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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하르트 바그너 오페라 〈로엔그린〉
리하르트 바그너 오페라 〈로엔그린〉
  • 의사신문
  • 승인 2015.05.0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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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08〉

 

 ■영웅을 무조건 신뢰하는 여성상을 꿈꾸며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묻지 마라” 혼례의 합창이 울려 퍼진다. 신방에서 백조의 기사는 사랑을 기뻐하지만, 기사에 대한 의혹과 불안한 마음으로 신부 엘자가 금지된 질문을 던진다. 기사는 왕에게 엘자가 금문을 파기했다며 자신은 몬살바트 성배의 기사 로엔그린이라고 밝힌 후 성으로 돌아간다. 많은 신화에서도 원하는 일을 이룰 때까지 절대로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되고,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등장하지만 주인공이 이를 깨트리면서 대개 비극으로 치닫는다. 오페라 〈로엔그린〉도 이런 `금지와 위반'을 기본 틀로 삼으면서 신뢰를 주제로 하기 때문에 3막 `혼례의 합창'은 지금까지도 신부가 입장할 때 많이 연주되고 있다.

 바그너는 중세문학 작품인 볼프람 폰 에셴바흐의 `파르지팔', 콘라트 폰 뷔르츠부르크의 `백조의 기사', 작자 미상의 중세 서사시 `로엔그린'과 그림형제의 `독일 설화집' 등을 참고해서 이 오페라를 만들었다. 그는 자주 독일 신화와 중세문학의 소재에서 자신이 원하는 부분만을 발췌 각색하여 그만의 작품을 만들었다. 평소 통일된 강력한 민족국가인 독일을 열망했던 그는 `백조의 기사' 로엔그린은 심리적 상처를 치료해주는 동시에 순수한 `독일정신'을 제시하는 예언자로 그렸고, 이 영웅의 민족적 사명을 무조건 신뢰하는 여성상을 강조하였다.

또한 이 작품에서 아리아와 해설을 섞어 말하는 기법으로 만들면서 주도동기(leitmotif)를 확립하는 등 음악적인 기법에서 큰 성과를 보였다. 등장인물의 인간적 심리 묘사는 더 면밀해졌고 오케스트라의 음색은 더 풍부해졌다. 한편 바그너의 반유태주의가 잘 드러나 있는데 이전에 그가 경제적 곤경을 겪었을 때 느낀 유태인들에 대한 적대감이 반영되어 있다. 유태인의 상업주의가 당대 예술을 망치고 있다며 유태인들의 예술을 `타락의 꽃'이라고 불렀다.

 드레스덴에 있을 때 오페라 〈탄호이저〉와 〈로엔그린〉을 작곡하였으나 1849년 드레스덴에서 전제정치 혁명에 동참한 바그너는 정치범으로 몰려 취리히로 망명하게 된다. 이 작품은 1850년 바이마르 극장에서 프란츠 리스트의 지휘로 초연하였으나 정작 바그너는 참석하지 못하였다. 그가 1862년 빈 극장에서 처음 연주를 하였을 때는 열광적인 환영을 받게 된다.

 전주곡 일생을 바친 기사에 의해 수호된 수백 년간 몬살바트 산에 숨겨져 왔던 `그랄의 성배'의 주제로 천국의 분위기를 나타낸다.

