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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 `위기의 의료계' 최전선을 가다: 내과
■긴급점검, `위기의 의료계' 최전선을 가다: 내과
  • 의사신문
  • 승인 2015.01.0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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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 <대한개원내과의사회 회장>

이명희 대한개원내과의사회 회장
내과 전공의 미달…의료체계 붕괴 임박 `신호'

`의료의 꽃'으로 불리는 내과 의사가 흔들리고 있다. 우려했던 내과 전공의 모집 미달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지원자가 줄더니, 급기야 올해부터는 미달 병원이 속출하고 있고 몇몇 지방병원들은 지원자가 아예 없다.

의학의 메이저 4개 과목 중에서도 의료서비스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내과에서 이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그러나 현재의 저수가체제와 최근 정부가 강력히 주도하는 원격 진료는 내과 전공의 미달이라는 사태를 만들어 냈다.

특히 원격진료는 환자 안전과 1차 의료의 존립 기반마저 위협해 결국은 의료시장 혼란이라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가뜩이나 낮은 의료수가로 고충이 많은데 곧 원격진료까지 시행된다는 소식에 개원 내과의사 들의 위기감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보란 듯이 전공의 모집 경쟁률은 점점 내리막길을 타다가 결국 사상초유의 미달사태까지 일어났다.

내과 1년차 전공의 부족 사태는 대형병원에서 일차적으로 중환자 진료에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일부 병원에서는 4년차가 1년차의 일도 함께 하고 있다지만, 일부 병원의 1년차 근무 환경은 한계를 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만성질환 환자가 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내과 개원의들은 경제적으로 힘들고 전공의들은 내과를 기피하게 된 이유는 뭘까? 이런 현상의 원인을 몇 가지 짚어보고 이에 대한 대책을 함께 알아보고자 한다.

첫째,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진료가 결정타 역할을 했다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내과의사는 없을 것이다. 내과 진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혈압, 당뇨 등과 같은 만성질환자들은 대면진료가 기본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의료를 경제논리로 접근함으로 인하여 환자의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내과의 피해가 상당할 것은 자명하다. 정부는 반드시 원격 진료 계획을 취소하여야 한다.

둘째, 내과 전문의가 되더라도 개원은 물론이고 취직자리 찾기도 쉽지 않다. 이는 내과와 관련된 진료 수가가 원가에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만 생활이 유지 된다. 그러나 이런 개원자리를 찾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최근 지방 소도시의 내과의원 원장이 목숨을 끊었다.

이유는 경영난이었다. 지난 3월 3억원을 빌려 개원했으나 환자가 많지 않았다. 한 달 진료수입은 약 1500만원 [내과 진찰료는 초진(1만3000원)과 재진(9000원)으로 나뉜다. 환자는 의료보험에서 지원을 받아 3000∼4000원 정도 부담한다. 의사 몫은 환자 1인당 평균 1만원 정도로, 하루 환자 수 50명에 월 25일 병원 문을 연다고 하면 월 진찰료 수입은 1250만원 정도다]이었다. 그러나 임대료·금융비용[병원 문을 열려면 내시경 등 기계값과 인테리어 비용이 든다.


원가에 턱없이 부족한 수가·원격진료가 내과 마저 위협
경제 논리에 치중된 수련과정 또한 대대적인 개혁 필요


기계는 성능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평균적으로 7000만∼8000만원 정도다. 인테리어 비용은 보통 3.3㎡당 150만∼200만원이다. 보통 내과 크기인 132㎡를 기준으로 하면 6000만∼8000만원이다. 간판 설치 등 추가 비용을 더하면 1억원이다. 임대보증금 5000만원과 각종 부대비용이 추가되면 개원 시 최소 3억원이 필요하다.여기에 인건비가 추가된다.

병원은 보통 간호조무사 최소 2명(세금 포함 400만원)을 둔다. 간호조무사 대신 간호사를 고용할 수도 있지만 임금이 20∼30% 더 높다. 건물 임대료(월 300만원), 수액·주사제 등 약제비 200만원, 은행 대출 원리금 상환에 월 400만원가량이 든다. 매월 1300만원 정도 비용이 나간다] 등을 제하면 남는 게 없었다. 그는 “아빠 노릇 못해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겼다. 최근 이런 유사한 일들이 우리 주변에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셋째, 과거와 달리 초음파나 내시경과 같은 술기를 배우려면 전임의 과정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수련기간이 길어졌다. 전공의 양성 과정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며 대형병원들은 수익에만 연연하지 말고 각 년차별 이수해야할 내과적 술기 등을 명기하여 전공의들이 완벽히 연마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넷째, 최근 정부의 정책이 외과 중심으로 중증도 보상을 해, 상대적으로 내과의 매력이 떨어졌다. 예를 들어 최근 위장내시경학회에서 발표한 위내시경 원가 분석 비교 결과를 보면 내시경을 수면이 아닌 일반 내시경으로 시행 시 오히려 손해라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내과 진료 수가에 대한 전면적인 현실화가 필요하다.

아직 크게 부각되고 있지는 않지만, 내과의 최근 위기는 사실 매우 심각한 위기 신호로 보인다. 지난 수십 년간 임시변통으로 일관되어 온 한국의 의료체계가 이제 뿌리까지 흔들리기 시작했음을 잘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과는 비급여도 많지 않고 눈에 띄는 화려한 시술도 상대적으로 적은 분야이지만, 모두가 인정하듯이 의학의 근간이며 의사라는 직업의 본분에 가장 가까운 분야이다.

내과가 어렵다는 것은 의료제도가 완전히 잘못 디자인되어 있다는 반증이며, 내과가 무너진다는 건 곧 의료체계 전반의 붕괴가 임박했다는 신호다. 붕괴 직전에 들려오는 마지막 경고음마저 인지하지 못하거나 무시했을 때 닥칠 비극의 상처는 상당히 크고도 깊을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당장 원격진료의 일방적인 밀어 붙이기를 즉각 중단해야 하며, 대형병원들은 전공의 수련 과정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개혁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수가 문제이다. 진찰료 등 핵심 진료행위에 대한 저수가 문제의 해결 없이는 어떤 대책도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이명희 <대한개원내과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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