차), 유시 비욜링(투리두), 에토레 바스티아니니(알피오), 알베르토 에레데(지휘), 마지오 뮤지칼레 피오렌티노 오케스트라[Decca, 1957]; 마리아 칼라스(산투차), 주세페 디 스테파노(투리두), 파네라이(알피오), 툴리오 세라핀(지휘), 라 스칼라 오페라[EMI, 1953]; 빅토리아 데 로스 앙할레스(산투차), 프랑코 코렐리(투리두), 마리오 세레니(알피오), 가브리엘레 산티니(지휘), 로마오페라 오케스트라[EMI,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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