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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코모 푸치니 오페라 〈마농 레스코〉
지아코모 푸치니 오페라 〈마농 레스코〉
  • 의사신문
  • 승인 2015.05.2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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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11〉

 ■인간의 에로티시즘과 불행을 섬세하게 묘사

 푸치니는 프랑스 작곡가 마스네의 〈마농〉이 성공하자 프레보의 원작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세련된 에로티시즘과 인간의 불행을 묘사하는 섬세한 감각을 지녔던 푸치니는 소설을 읽는 가운데 줄거리나 등장인물, 전체적인 분위기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다고 생각했다. 〈마농 레스코〉에 대해 푸치니는 “마스네는 프랑스식으로 화장 냄새가 진동하는 것을 느꼈지만, 나는 이탈리아식으로 처참한 열정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마스네의 〈마농〉에 비해 푸치니의 〈마농 레스코〉가 더 원작에 가깝지만, 마스네의 작품과 유사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같은 장면을 피하고 가능한 그만의 색을 입히려 하다 보니 극적인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아 대본 곳곳에 약점들이 드러나 있다.

 제1막과 제2막은 내용이 연결되지 않고, 제4막에서도 두 사람이 왜 벌판을 헤매고 다니는지 원작을 읽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푸치니만의 화려한 색채의 관현악과 작품 전체를 통해 흐르는 선율은 대본의 단점을 충분히 보완하고 있다. 예수회와 베네딕트회의 수도승이었던 프레보는 〈어느 귀족의 추억과 모험〉이라는 소설을 발표한 후 수도원을 나와 영국과 네덜란드를 방랑하며 작품을 쓰게 된다. 〈마농 레스코〉의 원작인 〈기사 데 그뤼와 마농 레스코의 진실한 이야기〉는 〈어느 귀족의 추억과 모험〉의 제7편으로 1731년 암스테르담에서 출판되면서 이 작품은 작곡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게 된다.

 〈마농 레스코〉는 1893년 2월 토리노의 레지오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되기를 희망했던 푸치니의 생각과는 달리, 초연 장소가 토리노의 레지오 극장으로 결정된 것은 그의 작품 〈에드가〉가 라 스칼라 극장에서 얼마 전 실패한 데다 당시 초연을 8일 남긴 베르디의 〈팔스타프〉 공연 준비로 분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농 레스코〉의 초연은 완전 매진되었고, 이곳에서의 성공 이후 부에노스아이레스, 리우데자네이루, 상트페테르부르크, 뮌헨, 함부르크 등지에서도 연이어 상연되었다. 당시 젊은 평론가 버나드 쇼는 이 작품을 보고서 “내가 보기에 푸치니는 다른 어떤 경쟁자들보다 베르디의 후계자로 적합하다…이탈리아 오페라가 다시 부활했다”며 극찬을 하였다. 이를 계기로 푸치니는 당시 라이벌 관계에 놓여 있던 마스카니, 레온카발로 등을 능가하는 일약 국제적 명성의 작곡가로 성장하게 된다. 그 후 1922년 라 스칼라 극장에서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크리스마스 갈라 콘서트가 열렸다. 이때 토스카니니는 이 작품의 악기간 균형을 위해 일부 관현악을 편곡하여 가수들의 노래가 좀 더 잘 들리도록 했다. 이날 푸치니는 깊은 감명을 받고 다음날 토스카니니에게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의 심심한 감사'를 담은 편지를 보냈다. 오늘날에는 토스카니니의 편곡버전을 주로 연주하고 있다.

 △제1막 아미엥의 광장 화려한 서주와 함께 막이 오른다. 에드몬드가 동료학생들에게 아리아 `아름다운 밤이 온다'를 부르는데 마침 친구 데 그뤼가 등장한다. 이때 마농과 그녀의 오빠 레스코, 제롱트이 마차에서 내린다. 데 그뤼는 마농의 아름다움에 반해 마농에게 말을 건네자 마농은 지금 수도원에 가는 중이라며 데 그뤼에게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제롱트는 레스코에게 마농을 좋아한다고 밝히지만, 레스코는 카드놀이에 정신이 없다. 에드몬드는 마농을 납치하려는 제롱트의 계략을 눈치 채고 이를 데 그뤼에게 말한다. 에드몬드의 도움으로 데 그뤼와 마농은 준비해 둔 마차로 한발 앞서 도망가자 제롱트와 레스코는 마농을 찾기로 결심한다.

 △제2막 파리 제롱트의 저택 저녁 파티에 나갈 화장을 하고 있는 마농은 전에 데 그뤼와 함께 살았던 허름한 아파트 생활을 잊지 못하고 있다. 제롱트가 나간 후 데 그뤼가 찾아와 마농에 대한 원망을 늘어놓자 그녀는 용서와 사랑을 호소한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껴안을 때 제롱트가 들어온다. 마농은 제롱트의 늙고 흉한 얼굴을 조소하자 제롱트는 화가 나 뛰쳐나간다. 데 그뤼는 같이 도망치자고 재촉한다. 보석에 미련이 남은 마농은 도망가기 전 데 그뤼의 만류에도 보석을 챙기려다 경찰이 들이닥치면서 매춘과 도둑질 죄명으로 체포된다.

 간주곡. △제3막 르 아브르 항구의 부둣가 마농은 다른 여자 죄수들과 함께 임시 감옥에서 미국행 배를 기다리고 있다. 먼동이 트기 전, 데 그뤼와 레스코는 감옥 근처에 숨어 마농을 구출하려고 하고, 데 그뤼는 감옥창살을 통해 마농과 대화를 나눈다. 갑자기 호각소리가 나자 레스코가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으니 도망가자고 말한다. 죄수들을 배에 실으려고 할 때 데 그뤼가 나타나자 마농은 자기를 잊어달라고 하지만, 데 그뤼는 호위하는 중사에게 매달려 자신도 미국으로 데려가 달라고 애원한다. 그의 간청에 감동을 받아 선장이 승선을 허가한다.

 △제4막 뉴올리언스 근처 황량한 벌판 도망 나온 마농과 데 그뤼가 남루한 차림으로 등장한다. 마농은 지쳐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자 데 그뤼는 용기를 가지라고 말한다. 마농이 의식을 되찾아 목이 마르다고 하자 데 그뤼는 물을 찾아 다녔지만 빈손으로 돌아온다. 마농은 마지막 키스를 나눈 후 서서히 죽어가고, 데 그뤼는 시체에 엎드려 통곡하며 막이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미렐라 프레니(마농), 플라치도 도밍고(데 그뤼), 레나토 브루손(레스코), 주제페 시노폴리(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DG, 1983]; 마리아 칼라스(마농), 주세페 디 스테파노(데 그뤼), 줄리오 피오라반티(레스코), 툴리오 세라핀(지휘), 라 스칼라오페라[EMI, 1957]; 미렐라 프레니(마농), 루치아노 파바로티(데 그뤼), 주제페 타데이(레스코), 제임스 레바인(지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Decca,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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