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란트라 이야기
엘란트라 이야기
  • 의사신문
  • 승인 2009.08.2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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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야 간신히 변한다

자동차 업계의 승리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른다. 그것은 업계 이야기를 많이 알수록 더 혼동스러울 때도 있다. 특정한 자동차들이 인기를 끄는 것은 한 때 뿐이다. 아주 특별한 차라도 몇 년을 넘기는 법이 없다. 업체들은 그 다음 모델이 잘 나가기를 기대하며 사활을 걸고 개발에 착수하게 된다.

폭스바겐이 잘 나가다가 1990년대에 이르러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필요로 했고 피에르 피에히 회장대에 이르러서야 간신히 개혁을 일으킬 수 있었다. 요즘 잘 나가는 폭스바겐은 당시 망할 뻔 했다. 아무도 이 회사의 오늘을 상상할 수 없었다. 수많은 근로자와 하청업체는 물론이고 회사가 속한 사회의 분위기도 중요하다.

덩치가 커져버린 폭스바겐은 1990년대 개혁이 필요한 시기에 차량의 시트조차 같은 주에 있는 메이커에서만 납품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경직된 분위기였다. 납품이 지연되는 경우도 많았지만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시의 독일의 분위기였다.

반면에 이런 일은 불필요하며 비즈니스의 승리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도 있다. 그러나 기업이 지역사회에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강력한 반발을 부른다. 반면에 너무 사회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이때에도 기업의 영향력과 개입은 강력한 반발을 부른다. 답은 아마 이 두 극단의 어디엔가에 있을 것이다. 혁신을 부르짖어도 주위에서 반발이 강하면 상황은 어렵다. 그러나 물건을 팔지 못하면 회사와 그 주변은 어렵게 된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현대는 운이 좋았다. 현대와 토요다 그리고 미쯔비시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떠오르는 샛별이었다. 이들의 품질은 비약적으로 좋아져서 독일과 유럽의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현대와 연관이 있던 미쯔비시의 엔진은 상당히 품질이 좋았다. 가장 좋다고는 못해도 적어도 다른 업체들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은 충분했다.

시리우스 엔진이라고 부르는 이 엔진은 정말 오랫동안 장수하면서 미쯔비시와 현대의 차들을 움직였다. 이 엔진은 일본의 차들이 오랫동안 개선과 혁신을 거듭해온 산물이었다. 4G6이라는 이 엔진은 그 이전의 4G3, 4G2 같은 오래된 엔진의 개선판이었다. 아스트론, 오리온, 새턴처럼 미쯔비시의 엔진군은 별과 성운 이름으로 명명된다. 미쯔비시의 4G6 다음 엔진은 4G9라는 코드로 부른다. 그러나 4G6은 지금도 미쯔비시에서 사용하고 있다. 1970년도부터 사용한 엔진이지만 꾸준히 개선한 엔진이다. 그 만큼 잘 만들어졌다. 현대는 4G6 엔진을 탑재하면서 그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엔진으로 어려운 승부를 펼치는 경우를 피할 수 있었다.

현대 자동차의 엔진은 시리우스 엔진을 바탕으로 개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NF 소나타에 들어가는 쎄타 엔진을 독자 개발하면서부터 숙원을 풀었지만 아직도 시리우스 엔진을 쓰는 차종들이 있다. 4G61은 1.6리터 엔진은 엘란트라 1.6에 들어갔고 4G63은 소나타와 그랜저에 들어가는 2.0리터 엔진으로 4G64는 2.4리터 소나타와 그랜저에 들어갔다. 차체 역시 미쯔비시의 차체였다.

기술개발의 경력이 짧은 메이커인 당시의 현대가 취한 일은 일단 페이스리프트와 소비자의 욕구를 최대한 반영하여 많이 팔리는 차를 만드는 것뿐이었다. 처음 엘란트라는 미국에서 대접을 받지 못했다. 같은 기술적인 DNA를 갖고 있어도 고장률이나 마무리에서 많은 차이를 보여주었다. 중간에 한번 페이스 리프트를 하여 아반떼를 만들었으나 이 변화는 DNA수준의 변화는 아니었다. 수출명은 그대로 엘란트라였다. 판매량이 나쁘지는 않았으나 요즘처럼 위상이 높지는 않았다.

엔진과 변속기 그리고 차체가 비슷한 상황에서도 미국에서 엘란트라의 평가는 높지 않았다. 개선이라는 것이 현재의 것들을 꾸준히 바꾸어 나가는 과정이라면 개선의 결과는 상당히 길었다. 우리가 All New Avante라고 부르는 XD가 나오기 전까지 10년 이상을 본질적으로 같은 차를 만져온 것이다. 물론 소비자들은 이런 것들을 잘 모른다. 학습곡선은 빠르게 상승하지 않는다. 메이커는 납품을 하는 중소기업들에게 품질을 올려줄 것을 기대하고 기다려야하며 또 기다려야 한다. 시트하나를 개선하려해도 몇 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시트의 프레임도, 내장재들도 많은 시간을 바라고 요구한다. 마진은 항상 빠듯하다. 쏘나타도 경우는 마찬가지여서 소나타 II와 본질적으로 비슷한 III 그리고 EF에 이르기까지 역시 10년 정도의 기간을 필요로 했다(NF는 그런 의미에서 개선이 아니라 혁신이다). 참으로 힘든 과정이다.

그동안 꾸준히 페이스리프트 한 수많은 변종들을 생각하면 모델의 근본적인 변화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0년에 한번 대 변화가 일어나기도 어려운 것이다. 그러니 1980년대 일본의 업체들이 완전히 새로운 신차들을 계속 만들어낸 그 에너지는 대단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밖에 없다. 상황은 역전되어 현대자동차는 토요타를 제외한 일본의 업체들과는 판매량으로 볼 때 대등하거나 더 나은 수준이다. 그러나 일본의 업체들이 비효율적일 만큼 개선과 개혁에 몰입해도 어려움에 처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동차 업계라는 세상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오리지널 차를 10년 이상 꾸준히 개량하면서 실력을 쌓아가며 만들어낸 아반떼는 경영과 마케팅의 놀라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일반 소비자들이 흔히 갖기 쉬운 불만은 거의 없다고 해도 좋다. 그래서 Cnnmoney나 포춘에도 28mpg(mile per gallon)의 효과적인 대안으로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40mpg의 폭스바겐 제타와 골프도 있고 비슷한 연비의 유럽차들도 많다. 변덕스러운 소비자들의 선택이 변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앞으로의 경쟁은 매우 궁금하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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