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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종 면허소지자가 버스 운전을?
2종 면허소지자가 버스 운전을?
  • 김지윤 기자
  • 승인 2015.01.12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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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청개구리의 속성이다. 연못에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 순간 청개구리는 폴짝 뛰어들어 이내 물을 흐린다. `입수 금지'라는 규제와 원칙을 정해놓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인데, 늘 선을 넘어버리는 것이 문제다.

그런데 정부가 청개구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달 28일 정부는 `규제 기요틴'을 적극 추진하겠다 밝히고 총 114건의 규제완화 사항을 발표했다. 규제를 완화하겠다며 내놓은 안을 보면 금세 어리둥절해진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규제를 풀고 이를 허용하겠다는 내용 때문이다.

`규제 완화'라는 구시대적 경제성장 패러다임에 브레이크 걸기는커녕, 허울 좋은 키워드 몇 개를 나열하며 정부가 앞장서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장려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의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오로지 규제 완화라는 측면에서만 파악하는 것은 지금까지 대법원의 법리적 판단을 무시하는 법치주의의 훼손 처사라고 경고했다. 또한 이는 현 의료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 지적하며 “검증도 되지 않은 불분명한 시술에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하겠다는 무책임한 발상을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공의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정부가 단순 경제 논리만으로 전문가 의견 수렴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 결국 국민의 건강권을 단두대에 올린 셈이라고 역설했다. 서울대병원과 이대목동병원의 전공의들도 각각 성명을 통해 정부를 규탄했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허가'는 현행 의료법을 위반하는 명백한 불법행위라는 것이다.

특히 서울대병원 전공의들은 “단순히 운전을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2종 면허 소지자에게 버스 운전을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근본적인 의학지식이 다른 한의사 집단은 현대의료기기 사용의 적응증에 대한 판단 능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국민 건강권을 망각한 비전문적인 결정이라는 것이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규제'를 단두대에 올려 처리하겠다는 정부에게 묻고 싶다. 각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인데, 과연 국민 건강권이 날것 그대로 `경제발전' 도마 위에 오를 만한 이슈인가. 성장과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의사들의 소신진료를 가로막는 것이 박근혜 정부가 구상하는 `안전사회'인가.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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