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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 아당 발레 <지젤>
아돌프 아당 발레 <지젤>
  • 의사신문
  • 승인 2015.02.02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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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97〉

■근대 발레의 길을 열어준 낭만주의 발레의 극치
 발레 〈지젤〉 이전의 발레 음악은 극의 전개나 등장인물과는 관련 없이 춤곡을 모은 단순한 장르였다. 그러나 아당은 발레 〈지젤〉에서 주인공들의 특징을 나타내는 선율을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변화시키면서 바그너가 오페라에서 사용한 기법을 활용하여 모든 음악을 발레를 위해 작곡했다. 이렇게 해서 아돌프 아당의 작품은 근대 발레음악의 길을 열게 된 계기가 되었고 차이콥스키 등에 의해 더 높은 경지로 승화되었다.

〈지젤〉의 정확한 제목은 〈지젤 또는 빌리들(Giselle ou les Wilis)〉로 떼오필 고띠에, 쥘-엉리 베르느, 드 쌍-죠르쥬가 공동 각본을 맡고 장 꼬랄리와 쥘 뻬로가 공동 안무한 대표적 낭만주의 발레이다. 이 발레를 제작하게 된 동기는 당대 이탈리아의 최고 발레리나 까를로따 그리지를 향한 고띠에의 연모에서 출발했다. 그리지의 춤에 반한 고띠에는 그녀를 위하여 새로운 역할을 구상하던 중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 `독일 고담'을 읽고 영감을 받는다. 중세 독일에서 전해지는 옛 전설에 의하면 춤을 좋아하는 여인이 결혼 전에 죽으면 '빌리'라는 춤의 요정이 되어 밤마다 무덤에서 빠져나와 젊은이를 유혹하여 죽을 때까지 미친 듯이 춤추게 한다고 한다. 〈지젤〉도 이 전설을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고띠에는 이 시에 나오는 요정들을 주제로 발레 각본을 구상하였다. 지젤 역은 그리지가 맡았고 그리지의 연인인 안무가 뻬로가 이 작품 속 그녀의 모든 독무를 안무하게 된다.

 초연이 대성공을 하면서 〈지젤〉은 유럽 각국으로 퍼졌으나, 정작 파리에선 인기를 잃고 잊히게 된다. 그 후 러시아 황실 발레단에서 이 작품을 원형에 가깝게 보존하여 파리를 비롯한 서유럽에서 1910년 디아길레프에 의해 재공연하게 된다. 현재의 버전은 마린스키에서 재창조한 것으로 풍부하고 조화로운 군무와 솔로, 환상적인 무대는 마리우스 프티파의 유산이다.

 〈지젤〉은 이상화된 여인,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죽음에 대한 동경 등 낭만주의 예술의 극치로 통한다. 투명하게 허공에 날리는 스커트 속의 다리는 땅에 닿지 않고, 몸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지젤은 당대 시인의 선망이자 젊은이들의 숭배 대상이 되고 결국 영적인 존재로 승화된다.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의 주제는 차이콥스키에게도 영향을 끼쳐 훗날 〈백조의 호수〉의 근간을 이루게 된다. 이후 지젤은 모든 여성 무용가들이 꿈꾸는 역이 되었고, 기량을 쌓은 발레리나라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관문이 되었다. 제1막과 제2막에서 매우 대조적인 인물인 지젤은 무용기교 이상의 다양한 감성을 표현할 줄 아는 배우로서의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제1막 라인 강변의 마을 젊은 귀족 알베르는 신분을 숨기고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명랑한 마을처녀 지젤과 사랑하게 된다. 한편 지젤을 짝사랑했던 마을 청년 일라리옹은 알베르의 정체를 알아내어 그것을 모두에게 알린다. 마침 바틸드 공주의 귀족 일행이 사냥을 나와 이 마을에 도착한다. 지젤이 사랑하는 알베르는 이미 공작의 딸인 바틸드와 약혼한 사이인데, 바틸드의 아버지는 젊었을 때 지젤의 어머니와 관계를 맺어 지젤을 낳았다. 즉, 왕자를 두고 이복 자매가 사랑하는 구도인데 지젤 어머니가 공작을 처음 봤을 때 흠칫 놀라는 장면과 공작 일행이 지젤의 집에 잠시 머물 때 공작이 지젤을 쳐다보는 장면 등이 이를 암시하고 있다. 한편 알베르의 거짓말을 알고 충격을 받아 정신을 잃게 된 지젤은 심장마비로 죽는다.

△제2막 하르츠 숲속의 밤 빌리들의 여왕 미르따가 빌리와 함께 죽은 지젤을 맞이할 의식을 치르고 있다. 이때 일라리옹이 지젤의 무덤을 찾아왔다가 빌리들에게 잡혀 죽는다. 알베르 역시 지젤의 무덤에 찾아온다. 미르따는 지젤에게 그를 유혹하여 그가 죽을 때까지 함께 춤을 추라고 명령한다. 알베르를 사랑하고 있는 지젤은 그를 보호하려했지만 미르따의 태도는 냉철하기만 하다. 결국 알베르는 영혼이 된 지젤과 지치도록 춤을 추어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었고 새벽 네 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온다. 빌리들이 사라질 시간이 된 것이다. 지젤 역시 자신의 무덤 속으로 들어가며 영원한 이별을 고하고 절망에 빠진 알베르는 홀로 남고 막은 내려진다.

 ■들을만한 음반: 아나톨리 피스툴라리(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Philips, 1965); 알기스 주리아티스(지휘), 볼쇼이 극장 오케스트라(Melodyia, 1975);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ecca, 1961)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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