△제1막 안트워프의 세르데 강변 이곳 영주인 고트프리트 공작은 아직 어려서 텔라문트 백작이 보살피고 있는데, 얼마 전 고트프리트가 행방불명되었다. 텔라문트 백작은 고트프리트의 누이인 엘자가 영주의 작위상속을 받으려는 야심을 품고 동생 고트프리트를 죽였을 것이라고 독일 왕 하인리히 1세에게 진언한다. 엘자는 왕의 배려로 신의 재판을 승낙 받고 자신을 대신하여 텔라문트 백작과 싸울 기사로 지난 밤 꿈에서 만난 기사를 선택하겠다고 한다. 엘자가 신에게 기도드리자 갑자기 강 위에 백조의 인도를 받아 기사 로엔그린이 배를 타고 다가온다. 꿈에서 보았던 바로 그 기사였다. 이것을 본 텔라문트와 그의 아내 오르트루트는 절망과 공포에 떤다. 백조의 목에 감긴 쇠사슬을 보니 바로 자기들이 마법으로 백조로 변하게 한 엘자의 동생 고트프리트였기 때문이다. 엘자는 기사 앞에 무릎을 꿇고 텔라문트와 결투해 줄 것을 부탁한다. 그러자 기사는 엘자에게 말하기를 “나를 믿어 주시오. 그리고 내가 결투에서 승리한다면 당신은 나의 아내가 되어 주오. 그러나 내가 어디서 왔는지, 내 이름과 혈통에 관해서는 절대로 물어서는 안 되오”라고 말한다. 마침내 기사와 텔라문트의 결투는 기사의 승리로 막이 내린다.
△제2막 안트워프 성 안의 광장 한밤중 교회계단에서 텔라문트와 그의 아내 오르트루트는 엘자와 로엔그린의 맹세 서약을 파기시키고자 엘자를 움직여 로엔그린에게 금지된 질문을 하게 계략을 꾸민다. 그때 엘자가 궁정 발코니에서 행복을 노래하고 있다. 이를 본 오르트루트는 그녀의 방에 들어가 지금까지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며 동정을 구한다. 용서를 받은 오르트루트는 기사에 대한 의심과 불신의 마음을 자극한다. 이때 왕의 시종은 텔라문트 부부의 추방과 함께 기사와 엘자의 결혼식을 포고한다. 며칠 후 혼례의 행렬과 함께 엘자가 교회로 들어가려는데 오르트루트가 나타나 저 기사는 악마라며 공포와 의심의 싹을 키우게 한다. 텔라문트는 로엔그린이 신을 기만한다며 그의 이름과 출생지를 밝힐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로엔그린은 왕에게 그것을 밝힐 수 없으나 엘자가 원한다면 대답할 수 있다고 한다.

△제3막 성안의 신부 방 전주곡에 이어 유명한 `혼례의 합창'과 함께 엘자와 기사는 결혼식을 올린다. 둘만 남게 되자 엘자는 기사에 대한 의심이 솟아 금단의 질문을 하게 된다. 이때 텔라문트가 심복들과 함께 습격을 하여 결투가 벌어지고 텔라문트가 죽고자 심복들은 로엔그린 앞에 무릎을 꿇는다. 텔라문트의 시체를 왕 앞에 옮긴 후 실신한 엘자도 왕 앞에 옮기도록 명령한다. 기사는 왕 앞에서 자신에 대한 엘자의 신뢰가 부족하여 두 사람의 행복은 사라졌다며 자기 신분을 밝힌다. 그는 몬살바트 산에 모셔 놓은 성배를 수호하는 기사의 한 사람으로서 그 나라를 통치하는 성배의 왕 파르지팔의 아들 로엔그린이라고 밝히고 훗날 왕이 이끄는 독일은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예언한다. 자기는 신분을 밝혔기 때문에 돌아가야만 한다고 말하자 앞서 나타났던 백조가 다가온다. 이별을 앞둔 로엔그린은 엘자에게 동생은 곧 살아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하며 기도를 드린다. 이때 비둘기가 내려와 백조의 목에 감긴 쇠사슬을 풀어주자 고트프리트 모습이 나타난다. 이를 본 오르트루트는 쓰러져 죽는다. 로엔그린은 비둘기가 인도하는 배를 타고 떠나고, 엘자는 동생 고트프리트의 팔에 안겨 정신을 잃고 숨을 거두며 막이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제스 토마스(로엔그린), 엘리자베트 그륌머(엘자), 루돌프 켐페(지휘), 빈 국립오페라(EMI, 1963); 볼프강 빈트가쎈(로엔그린), 비르기트 닐손(엘자), 오이겐 요훔(지휘),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Opera D'oro, 1954); 제스 토마스(로엔그린), 아냐 질랴(엘자), 볼프강 자발리쉬(지휘),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Decca, 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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