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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지원 현황을 보고
전공의 지원 현황을 보고
  • 의사신문
  • 승인 2015.05.1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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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기의 마로니에 단상 〈14〉

 모두들 우리 사회가 점점 혼돈의 시대로 흘러간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다양화되는 현상이라고 한다. 기존의 질서와 가치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고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인 것이다.
 의학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신참 의사들의 전공의 지원경향을 보면 해마다 혼돈스럽게 바뀌고 있어 우리들이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젊은 의사들이 현 의료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변할지 암시를 준다.

올해 특이한 점이 내과 전공의 미달사태이다. 외과 분야는 이미 3D 업종으로 인식되어 수년전부터 미달 사태가 생겼으나 내과의 경우 사상 초유이다. 지방의 유수한 모 대학병원의 경우 내과와 외과에 지원자가 한 사람도 없는 기현상이 생겼다. 의사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의술의 시작점이고 주류인 분야를 외면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앞으로도 지속될 심각한 사태라고 판단한다. 내과가 의학의 본류이므로 젊은 의사들이 내과 지원을 회피하는 것은 의학 자체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다시 말하면 의료인들이 타고 있는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피해 오솔길로만 찾아 달리고 있는 꼴이다.

 요즘 신세대 의사의 정체성이 변하고 있는 증거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여겨지던 의사의 역할이 의사 자신의 생각과 달라진 것이다. 예를 들면 피부과 전문의가 피부병은 보지 않고 피부 미용 관리만 하거나 가정의학과 의사가 일차 주치의 업무는 회피하고 비만치료만 열중하는 경우이다. 실제 우리 주위에서 이러한 예가 적지 않아 중증의 피부병은 대학병원에서만 진료하고 가정의학과는 그 본연의 존재 의미가 옅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진행하면 의료인의 정의가 달라질 수도 있겠다. 의사는 질병을 예방하고 진단, 치료하는 전문 직업인이 아니고 사람의 신체 표면 부위를 변화시켜 이익을 취하는 기술자로, 극단적으로 여겨질 수가 있다. 이러한 개념을 가진 의사는 숭고한 봉사정신을 갖추는 대신 깔끔한 성격에 손재주가 있는 현실주의자가 되려고 할 것이다.

 여러분이 짐작하는 바와 같이, 전공의 지원에서 오는 이런 혼돈은 배금주의에 원인이 있다. 쉽게 비교적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전문분야를 찾아 해매는 것이다. 해마다 보험 정책의 변화에 따라서 수입이 많아지는 분야가 변하고, 이런 과에 신청자가 몰리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어려운 일은 피하고 편안한 생활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소시민적인 경향이다. 명예보다는 안락을, 인생의 성공에서 얻는 보람보다는 사소한 일상의 행복을 택한다.

 의업의 매력은 돈을 버는 경제적인 활동과 일에서 얻는 보람이 완벽하게 일치되는데 있다. 대부분의 직업은 자기완성과 자기만족과는 관계없는 업무에서 경제적인 이익을 취한다. 주어진 자기 운명을 이겨내고 성공한 위인들은 먹고사는 직업이 따로 있었다. 철학자 스피노자는 안경 랜즈를 만들고 박수근 화백은 시계 수리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면서 철학과 회화를 공부하였다. 의사는 환자의 진료 과정에서 돈을 벌고 또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젊은 의사에게 의업의 이러한 매력과 보람을 인식시켜야 되겠다.

 돈이 갖는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 배금주의는 모든 분야에서 만연하고 있고 막을 수도 없다. 이러한 판단에 기초로 하여 의료체계 개선에 임하여야 한다. 힘들고 고생을 하는 의료행위가 보답을 받아야 한다.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이지만 이제는 시행되어야 한다. 전 국민 의료제도를 보다 효과적인 체계로 변하여야 한다. 미국에서 의사가 적었던 과거에 만든 의약분업 제도, 가정 주치의-전문의 제도 등을 우리 현실에 맞게 고쳐 의료비와 인건비의 낭비를 줄여야 한다. 건강이 개인최고의 관심사가 된 이상 개인도 더 부담을 지워야 하고 국가도 전폭적으로 지원을 하여야 한다. 극히 일부이지만 공공의료가 공짜라는 인식하에 선심성으로 낭비하는 경우도 없어져야 되겠다. 결론적으로 의료계 전체의 파이를 늘리고 합리적으로 분배해야 한다. 이러면 저절로 내과, 외과가 과거의 인기와 영광을 되찾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의료인이 주 역할을 하여야 한다. 어떤 분은 개업하고 있는 개인의사가 하기에는 한계가 많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매일 환자와 접촉하고 이들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사람들은 일선에 있는 임상의사이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대로 국민의 마음이 움직여야 전체적인 방향이 바뀔 것이다. 종합병원 근무의사나 의과대학 교수도 사회적인 책무를 다해야 한다. 언론에서 예능인의 역할을 할 것이 아니라 생활보건지도를 하고 과학적인 의학지식을 계몽하여야 한다. 도처에서 만연되고 있는 잘못된 민간, 한방 진료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것이 언론에 관여하는 의료인의 올바른 자세이다.

 의사단체도 더 역할을 강화하여야 한다. 과거 집행진에 문제가 있었다고 실망해 외면하면 안된다. 우리의 유일한 대외창구이기 때문이다. 조직적으로 강화된 행동으로 장기적으로 정부와 국민을 설득하여야 한다. 대학에서는 의료윤리와 인문학 교육도 강화되어야 한다.
 혼돈은 새로운 질서로 나아가는 시작점이다. 역사의 질서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반복적으로 작용하여 그 합을 이루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우리 개개인이 의료 역사를 바꾸는 주역이 되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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