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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키노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조아키노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 의사신문
  • 승인 2015.04.2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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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06〉 

 ■봄날 같은 서민의 사랑 이야기와 지배층에 대한 반항을 묘사

 스페인의 남부 안달루시아 해안도시 세비야는 예로부터 문화, 예술, 학문과 산업의 중심지였다. 세비야는 문호 세르반테스가 문학적 향기를 드높였던 도시이며 벨라스케스와 무리요가 예술의 혼을 키웠던 곳이다. 또 중세 무어의 문화가 찬란하게 꽃피었던 곳이기도 하다. 무어 문화와 기독교 문화가 유연하게 혼합된 이국적 향취가 넘치는 이 도시는 그 특유의 낭만성으로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세비야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이 오페라 외에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비제의 〈카르멘〉,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가 있다.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의 줄거리는 프랑스 작가 피에르 오귀스탱 보마르셰의 3부작 중 1, 2부에서 인용한 것이다. 〈세비야의 이발사〉가 1부이고 〈피가로의 결혼〉이 2부이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 〈세비야의 이발사〉보다 30년 전인 1786년 작곡되었다. 그래서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가 나오자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스토리에 익숙해 있던 사람들은 비로소 피가로의 결혼 이전에 일어났던 일을 이해하고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로시니 특유의 아름다운 음악과 마음에 와 닿는 흥미로운 줄거리 때문에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작가 보마르셰는 당대 특이한 인물로 시계공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발명가, 음악가, 정치가였고 작가였다. 그는 희곡 `세비야의 이발사'를 써서 1775년 파리 코메디 프랑세 극장에서 막을 올렸는데 당시는 프랑스 혁명의 기운이 움트던 때였다. 주인공인 피가로는 하찮은 이발사이지만 아무리 지체 높은 귀족이라도 그 앞에서는 모자를 벗어야 한다. 그러니 귀족들의 횡포가 극심하던 시대에 억압받던 서민들의 눈에는 이발사의 역할이 통쾌하게 보였던 것이다. 이는 서민들의 인본 사상과 접목되어 자유, 평등, 박애의 사상을 싹트게 하였다.

 로시니는 기분이 나면 초스피드로 곡을 쓰다가 놀 때는 한없이 늘어지는 천재였다. 〈세비야의 이발사〉를 단 3주 만에 완성하였고 서곡은 그의 게으른 성격 때문인지 전에 작곡해 놓은 다른 서곡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로마에서의 초연은 그의 라이벌이 보낸 관객들이 공연 내내 야유를 보내며 소란을 피워 실패하나 두 번째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당시 베토벤과 베르디는 이 오페라를 높이 평가하고 찬사를 보냈다. 서민의 따뜻한 사랑 이야기와 지배층에 대한 반항 때문이었다. 〈세비야의 이발사〉는 보는 이들을 유쾌한 봄날처럼 훈훈한 분위기로 안내한다. 또한 스페인의 밝은 햇빛처럼 행복에 젖어들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제1막 제1장 17세기 세빌리아의 거리 경쾌한 서곡에 이어 젊은 알마비바 백작이 평범한 학생으로 변장한 후 늙은 의사 바르톨로 집에 살고 있는 로지나의 창가에서 악사들과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때 `나는 이 거리에서 최고 이발사' 아리아를 부르며 피가로가 등장한다. 피가로는 배짱 있고 수단이 좋은 낙천적인 성격의 이발사로 어느 집이든지 마음대로 드나들며 마을의 세세한 일까지 처리하느라 항상 바쁘다. 백작은 그에게 로지나와의 사랑이 성사될 수 있도록 간청한다. 한편 로지나도 창문 밖의 청년에게 마음을 두고 만나보고 싶다는 쪽지를 떨어트린다. 제2장 쪽지를 받은 백작은 세레나데를 통해 그녀에게 헌신적 사랑을 맹세한다. 로지나는 유명한 아리아 `방금 들렸던 음성'을 부른다. 피가로는 백작이 로지나의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묘안을 짠다. 마침 새로운 군대가 마을에 들어올 때 백작이 부대의 지휘관으로 변장하여 피가로와 멋진 듀엣을 부른 후 백작은 `이것이 사랑인가'를 부른다. 그는 의심하는 바르톨로에게 숙박을 요청하는데 그의 정체를 알고 로지나는 속으로 기뻐한다. 이때 진짜 군대가 들어오는데 백작을 알아본 경비대장이 경례를 하자 바르톨로는 당황해한다. 제2막 제1장 바르톨로의 집 거실 백작이 이번엔 음악교사로 변장하고 그녀의 음악교사 돈 바질리오가 아파서 대신 왔다며 들어선다. 백작은 바르톨로의 눈을 로지나로부터 떼어 놓기 위해 반복해서 인사만 한다. 눈치 빠른 피가로가 바르톨로에게 이발해야 한다고 다른 방으로 데려간다. 기회를 만난 백작과 로지나! 서로 포옹하며 사랑의 언약을 주고받는다. 이때 진짜 음악교사 돈 바질리오가 나타난다. 당황한 백작은 얼른 로지나를 다른 방으로 숨도록 하고 발코니를 통해 달아난다. 제2장 바르톨로 집 로지나는 아침에 그 청년이 백작인 것을 알고 화가 났지만 진정한 사랑을 얻기 위해 신분을 감췄다는 것을 알고 오해를 푼다. 로지나와 백작은 바르톨로 집에서 도망가려 하는데 바르톨로와 로지나의 결혼서약서를 준비한 공증인이 나타난다. 백작이 공증인을 위협해 로지나와 서명을 하고 결혼은 합법적으로 성사된다. 잠시 후 바르톨로가 경비병들을 데리고 등장하지만 상대가 백작이라 어쩔 수 없이 물러선다. 그동안 로지나의 후견인으로서 수고한 것에 백작이 사례하겠다고 하자 그제야 마음이 누그러진다. 결국 피가로 덕분에 백작은 사랑에 승리하고 로지나는 사랑의 기쁨을 얻게 되며 돈 바질리오는 두둑이 돈을 받았고 바르톨로는 백작의 두터운 신임을 얻게 된다. 피가로는 사례금과 함께 백작의 전속 이발사로 임명된다. 백작과 로지나의 결혼을 축하하는 합창이 울려 퍼지면서 막이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헤르만 프라이(바리톤, 피가로역), 테레사 베르간자(소프라노, 로지나역), 루이지 알바(테너, 백작역),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런던심포니(DG, 1972); 티토 곱비(바리톤), 마리아 칼라스(소프라노), 루이지 알바(테너), 알시오 갈리에라(지휘), 필하모니아 관현악단(EMI, 1958); 토마스 알렌(바리톤), 프란시스코 아라이자(테너), 아그네스 발차(소프라노), 네빌 마리너(지휘), 세인트 마틴필드 아카데미(Decca,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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