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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코모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지아코모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 의사신문
  • 승인 2015.03.1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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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02〉

■사랑을 통한 얼음공주의 인간적인 변신

 푸치니가 60대 초반의 나이에 접어들 무렵, 그의 오페라 철학에는 예기치 않은 급진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현실적 질서에 바탕을 둔 감상적 멜로드라마가 예전 오페라의 주종을 이루었으나 이제는 더 이상 그의 관심 밖이었다. 새로운 주제를 모색한 그는 이제 새로운 길을 걷고자 하였다. 환상적인 어떤 것, 즉 회화적 특성과 인간적인 감동으로 가득 찬 무엇인가를 갈망하였다.

 푸치니는 이러한 주제를 어디서 찾을까 고민하던 중 1919년 여름 어느 날, 우연히 유명한 잡지사의 편집장인 레나토 시모니와 만나게 된다. 그는 18세기 베네치아 극작가 카를로 고찌의 희곡 10편에서 오페라 소재를 찾아보자는 제안을 하였다. 고찌는 대부분 아라비안나이트에 기원을 둔 동양적인 우화와 이태리 희곡의 특징들과의 결합을 시도하였는데 이질적인 두 요소의 결합은 희곡 `투란도트'에서도 나타나고 있었다. 푸치니는 보편적인 테마이지만 진정한 사랑의 놀라운 힘을 묘사하고 있는 이 희곡을 통해 용기, 충성, 자기희생과 불굴의 투지 등을 칭송하고자 하였다. 마지막이 될 이 오페라를 작곡하면서 푸치니는 자기회의와 자부심 사이에서 격렬하게 갈등하였다. 스스로를 놀라게 한 주제의 경이로움과 소극적이었던 예전 작품들에 비해 훨씬 독창적인 작품이 완성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2개의 장면을 완성한 푸치니는 1924년 11월 사망하였는데, 이 두 장면이 바로 `위대한 사랑의 이중창'과 중국 궁궐에서의 마지막 장면이다. 푸치니는 생전에 `위대한 사랑의 이중창'에 대해 “그것은 훌륭한 이중창이어야 한다. 속세 저편에 서있는 칼라프와 투란도트는 사랑을 통해 인간적인 인간으로 변신하게 되고, 이들의 사랑은 무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감싸주어야 한다”라고 말하곤 하였다. 훗날 이 부분은 위대한 지휘자 토스카니니의 제안에 따라 푸치니의 제자 프란츠 알파노가 완성하게 된다. 오페라 〈투란도트〉가 1926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되었을 때 토스카니니는 작고한 푸치니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뜻에서 그가 마무리한 장면인 `류의 장례'에서 연주를 중단하고, 다음날 아침 다시 알파노가 작곡한 마지막 부분을 공연하였다고 한다.

 푸치니는 〈투란도트〉를 작곡하기 전 고대 중국의 관습과 의식들에 관한 서적들을 탐독하였고 중국악기들에 깊은 관심을 갖고 궁정음악을 숙독하기도 하였다. 이런 배경으로 실제 투란도트에서는 최소 8개의 중국 곡조를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대체로 그가 즐겨 사용하는 모자이크 기법에 의존하여 곡을 정리하고 있는데 투란도트 공주와 칼라프 왕자는 대칭적 구조를 지닌 폭넓고 느린 멜로디로 표현되고 있다. 오페라의 이국적이고 특이한 분위기는 높은 차원의 불협화음에서 만들어지는 경이로운 리듬과 화음을 통해 자연스럽게 연결하면서 나타난다. 이는 투란도트를 1920년대의 가장 진보된 오페라로 승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제1막 중국황제의 외동딸 투란도트는 자신이 제시한 3개의 수수께끼를 답하는 왕가 혈통의 구혼자와 결혼할 것이며 이를 풀지 못하면 참수형에 처할 것을 선포한다. 멸망한 제국의 왕자 칼라프는 궁궐 앞에서 헤어졌던 그의 늙은 아버지 티무르의 왕과 시녀 `류'를 만나 기뻐하게 되고 아리아 `울지마라 류여!'를 부른다. 그는 감정이 격해져 공주의 잔인성을 저주하지만 멀리서 그녀를 바라본 순간 저항할 수 없는 사랑의 정열에 압도된다. 수수께끼 풀기를 결심한 그는 청원의 북을 3번 친다.

 제2막 제1장 중국 관리 핑, 팡, 퐁이 장례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제2장 궁궐에서 칼라프는 공주가 제시한 3개의 수수께끼를 모두 풀게 된다. 그러나 공주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저항하자 용감한 칼라프는 “내일 동이 틀 때까지 `나의 이름'을 알아내면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을 것이다”라고 제안한다.

 제3막 제1장 모든 북경 사람들은 투란도트의 명령으로 왕자의 이름을 알아내기 전까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이때 칼라프는 그 유명한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른다. 북경사람들은 칼라프와 같이 있는 류를 보았다며 그녀를 협박한다. 류는 호위병들에 붙들려 궁으로 들어가는 도중 호위병의 칼을 빼들어 자살을 하게 되고, 류의 장례가 진행된다. 그녀의 희생적 사랑에 감동을 받게 된 투란도트는 결국 칼라프 왕자를 받아들인다. 제2장 투란도트 공주와 칼라프 왕자는 사랑의 이중창 `그 이름은 사랑!'을 부르며 막을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브리기트 닐슨(소투란도트), 레나타 테발디(류), 유시 비올링(칼라프), 에리히 라인스도르프(지휘), 로마오페라 오케스트라(RCA, 1963); 카티아 리치렐리(투란도트), 플라치도 도밍고(칼라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75); 조안 서덜랜드(투란도트), 루치아노 파바로티(칼라프), 주빈 메타(지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ecca, 1968)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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