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20:31 (목)
빈센초 벨리니 오페라 <몽유병의 여인>
빈센초 벨리니 오페라 <몽유병의 여인>
  • 의사신문
  • 승인 2015.05.18 14: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클래식 이야기 〈310〉

 ■아름다운 멜로디의 동화 같은 이야기
 오페라의 제목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몽유병에 걸린 한 여인을 지칭하고 있다. 실제 오페라무대 위에서도 여주인공은 두 번의 몽유병 상태에 들어간다. 이 몽유병은 오페라에서 갈등이 만들어지는데 결정적인 구실을 하게 된다. 실제로 이 정신과 질환은 어린아이들에게 잘 생기고 성장하면서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성인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증상은 잠을 자다가 일어나 멍하고 초점 없는 눈으로 돌아다니는 모습이 특징적이다.

 오페라의 주제는 `사랑'과 `배반'으로 단순하다. 사랑-질투-오해-배반-해명-화해 등으로 연결되는 오페라의 구조 역시 단순함 속에 진한 감동을 자아내는 벨리니의 음악적 위대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벨리니는 유제느 스크리브와 쟝 피엘 오머가 공동으로 쓴 희곡을 오페라로 산뜻하고 아름답게 작곡하였고 이 음악에 맞춰 대본가인 펠리체 로마니가 대본을 썼다. 다만 로마니는 극중에 나오는 미지의 신사 로돌포가 마을의 젊은 아가씨 아미나의 아버지인 것으로 밝혀지기를 원했지만 벨리니가 동의하지 않아 그대로 두었다. 그는 오페라의 다른 장면에서 그런 힌트를 충분히 줄 수 있기 때문에 구태여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벨리니는 음악뿐만 아니라 오페라 대본에 있어서도 치밀한 예술적 감각을 보여주었다.

 로시니, 도니체티와 더불어 19세기 초 이태리 오페라를 대표하는 벨리니는 어릴 때부터 교회 음악가인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지도 아래 작곡가의 재능을 발휘하여 이미 6살 때 첫 작품을 작곡하였다. 나폴리 왕립음악원 재학 중에 쓴 오페라 〈아델손과 살비니〉는 벨칸토 오페라의 전형으로 평가받아 일찍이 롯시니의 후계자로 지목된다. 1830년 로미오와 줄리엣을 주제로 한 〈카플렛가와 몬테규가〉, 〈몽유병 여인〉, 〈노르마〉를 발표했으며, 이후 파리로 이주하여 〈청교도〉로 대성공을 거둔 후 이를 마지막으로 34세의 나이에 요절하게 된다. 벨리니의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에 영향을 받은 쇼팽은 임종 시 그의 아리아를 듣기 원했고, 벨리니의 작품에 매료된 바그너와 스트라빈스키는 그를 베토벤과 함께 `위대한 2B'로 손꼽았다.

 △제1막 제1장 아미나와 엘비노의 약혼 날 모두 축하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엘비노를 좋아하는 여관집 여주인 리자는 기분이 좋지 않다. 그녀를 귀찮게 따라다니는 것은 아레시오였다. 물레방앗간 아가씨 아미나가 나타나 인사를 한다. 아레시오는 자신이 만든 축하의 노래를 그녀에게 들려준다. 엘비노가 공증인을 데리고 와서 반지를 교환하고 약혼서약을 한다. 이때 마차에서 신사가 내리면서 마을을 추억에 어린 듯 바라보면서 노래한다. 이 사람이 어렸을 때 떠났던 이 마을 영주인 로돌포 백작인 줄은 아무도 모른다. 백작에게 신부를 소개시키자 아름답다고 칭찬을 한다. 해가 저물자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 유령이 나타난다고 하면서 귀갓길을 재촉한다. 백작은 리자의 여관에 머물게 된다.
 제2장 그날 밤 여관 침실 백작이 쉬고 있는데 리자가 들어온다. 그녀는 그에게 경의를 표하러 왔다며 추파를 보내는데 인기척이 나자 그녀는 당황하여 스카프를 떨어뜨린 채 나간다. 그때 나이트가운을 입은 아미나가 몽유병자가 되어 나타난다. 유령이라 여긴 백작은 그녀가 그의 소파 위에서 잠이 드는 것을 보자 살그머니 방에서 나간다. 이를 몰래 보고 있던 리자는 엘비노에게 일러바친다. 마을 사람들은 백작이 영주였다는 것을 알고 인사차 찾아왔으나 백작은 없고 처녀가 자고 있는 것을 확인한다. 이때 엘비노와 아미나의 양모 테레사가 리자를 따라온다. 그는 침실에 아미나가 있는 것을 보고 놀라 화를 낸다. 아미나는 눈을 뜨고 두리번거리고 엘비노는 파혼이라며 화를 내자 그녀는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이 나지 않아 기절하고 만다.

 △제2막 제1장 마을 광장 사람들은 백작에게 아미나의 결백을 증명해 달라 요청한다. 테레사도 딸의 결백을 증명해 달라고 아미나를 데리고 온다. 이때 엘비노가 나타나 쓸쓸하게 노래하자 듣고 있던 아미나는 용기를 내어 자기의 억울함을 호소한다. 이때 백작도 아미나의 결백을 증명하게 된다. 그러나 질투심에 불탄 엘비노는 아미나의 손에서 반지를 빼앗아가 버린다.
 제2장 화가 난 엘비노가 결혼신청을 하자 리자는 마냥 기쁘기만 하다. 백작이 나타나서 아미나는 몽유병자라고 설명하고 그녀의 결백을 증명해 주고 있을 때 테레사가 나타난다. 그녀는 리자가 백작의 침실에 떨어뜨린 스카프를 보이며 리자의 헤픈 행동을 비난한다. 그때 물방앗간 안에서 한 손에 램프를 들고 흰 가운을 입은 아미나가 나타나 좁은 물레방앗간의 외나무다리를 건너려 한다. 낡아빠지고 부러진 외나무다리를 가까스로 건너고 있다. 천진스런 아미나의 모습을 보고 엘비노는 비로소 그녀의 결백을 믿게 되고 잠자고 있는 그녀의 손가락에 살그머니 반지를 도로 끼워 준다. 다시 잠에서 깬 그녀는 엘비노가 오해를 풀고 용서해 주었다는 것을 알고 서로 기뻐하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마리아 칼라스(아미나), 니콜라 몬티(엘비노), 안토니노 보토(지휘), 밀라노 라스칼라오페라(EMI, 1957); 조안 서덜랜드(아미나), 루치아노 파바로티(엘비노), 리차드 보닝(지휘), 내셔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ecca, 1980); 나탈리 드세이(아미나), 프란체스코 멜리(엘비노), 에벨리노 피도(지휘), 리옹 오페라(Virgin, 2002)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