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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리히 북스테후데 〈파사칼리아〉 D단조 작품번호 161 
디트리히 북스테후데 〈파사칼리아〉 D단조 작품번호 161 
  • 의사신문
  • 승인 2015.01.1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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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95〉

■자신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내면의 음악
 `그가 말했다. “듣고 있으면 천국과 지옥을 잡아 흔드는 것과 같은 것을 느끼게 되는 그런 음악을 좋아합니다. 제가 음악을 대단히 사랑하는 건, 아마 그것은 음악이 별로 도덕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모든 것은 다 도덕적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지 않은 것을 찾고 있습니다. 저는 늘 도덕적인 것에 괴로움만 받아왔습니다.” …(중략)… 피스토리우스는 다음번엔 옛날 오르간 음악의 작품인 북스테후데의 〈파사칼리아〉를 연주해 줄 것을 약속했었다 …(중략)… 우울할 때면 나는 피스토리우스에게 북스테후데의 〈파사칼리아〉를 연주해 달라고 청했다. 나는 저녁의 어두운 교회 속에 앉아 넋을 잃고, 이 이상스럽고 내면적이고 자기 자신 속에 빠져 있고 자기 자신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음악을 들었다. 나로 하여금 영혼의 목소리가 옳다고 시인하도록 도와주었다.' -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중에서.

 북스테후데는 덴마크의 오르간 연주자이자 교회음악 작곡가로 당대 최고의 영향력을 떨치던 존경받는 작곡가 중 한 사람이었다. 독일 올데슬로에서 1637년 출생했고, 유년시절에 대해서도 알려진 것이 없다. 음악교육은 스웨덴 헬싱보르와 헬싱괴르의 오르간 연주자였던 아버지에게 처음 받았다. 1688년 뤼베크에 정착해서 장크트마리아 교회 오르간 연주자로 일했고, 그곳에서 작곡가로 명성을 얻어 이 도시를 북부 독일 음악가들의 활동중심지로 만들었다.

 1703년 젊은 헨델이 그를 방문했었고, 2년 후 젊은 바흐는 그를 만나기 위해 320㎞가 넘는 길을 걸어왔다. 북스테후데의 연주는 바흐의 기대 이상이었다.

 바흐는 그의 음악에 매료되어 4개월간 그곳에 머무르게 된다. 얼마 후 68세의 북스테후데는 바흐에게 뤼베크의 자신의 자리를 계승해주려 했지만, 바흐는 교회 오르간연주자로서 이 도시의 축제와 상인들의 결혼식과 장례식을 위해 작곡하는 일이 포함되어 있었고 북스테후데의 장녀와 결혼을 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그 자리를 포기하고 만다. 북스테후데에게는 딸이 여섯 있었다. 쪼들린 가정을 돌보던 탓도 있었겠지만 장녀 안나 마르가레타는 바흐보다 열 살 연상인 30세 여인이었다. 장고 끝에 바흐가 떠나는 날 북스테후데는 유달리 비통한 오르간 음률로 바흐를 배웅했다고 한다.

 파사칼리아는 17세기 초 스페인에서 파사칼레(Pasacalle)라는 2박자의 춤곡에서 유래하여 그 후 프랑스에서 발레곡으로 사용되다가 바로크시대로 들어서 기악곡으로 발달하게 된다. 곡 전체를 통해 저음에서는 짧은 주제를 반복하고 고음부에서는 대위법적인 변주를 전개해 나가다 점점 느린 3박자형식으로 변형된다. `파사칼리아'는 `샤콘느'와 더불어 바흐, 헨델 등 여러 작곡가들이 발전시키면서 바로크시대의 대표적인 변주곡으로 되었다.

 북스테후데는 많은 성악곡과 기악곡들을 작곡했는데 많은 오르간이나 하프시코드 작품들은 소실되었고 이들 중 많은 작품들이 20세기에 와서야 재발견됐다. 그 외 성악곡은 주로 교회 칸타타들로 100여 곡 이상이 남아 있다. 가사는 예배 의전에서 가져온 것은 거의 없고, 대개 성서 구절이나 찬미가, 당시의 종교시들에서 가져왔다. 곡들은 신앙심이 넘치면서도 단순하여 바로크 작곡가들의 장식적 음악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의 성악곡 중 일부는 크리스마스 5주 전부터 일요일마다 늦은 오후에 성 마리아교회에서 열린 연주회인 그 유명한 `아벤트무지크(저녁음악)'를 위해 작곡한 것이었다.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그의 작품은 대부분 오르간 곡들이며 이 작품은 바흐의 〈파사칼리아 C단조〉의 기초가 되었다. 〈파사칼리아〉는 단순하고 유쾌하면서도 구성력이 훌륭하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경지를 과시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대위법보다 더 자유롭고 기발한 양식 사이에서 북스테후데는 위대한 창작력을 펼쳐 보이고자 하였다. 작품 속에서 그의 구상력은 놀라우며 생기차고 활발한 느낌을 준다.

 ■들을만한 음반: 마리-클레 알랭(오르간)(Erato, 1984); 헬무트 발하(오르간)(Archiv, 1969); 르네 사올긴(Harmonia mundi, 1993)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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