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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소 알비노니 오보에협주곡 D단조 작품번호 9 제2번 
토마소 알비노니 오보에협주곡 D단조 작품번호 9 제2번 
  • 의사신문
  • 승인 2015.01.2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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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96>

■금빛 찬란하게 빛나는 바로크 베네치아 풍경을 보듯
  알비노니 오보에협주곡 제2번은 마르첼로 오보에협주곡, 치마로사 오보에협주곡과 함께 바로크 3대 오보에협주곡으로 손꼽힐 정도로 대표적인 오보에협주곡이다. 특이하게도 알비노니의 작품 중에는 오보에를 위한 작품이 16곡이나 있지만 오보에 이외의 관악기를 위한 작품은 한 곡도 없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그의 오보에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알비노니가 생전에 출판한 협주곡은 작품번호가 2, 5, 7, 9, 10의 5성 협주곡(각 12곡씩)이 있는데 그 중 작품번호 9 제2번이 협주곡으로서 가장 충실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번호 9번은 알비노니의 창작력과 명성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인 1722년 출판된 작품집으로 4개의 바이올린협주곡(제1, 4, 7, 10번), 4개의 솔로 오보에협주곡(제2, 5, 8, 11번), 그리고 4개의 더블 오보에협주곡(제 3, 6, 9, 12번)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제2번이 가장 충실한 내용으로 오늘날까지 명성을 날리고 있다.

 바로크시대 후기의 대표적인 이탈리아 작곡가인 알비노니는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마르첼로와 같이 음악을 직업으로 하지 않고 취미로 작곡을 하는 딜레탕트(dilettante) 작곡가로 이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비발디와 함께 베네치아를 중심으로 활약하였으며 평생 50여 곡의 오페라, 8곡의 신포니아, 40여 곡의 칸타타, 97곡의 소나타 등을 작곡했다. 당시 베네치아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메카라 할 정도로 가장 왕성한 곳이었으며, 알비노니도 오페라 작곡가로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오늘날 <현을 위한 아다지오 G단조> 등을 통해 기악곡 작곡가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는 이 곡은 알비노니가 아니라 이 곡을 처음 발견했다고 주장한 이탈리아의 바로크연구가 레모 자조토가 자작한 곡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알비노니의 작품을 높이 평가하여 그의 주제를 인용하여 세 곡의 푸가를 작곡하기도 하였다.

 오보에는 ‘음이 높은 나무피리’를 의미하는 프랑스어 오부이(Hautbois)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오보에는 더블 리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평소에도 관리를 잘 해야 좋은 소리를 낼 수 있어 항상 오보에 주자들은 공예가처럼 리드를 깍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 더블 리드는 갈대나 나무줄기 등으로 만드는데 이런 더블 리드를 사용하는 악기의 기원은 B.C. 28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수메리아인의 2관 오보에와 그와 유사한 고대 그리스의 ‘아울로스’, 이집트의 ‘할릴’, 로마의 ‘티비아’가 있고 고대 중국에서는 ‘쿠안’이 이와 유사하다.

목가적이고 감미로운 독특한 음색의 오보에는 오케스트라에서도 다른 여러 소리에 섞이지 않고 다른 소리를 뚫고 나오기 때문에 쉽게 구별되어 오케스트라의 특성을 구별할 때도 많이 이용되고 있는 악기이다 . 특히 동양적이고 애수를 띤 음색으로 바로크 시대의 많은 작곡가들이 이 악기에 매료되어 많은 독주곡과 실내악곡을 작곡하기도 하였다. 오보에 작품 중에서도 이 곡은 알비노니 특유의 기품과 감미로운 선율이 가득찬 수려한 오보에협주곡으로 손꼽히고 있다. 당시 유행하던 합주 협주곡(concerto grosso) 형식으로 단조의 애잔하고 다소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지만 이 곡은 오보에 특유의 음색으로 그림자마저 금빛 찬란한 밝은 색으로 덮고 있어 마치 화려한 베네치아의 풍경을 보는 듯하다 .

제1악장 Allegro e non presto 풍부한 선율과 리듬이 두드러진 악장으로 하나의 주제와 선율이 마치 태피스트리를 짜듯이 점차 복잡한 연결과 확대를 통해 새롭게 발전해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제2악장 Adagio 오보에라는 악기의 수려하고 아름다운 서정성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어 금방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느린 악장이다. 제3악장 Allegro 살아 숨 쉬는 생생한 리듬과 함께 하나의 주제가 노래하면 뒤따라 다른 주제가 그것을 모방하면서 그들이 점차 겹치고 맞물려 가는 캐논 예술의 완벽한 모델을 보여 주고 있다.

들을만한 음반: 하인츠 홀리거(오보에), 이 무지치(Philips, 1967); 알브라이트 마이어(오보에), 뉴 시즌즈 앙상블(Decca, 2008); 사라 프란시스(오보에), 런던 하프시코드 앙상블(Regis, 1998); 한스요르크 셀렌베르거(오보에), 이탈리안 솔로이스츠(Denon, 1992)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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