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20:31 (목)
도니체티 <사랑의 묘약>
도니체티 <사랑의 묘약>
  • 의사신문
  • 승인 2015.04.06 14: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클래식 이야기 <305>

19세기 초 이탈리아 오페라를 대표하는 3대 작곡가라고 하면 롯시니, 벨리니, 그리고 도니체티라 할 수 있다. 그 중 도니체티는 속필의 다작가로서 짧은 시일에 가장 많은 오페라를 작곡했다. 약 30년 동안 67편이나 되는 오페라를 작곡했다. 그 가운데 〈사랑의 묘약〉은 대중적으로 친숙하고 현재까지 가장 많이 공연되는 그의 대표작이다. 이 오페라는 그가 34세 때 단 2주 만에 완성했다. 도니체티는 〈사랑의 묘약〉을 통해서 당시 유행하던 `오페라 부파(Opera Buffa)'란 단막의 단순한 희가극의 범위를 벗어나고자 했다.

 〈사랑의 묘약〉은 이른바 `벨칸토'라는 서정적이며 아름다운 멜로디를 바탕으로한 19세기 초 이탈리아 오페라 스타일로 우리에게 한없이 아름답고 감미로운 선율을 보여주고 있다. 전편에 흐르는 달콤한 음악과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다른 오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산뜻한 재치를 맘껏 전달해 주는데 이 오페라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따뜻한 사랑 이야기와 함께 마음을 파고드는 포근한 휴머니즘이 담겨져 있다. 순박하고 소심한 시골 청년 `네모리노'와 아리따운 `아가씨' 아디나의 숨바꼭질하는 사랑 이야기에 마음을 졸이다가도 엉터리 약장수 `둘까마라'와 허풍장이 군인 `벨코레'의 유머러스한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이 오페라 중 백미는 네모리노가 부르는 `남 몰래 흘리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이다. 제목과 멜로디가 슬프게 느껴지기도 해서 혹시 슬픈 내용의 노래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반대다. 네모리노는 자기가 그토록 사모하던 아디나가 자기의 진심을 알아주고 사랑을 느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면서 기쁨에 벅차 이 노래를 불렀다. 약장수 둘까마라가 부르는 아리아 역시 이탈리아 벨칸토의 정수를 보여주는 빠른 템포의 유머 넘치는 멋진 노래이다.

 제1막 이탈리아의 어느 한적한 농촌마을, 순박한 마을청년 네모리노는 농장의 지주 아가씨인 아디나를 짝사랑한다. 그가 부르는 아리아 `얼마나 사랑스런 그 여인인가?'는 매우 감미롭고 서정적이다. 나무그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아디나는 책의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마을 사람들에게 그 얘기를 들려주는 아리아 `무정한 이졸데'를 부르며 복선을 깐다.

“옛날 그리스에 `이졸데'라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었는데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트리스탄은 마침내 어느 현명한 마법사를 만나 `사랑의 묘약'을 얻게 되는데, 이 약을 마시게 되면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단번에 사랑의 포로가 된다는 것. 마침내 트리스탄은 그녀의 사랑을 얻게 된다네.” 이 노래를 들은 네모리노는 제발 그 약을 구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독백한다. 두 사람이 부르는 이중창이 참으로 절묘하다. 그때 화려한 군복을 입은 벨코레 상사가 부하들을 이끌고 마을로 들어선다. 벨코레는 아디나에게 꽃다발을 주며 “결혼합시다”라고 용감하게 나선다. 아디나는 솔깃해 한다. 그녀에게 네모리노도 다시 용기를 내서 할 말이 있다고 하지만 그녀는 “당신은 좋은 사람이지만 상사처럼 용기도 없고 돈도 없다”고 무시하면서 아름다운 2중창을 부른다.

 제2막 아디나의 농장 광장 약장사 둘까마라가 커다란 기구를 타고 마을 광장에 내려선다. 네모리노는 둘까마라에게 혹시 `사랑의 묘약'이 있으면 팔라고 간청한다. 둘까마라는 싸구려 포도주를 `사랑의 묘약'이라고 속여서 판다. 포도주를 마신 네모리노는 아디나가 사랑을 고백하며 자신에게 오길 기다리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한편 벨코레와 아디나의 결혼 얘기는 점점 무르익어간다. 다급해진 네모리노는 둘까마라에게 “왜 약효가 없냐?”고 따진다. 약삭빠른 둘까마라는 한 병 더 마셔야 한다고 말한다. 약값을 마련할 길 없는 네모리노는 은화 20개를 받고 벨코레의 군대에 입대하기로 한다. 네모리노는 둘까마라의 포도주를 계속 `사랑의 묘약'인 줄 알고 사서 마신다.

어느 날 네모리노의 삼촌이 세상을 떠나면서 거대한 유산을 네모리노에게 남겼다는 소문이 전해지면서 갑자기 마을 처녀들이 네모리노를 둘러싸고 서로 환심을 사려는 듯 난리다. 그러나 이 사실을 모르는 네모리노는 진짜 `사랑의 묘약'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착각한다. 한편 아디나는 “부자가 되었는데도 얼마나 겸손한 네모리노인가? 오로지 자기만을 생각하고 있는 그가 아닌가? 더구나 자기의 사랑을 얻기 위해 군대에 입대까지 하려고 했다니…” 아디나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아디나는 진정으로 네모리노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네모리노는 `남 몰래 흘리는 눈물'를 부른다. 마침내 네모리노와 아디나의 사랑은 결실을 맺게 된다. 벨코레는 기분 좋게 아디나와의 결혼 약속을 없었던 것으로 하고 네모리노의 입대 영장도 없앤다. 마을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둘까마라와 벨코레는 다른 마을로 떠나면서 막이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루치아노 파바로티(테너), 캐서린 배틀(소프라노), 제임스 레바인(지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DG, 1989); 호세 카레라스(테너), 카치아 리치아렐리(소프라노), 카밀로 시모네(지휘). 토리노오페라(Philips, 1984); 로베르토 알라냐(테너), 안젤라 게오르규(소프라노), 에벨리노 피도(지휘), 리옹국립오페라(Decca, 2007); 안나 네트렙코(소프라노), 로란도 빌라손(테너), 다니엘 칼레가리(지휘), 리체우극장 관현악단(Virgin, 2005)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