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현대의학 VS 전래의학
[시론] 현대의학 VS 전래의학
  • 의사신문
  • 승인 2015.01.26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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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 VS 전래의학

이명진 의사평론가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인류사를 돌아볼 때 인간을 질병으로부터 해방시키려는 노력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났다.

이중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행해지는 행위를 의술이라 한다. 의료인류학 (medical anthropology)에서는 의술을 현대 의학과 전래의학(주술의학, 민속의학, 민간의학)으로 서술하고 있다. 전래의학 중에서 효과가 인정된 것들은 대체보완의학의 부류에 넣어 주기도 한다. 현대의학이나 고대로부터 이어지고 있는 민속(전래)의학이나 인간을 치료한다는 행위의 목적은 같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현대의학과 전래의학은 정체성의 차이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인간이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시작한 최초의 의술은 오랜 세월 경험적 지식을 축적하면서 민간의학 혹은 전래의학, 주술의학 등의 형태로 지속되어 왔다. 하지만 수 천년동안 동서양을 막론하고 증명되지 않은 의료행위가 의술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어 왔다.

그 중에는 사람의 생명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명을 위협해 온 행위가 더 많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원문에는 칼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쓰여 있다. 당시 수술을 위해 칼만 대면 다 죽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도 소독법이 발견되지 전까지는 수술을 하나 안 하나 생존율이 비슷할 정도였다. 의학이 과학을 이용하기 전의 일들이다. 동양의학이나 인도의학이나 대륙(유럽)의학이나 거의 비슷했다. 지역마다 의학적 체계를 만들기 위해 의학 지식을 적어 놓은 의서(醫書)들이 있었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매우 미미하다.

각 나라에는 아직도 주술의학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행위들이 민속의학, 전래의학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계몽되지 않은 문화가 남아 있기도 하다. 의술이 전래의학과 현대의학으로 구분된 것은 불과 몇 백 년에 불과하다. 중세이후의 일이다.

실제로 중세의 갈레누스의 막강한 영향력은 수 세기동안 의학의 발전을 가로 막고 있었다. 마치 황제내경과 동의보감이 검증도 없이 절대 진리로 군림하는 현상과 비슷하다. 동의보감을 절대 의서(醫書)로 강조하는 대한민국의 상황이 중세의 분위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중세의 암흑기는 18세기 이후 발달한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과학주의 사고가 커지면서 변화되어 간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사혈법과 수은 요법 등은 의과학(medical science)의 영향으로 자취를 감추게 된다.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증명이 가능한 의학지식을 이용하여 치료효과를 높이며 발전시켜 온 것이 바로 지금의 현대의학이다.

현대의학은 120여 년 전 조선의 근대시대에 전해지게 된다. 외국에서 들어 왔다고 해서 한국에서는 현대의학이라고 하지 않고 서양의학 혹은 양의학 이라고 불렀었다. 재미있는 것은 근대시대 사람들의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

현대의학 발전의 대표적인 사건을 들라고 하면 1867년 소독법의 발견과 함께 발견된 병원균의 발견이다. 세균에 의한 질병을 규명하고 소독법의 발달로 수술적 치료가 높은 성공률을 나타내면서 민간의학과 차별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현대의학은 소독법과 항생제의 발명과 함께 급속도로 발전하게 되었다. 의과학의 발전은 전래의학(민속의학, 주술의학)을 인류의 삶속에서 밀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어깨 넘어 배운 지식으로 의사의 행세를 하려는 일명 돌팔이의사들이 나타났다. 의사들은 돌팔이의사를 없애기 위해 의학교육과정을 더욱 어렵고 힘들게 만들어 갔다. 대표적인 계기가 의학교육을 강력하게 강화한 플렉스너(flexner) 의료개혁이다.

한국에서도 전래의학이 현대의학을 넘보지 못하게 하려면 의과대학 과정을 더욱 강도 높고 어렵게 공부하도록 기준을 만들고, 실습도 교육병원에서 일정 시간 이수해야하는 강제 규정을 만들어 감히 의학을 넘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의료전문성(medical professionalism)을 강화하게 되면 유사(類似)의료는 발붙일 곳이 없어지게 된다. 전문가는 더욱 전문가다워 질수록 전문가적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전문가의 권위와 능력이 무너지면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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