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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발레 〈페트루슈카〉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발레 〈페트루슈카〉
  • 의사신문
  • 승인 2015.02.0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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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98〉

■인간의 나약함과 이중성은 민중의 또 다른 모습

 `페트루슈카'는 러시아 농민의 흔한 이름인 `페터'의 애칭이다. 스트라빈스키는 이 작품을 완성한 후, 주연 인형의 개성을 표현할 만한 이름을 고심하던 중 `페트루슈카'라는 이름을 생각해내고 뛸 듯이 기뻐했다고 한다. 이루지 못하는 사랑을 하고 결국 악한에게 비참한 말로를 맞는 주인공을 통해 당시 가난 속의 비참한 러시아 농민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민족주의적 성향과 함께 탁월한 심리묘사를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된다. 인류의 역사는 권력을 가진 이들에 의해 쓰여져 왔고 힘없는 민중은 그들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다. 〈페트루슈카〉는 권력과 무지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나약함과 이중성을 심도 있게 보여주는 발레작품으로 현재까지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걸작 중 하나이다.

 한 여자를 사랑한 두 명의 남자 이야기를 다룬 〈페트루슈카〉는 디아길레프의 청탁으로 스트라빈스키가 〈불새〉 이후 작곡한 두 번째 발레음악이다. 〈불새〉가 낭만적 색채가 강한 데 비해 〈페트루슈카〉는 전개 없이 반복되는 모티브가 특징으로 근대적인 감각을 살린 러시아민요 선율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스트라빈스키만의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담고 있어 `페트루슈카 화음'이라는 음악어법을 탄생시켰고 이 음악의 기교적인 미학은 같은 시대 음악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한편 표현에 있어서도 발레만의 독자적 영역을 개척하여 미하일 포킨의 안무에서 존재의 이중성, 즉 강자와 약자, 아름다움과 추함, 대담함과 소심함, 거침과 부드러움, 고독과 분주함, 성스러움과 탐욕, 코믹함과 광기, 관능과 공포, 현실과 상상 등 유기적 비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페트루슈카〉는 시대를 뛰어넘어 소외의 비극적 상황을 그리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또 다른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니콜라이 1세 치하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무대로 3개의 커다란 인형을 극중 인물로 등장시켜 알렉산더 브누아가 대본을 쓴 이 작품은 1911년 6월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 바슬라프 니진스키 주역의 디아길레프 러시아발레단과 피에르 몽퇴의 지휘로 초연되었고 1947년 관현악을 좀더 축소하여 개작한 후 다시 초연되었다.

 △제1막 1830년, 부활절 전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의 사육제 시장 가설흥행장과 수레 상점과 사람들. 가설흥행장의 주인인 인형 조종사가 등장해 피리를 불며 극중극의 형태로 시작된다. 막이 열리면 3개로 나누어진 방에는 큰 3개의 인형이 있다. 새빨간 의상의 발레리나가 가운데 방에 있고, 그 오른쪽 방에는 창백한 얼굴의 페트루슈카, 왼쪽 방에는 칼을 찬 늠름한 체격의 무어인이 있다. 페트루슈카는 발레리나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발레리나는 오히려 무어인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막이 내린다.
 △제2막 페트루슈카의 방 페트루슈카는 고뇌 속에서 발레리나에 대한 사랑 그리고 연적인 무어인에 대한 증오심을 호소한다. 이때 발레리나가 나팔을 불며 들어오고 페트루슈카는 너무 기뻐서 자신의 사랑을 전하려 하지만 발레리나는 도망쳐 버린다.
 △제3막 무어인의 방 무어인이 칼로 코코넛을 깨려 한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자 코코넛에 신이 있다고 생각하고 마루 위에 놓고 엄숙히 회교도식의 절을 한다. 이때 무어인의 위풍당당한 풍채와 힘에 반한 발레리나가 들어와 2인무를 춘다. 페트루슈카는 사랑하는 발레리나를 지키려 하지만 무어인은 자신의 칼로 페트루슈카를 쫓아버리고 발레리나에게 구애를 시작한다.
 △제4경 황혼의 사육제, 페트루슈카의 죽음  군중 속에 곰 사육사들이 재주를 부리면서 우아하면서도 경쾌한 러시아농민과 마부들의 춤이 시작된다. 이때 갑자기 무어인에게 쫓기고 있던 페트루슈카가 군중 속을 헤치며 뛰어 들어오자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어인은 칼로 페트루슈카를 쓰러뜨리고 만다. 군중들이 쓰러진 페트루슈카를 에워싸고 달려온 경관은 쓰러진 페트루슈카가 인형임을 알고 안심한다. 군중들이 흩어지고 주인이 페트루슈카를 옮기려할 때 흥행장 지붕 위로 페트루슈카의 영혼이 나타나자 놀란 인형 조종사는 급히 달아나 버린다.

 ■들을만한 음반: 에른스트 앙세르메(지휘),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Decca, 1957); 안탈 도라티(지휘), 디트로이트 심포니오케스트라(Decca, 1980); 피에르 불레즈(지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DG, 1991);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런던 심포니오케스트라(DG, 1980)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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