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20:52 (토)
클로드 드뷔시 교향시 '바다' 3개의 교향적 스케치
클로드 드뷔시 교향시 '바다' 3개의 교향적 스케치
  • 의사신문
  • 승인 2009.09.02 13: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음악으로 담아낸 한폭의 인상파 그림


드뷔시의 교향시 `바다'는 그의 음악 수준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의 작품으로 바다를 소재로 한 음악 중 가장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이 곡은 1905년 사랑했던 부인 릴리를 버리고 부유한 유부녀 엠마와 저지 섬으로 사랑의 도피행각을 떠나있을 때 쓰게 된다. `바다'는 `3개의 교향적 스케치'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으며 각 악장의 표제가 곡의 구성을 표현하고 있다.

드뷔시는 어린 시절부터 피아니스트로서 재능을 보였다. 파리 음악원에서 수학한 후 로마 콩쿠르에서 칸타타 `탕아'로 대상을 수상한 그는 로마로 유학을 떠난다. 두 차례에 걸쳐 바이로이트를 방문한 다음에는 바그너에 심취하게 되었고, 파리에서는 자바음악을 들으면서 인상주의의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마치 클로드 모네의 인상파 그림을 보듯이 관현악 작품 `세 개의 야상곡'은 인상파적인 특색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중 `구름'은 안개에 싸인 듯한 화성과 구성을 보여주며, `축제'는 생기 넘치는 예리한 리듬과 화려한 색채로 인상파 화가 시슬리나 마네가 그린 도시 풍경을 연상하게 한다. 한편 인상주의 수법에 의해 최초로 작곡된 관현악 작품 `목신의 오후' 전주곡과 오페라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는 서양 음악의 리듬과 표현의 변화에 풍부한 유동성을 불러일으킨다.

교향시 `바다'는 드뷔시가 `달에서 본 경치'라는 회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곡한 3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곡이다. 각 악장은 자연에 대한 경이로운 묘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드뷔시에게 바다라는 존재의 인식은 본능에 대한 자연스런 통찰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급변하는 소용돌이와 속삭임, 불안정한 침묵과 냉혹한 태도를 가진 끊임없는 썰물과 물의 흐름에 귀를 기울인다. 시작도 끝도 없으며, 어떠한 인간의 이야기도, 도덕도, 철학도 존재하지 않는 오직 자연의 수수께끼와 아름다움만을 간직하고 있는 바다를 그리는 곡이다.

드뷔시는 이 음악에서 바다는 오직 그의 상상을 토대로 자신이 동경하는 바다를 묘사한 것으로 실제적인 바다 그 자체보다는 오히려 동경의 바다를 묘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인상주의 대가답게 바다에서 느낄 수 있는 그 느낌 그대로를 음악에 담아 마치 한 폭의 인상파 그림을 대하는 듯하다. 굳이 제목이 없어도 누구나 들으면 바다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곡이다.

제1악장 `해상의 새벽에서 정오까지'_ 어두운 바다에 신비스런 분위기가 깃든다. 황금빛 태양이 솟아오르면서 바다의 새벽이 점차 밝아온다. 빛나는 하늘과 모습을 드러내는 수평선 그리고 대낮 바다까지의 변화를 그린 극히 감성적이고 미묘한 느낌의 악장이다. 저음의 현악기군이 새벽의 바다를 그리면서 조금씩 발전되다가 관악기와 하프가 파도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수평선 위로 태양이 떠오르면서 끝이 없는 바다가 펼쳐진다.

제2악장 `파도의 유희'_ 밀려오는 큰 물결의 파도와 작은 물결이 희롱하듯 찰랑대는 해변가를 그리는 우아하고 깜찍한 느낌의 악장이다. 현의 트레몰로를 통해 파도가 조금씩 간지럽게 속삭이는 듯 장난기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제3악장 `바람과 바다와의 대화' 상쾌하게 빛나는 바다, 폭풍 후의 잔잔한 바다 등 다양한 모습의 바다와 거친 바람의 대화가 격렬하면서 우아하게 그려진다. 폭풍우가 몰아치듯 긴장감이 돌면서 바람이 바다를 휩쓴다. 그 뒤 잔잔한 바다가 나타나다가 다시 거친 파도와 광풍이 몰아치고 난 뒤 찬란한 태양빛을 받으면서 바다는 고요해진다.

■들을만한 음반 : 에네스트 앙세르메(지휘),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Decca, 1957); 샤를 뮌슈(지휘), 프랑스 국립방송교향악단(EMI, 1968); 장 마르티농(지휘), 프랑스 국립방송교향악단(EMI, 1973); 샤를 뒤투아(지휘), 몬트리올 교향악단(Decca, 1989);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EMI, 1977)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