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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요셉 하이든 오라토리오 〈사계〉 
프란츠 요셉 하이든 오라토리오 〈사계〉 
  • 의사신문
  • 승인 2015.01.1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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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94〉

■자연과 함께하는 농부들의 소박한 신앙생활을 그려
 하이든은 당대 유럽에서 가장 명망이 높은 80대의 거장이었다. 모차르트는 이미 10년 전 35세의 나이로 요절하였고 젊은 베토벤은 아직 세상에 알려지기 전이었다. 그는 에스테르하지 후작에게서 거의 30년에 가까운 반평생의 세월을 충실한 악장으로 근무하면서 수많은 교향곡, 현악사중주곡, 피아노삼중주곡, 건반소나타 등 기악곡에 있어서 고전파의 규범이 되는 형식을 창조하였으나, 아직 이렇다 할 만한 종교음악이 없어 내심 고민이었다.

하이든은 1790년부터 5년 동안 2차례에 걸쳐 런던을 방문하였는데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는 그곳에서 헨델의 오라토리오를 접하고 그 웅대하고 설득력 있는 오라토리오에서 깊은 충격을 받게 된다. 그는 귀국하자마자 다른 작곡은 중단한 채 본격적인 오라토리오 작곡에만 전념하면서 1798년에 〈천지창조〉를, 3년 후에는 1801년 〈사계〉를 완성하게 된다. 이 작품은 오라토리오의 개척자인 헨델의 깊은 영향을 받았지만 하이든의 독자적인 양식을 추구하고 경쾌하면서 소박한 그만의 특성을 간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오라토리오와는 달리 농부인 시몬과 딸 한네, 그녀의 애인인 젊은 농부 루카스가 등장하는데, 이 때문에 천사가 찬양하는 〈천지창조〉와 비교해 〈사계〉는 천한 농부가 주를 찬양 한다는 등 상당한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자연과 그 속에서 생활하는 농부들의 소박한 생활과 그들의 기쁨이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고 그들의 신앙생활이 잘 나타나있는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영국의 시인 제임스 톰슨이 쓴 구약성경을 배경으로 한 시를 판 슈비텐 남작이 2년에 걸쳐 독일어로 번역한 대본으로 농민의 눈을 통해 본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노래하였다. 4계절의 변화에 따른 자연의 변화와 자연에 대한 외경 및 환희, 계절의 추이에 따른 서민의 생활상, 소박한 젊은 농부들의 사랑과 농부들의 하느님에 대한 감사 등을 4부 39곡으로 구성하여 노래하였다. 종교적으로 심각하고 극적인 내용인 〈천지창조〉와 달리, 〈사계〉에서는 인간의 내적 성숙이야말로 괴롭고 두려운 겨울을 지나 영원한 봄날만이 지속되는 하느님의 상이라는 것을 노래하며, 인간의 일대기를 사계절의 변화에 대비시켜 인간이 덕을 쌓는 일이야말로 영원한 행복의 근원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사계절을 노래하고 있는 이 오라토리오는 대화형식으로 배역은 농부 시몬(베이스), 그의 딸 한네(소프라노), 젊은 농부 루카스(테너), 농부와 사냥꾼들의 합창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봄. 봄이 찾아오는 기쁨을 암시하는 오케스트라의 서곡과 `겨울은 지나갔다. 봄이 왔네'의 합창이 펼쳐진다. 호미를 들고 파종을 하러 들에 나가는 농부를 바순으로 노래하면서, 비가 오기를 기도하는 노래가 퍼지면서 부드러운 찬송이 연상된다. 아름다운 들의 풍경. 모든 자연의 소리와 함께 신을 찬양한다. 영원하고 전능하신 영원과 찬미와 상찬이 신에게 있으리.
 △제2부 여름. 농촌 여름의 하루를 조용히 오보에로 묘사하고 있다. 풀벌레 소리와 함께 여름밤을 지내고 새벽이 밝아오는 풍경을 그리면서 양떼를 따라 밤이 밝기를 기다리는 목동을 노래하고 있다. 해가 떠오르는 것을 고하면서 태양을 찬미하고 창조주에게  감사한다.
 △제3부 가을. 풍년을 축복하는 농부들의 노래이다. 아! 노동은 모든 행복의 근원이다. 나무의 열매를 따는 젊은 남녀의 이중창 `진정한 사랑이란 행복한 것'와 `사랑하고 사랑을 받는 것은 둘도 없는 기쁨'으로 이어진다. 밭의 곡식을 이야기하며 사냥을 노래한다. 풍년을 축하하는 농부들의 합창과 함께 포도주를 마시며 춤추는 젊은이들의 생기에 찬 노래가 울려 퍼진다.
 △제4부 겨울. 스산한 겨울벌판의 정경을 노래하고 있다. 즐거움은 지나고 밤이 계속되는 겨울을 노래한다. 모든 것이 얼어붙은 정경을 이야기한다. 눈보라에 길을 잃은 나그네가 피난처를 찾아오자 그들을 따뜻한 방으로 안내한다. 물레에서 실을 짜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모든 희망과 기쁨과 즐거움, 그리움은 다 사라지고 어두운 겨울을 노래한다. 덕성은 우리를 영원의 드높은 목적지로 인도한다. `아침 왔도다. 저 문에 들어갈 자는 누구인가. 악을 피하고 선을 행하는 자'라는 삼중창의 대화이다. `폭풍은 가고 영원한 봄이 지나갈지니 신이여 당신의 손을 빌리소서… 우리들 승리하여 당신 나라의 영광에 참례하리… 아멘'으로 장대하게 막을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칼 뵘(지휘), 군둘라 야노비츠(한네), 피터 슈라이어(루카스), 마르티 탈벨라(시몬), 빈 심포니오케스트라(DG, 1967);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군둘라 야노비츠(한네), 베르너 홀베크(루카스), 발터 베리(시몬),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EMI, 1972); 존 엘리엇 가디너(지휘), 바브라 보니(한네), 안토니 롤페 존슨(루카스), 안드레아스 슈미트(시몬),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 몬테베르디합창단(Archiv, 1990)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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