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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비제 오페라 <카르멘>
조르주 비제 오페라 <카르멘>
  • 의사신문
  • 승인 2015.03.3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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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04〉


■스페인 태양처럼 작열한 카르멘과 돈 호세의 사랑

 1875년 봄, 파리 오페라 코믹극장에서 한 편의 오페라가 막이 올랐다. 무대에는 담배공장 여공들이 담배를 입에 물고 선정적인 행동과 욕설로 등장한다.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이고 퇴폐적인 장면이었다. 오페라 코믹극장은 가족용 극장으로 여주인공들은 순결했고 남주인공은 믿음직했으며 우아하고 신화적인 내용만이 가능했던 분위기였다. 카르멘을 무대에 올리려고 비제는 극장장을 설득하는데 6개월이나 걸렸다.

 어렵게 〈카르멘〉을 무대에 올렸지만 비제는 비평가들의 혹평과 대중의 냉담한 반응을 견뎌내야 했다. 초연 날 관객 중에는 구노, 들리브, 오펜바흐, 마스네, 알퐁스 도데, 알렉상드르 뒤마 등 당대 수많은 음악계와 문단의 저명인사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제1막이 끝나자 청중의 열광은 굉장했다. 그러나 제2막이 끝난 후에는 미지근한 갈채, 제3막은 더 적어진 박수, 제4막은 침묵이었다. 이미 끝나기도 전에 많은 관객들이 자리를 떠났던 것이다. 하지만 공연은 횟수를 거듭할수록 대중의 인기를 얻어 초연 후 3달 만에 37회의 공연을 기록했다.

 비제는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고 10살 때 파리 국립음악원에 입학한 영재였다. 하지만 너무 어릴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한 나머지 어머니에 대한 애정결핍에 시달린다. 이런 배경으로 그의 여자관계는 어머니뻘 되는 연상녀와 교제하고 가정부와 아이를 낳는 등 비정상적이었다. 비제는 `카르멘'의 33번째 공연이 막을 내리기 1시간 전 갑작스런 심장발작과 인후의 농양으로 인한 전색증으로 사망한다. 작가 하이네는 비제를 파멸로 몰고 간 것은 매혹적인 집시 여인 `카르멘의 정열'이라고 말했다. 카르멘을 작곡할 당시 이미 그는 유별나게 집착하고 몰두하여 과로와 심리적 부담이 겹쳐 일종의 공황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메리메의 원작 소설인 `카르멘'은 스페인을 여행하던 중 자명시계를 돈 호세에게 도난당한 박식한 프랑스 고고학자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데, 카르멘의 대본작가 메이약과 알레비는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수년 동안 정수를 발췌하여 대본을 쓰게 된다.

 제1막 유명한 전주곡과 함께 막이 오르고 무대는 담배공장 앞의 광장 한가한 병사들 사이에 미카엘라가 돈 호세를 찾고 있다. 정오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담배공장 여공들이 담배를 물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그중 입에 장미를 문 집시 카르멘이 유혹적인 목소리로 `하바네라'를 부르면서 병사 돈 호세에게 추파를 던진다. 처음에는 무관심하던 그도 점차 카르멘의 유혹에 빠져든다. 미카엘라는 `어머니의 안부를 전해줘요'를 부르며 오랜만에 돈 호세와 재회의 기쁨을 나눈다. 어머니의 편지에는 그녀와 결혼하라는 당부가 들어 있다. 담배공장에서는 카르멘과 다른 여공들이 서로 싸우며 뛰쳐나온다. 상관은 돈 호세에게 카르멘을 체포해 감옥으로 보내라고 명한다. 카르멘은 `세빌리아의 성 가까이에서'를 부르며 자기를 풀어주고 후에 릴라스 술집에서 밀회하자고 그를 유혹한다. 카르멘을 풀어준 그는 두 달간 영창에 간다.

 제2막 세빌리아 근처 릴라스 술집 3개월 후. 투우사 에스카미요가 `투우사의 노래'를 부르며 카르멘을 유혹하지만 그녀는 `나의 사랑은 돈 호세'를 부르며 투우사와 다른 장교의 유혹을 뿌리친다. 밀수업자 레멘다토와 단카이로가 나타나 카르멘에게 세관원을 유혹하는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돈 호세가 돌아오자 카르멘은 그를 반기며 노래와 춤을 춘다. 귀대를 명령하는 나팔소리가 들리지만 카르멘이 앙탈을 부리며 귀대를 말린다. 돈 호세는 유명한 `꽃노래'를 부르며 그녀와 함께 밀수업자들을 따라 나선다.

 제3막 산속의 한적한 계곡 밀수업자들과 함께 호세도 있지만 카르멘은 벌써 그에게 싫증이 났다. 친구들의 카드 점술에서 카르멘이 곧 죽을 것이라는 예언점이 나온다. 그녀는 `도망쳐 봐야 아무 소용없지'라는 아리아를 독백한다. 이때 투우사 에스카미요가 나타나 카르멘에게 사랑을 고백하자 돈 호세는 질투에 못 이겨 칼을 들고 덤비자 밀수업자들이 그들을 말린다. `이젠 두렵지 않아'를 부르며 나타난 미카엘라가 어머니가 위독하니 고향으로 가자고 설득하고 카르멘도 떠나라고 경멸하듯 말한다. 돈 호세는 다시 돌아오겠다고 소리치며 미카엘라와 함께 산을 내려간다.

 제4막 세빌리아 투우장 밖 광장 화려한 옷차림의 카르멘이 투우사 에스카미요의 팔짱을 낀 채 군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등장한다. 에스카미요는 `카르멘, 그대가 나를 사랑해 준다면'을 부르며 투우장으로 들어가고, 친구들이 홀로 남은 카르멘에게 호세가 와 있으니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폐인이 된 돈 호세가 나타나 다시 자기와 함께 가자고 미친 듯 설득하지만 카르멘은 돈 호세가 준 반지를 발밑에 던지며 절교를 선언한다. 이에 참을 수 없게 된 돈 호세는 달아나는 카르멘을 붙잡아 단도로 찔러 죽인다. 주검을 끌어안고 “그대를 죽인 건 나다. 오 나의 사랑하는 카르멘”하며 절규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들을만한 음반: 테레사 베르간사(카르멘), 플라치도 도밍고(돈 호세),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DG, 1977); 마리아 칼라스(카르멘), 니콜라이 게다(돈 호세), 죠르주 프레트르(지휘) 파리 국립오페라(EMI 1964); 아그네스 발차(카르멘), 호세 카레라스(돈 호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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