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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 `위기의 의료계' 최전선을 가다: 외과
■긴급점검, `위기의 의료계' 최전선을 가다: 외과
  • 의사신문
  • 승인 2015.01.0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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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훈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노성훈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중병 앓는 외과…“병세는 깊어가고 미래가 없다”

질병을 치유하는 의료의 본질적 측면에서 외과는 내과와 함께 의료의 가장 중요한 축을 이루는 전문 과목이다.

1884년 갑신정변에서 부상당한 민영익을 치료한 선교사 알렌에 의하여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외과적 치료는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하였으며 많은 환자들에게 치유의 기쁨을 안겨주었다. 이제 우리 나라 외과의들의 수준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이 되었지만 정작 외과 자체는 중병을 앓고 있고 점차 병세가 깊어지고 있다.

적절치 않은 보험수가, 50∼60%에 불과한 외과 전공의 지원율이 현실인 외과의 문제는 이미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로 공론화되었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 건강 증진에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중차대한 일로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 근거하여 적절한 해결이 필요한 실정이다.

현 외과 전공의 지원자 부족의 문제는 단순히 전공의 부족 사태로만 인식할 사항이 아니고 현 의료보험 수가 체계에서 외과 진료 및 수술에 대한 비합리적인 저수가, 우리나라 의료 체계 내에서 우수한 외과 전문의 양성 시스템의 개발 및 전공의 역할에 대한 재인식 등 많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져 있는 문제이다.

외과와 관련된 문제에서 최우선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사항은 턱없이 낮게 책정된 외과진료 및 수술 수가이다. 2012년에 발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에 의하면 기본 진찰에 대하여 적용되는 건강보험수가는 병원이 관련 인력, 시설 등을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의 50%에 불과하다. 다른 보고에서도 진찰이나 입원료의 원가 보존율은 75%, 수술은 76%라고 하였다.

이는 외과의사가 전문적 지식에 근거하여 문진과 진찰을 하고 수술을 하면 할수록 손해가 가중되는 구조이고 많은 검사를 해야만 이 손해를 보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특히 개인 의원의 경우 수술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데 반해 손실 보전의 수단이 거의 없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위험이 따르는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는 외과 진료 현장에서, 치료의 결과에 대한 기대와 책임은 한없이 높아지는데 반해 치료 행위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이 외과 회피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낮은 외과 전공의 지원율의 본질은 전공의 과정이 끝나고 전문의가 되었을때 전공의 시절의 힘든 고생에 비해 미흡한 경제적 보상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별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의료 체계가 제대로 갖추어져서 외과 전문의 자격 취득 후 이들이 하는 진료가 외과의사로서의 자부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강도높은 노동과 사회적 요구 불구 적절한 보상은 없어
외과 수가 개선 및 왜곡 운영되는 의료인력 정상화 시급


또한 외과 전공의의 역할에 대한 재인식이 절실한 상황이다. 전공의는 기본적으로 피교육자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동안 환자를 진료하는 핵심 인력으로 인식되어 왔다. 특히 외과 영역에서는 응급실, 외래 및 입원 환자 진료 및 관리 이외에 수술실 보조, 수술 전후 환자 상태에 따른 처치등 병원에 24시간 상주하며 강도 높은 노동을 수행하는 의료진의 역할을 외과 전공의가 수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많은 논란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피교육자이지만 병원에서 외과 환자 진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미국의 경우 전공의 근무 시간을 제한하고, 전공의 교육을 위해 전공의 업무의 상당한 부분을 호스피탈리스트가 수행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제도 미비, 처치에 대한 낮은 의료보험 수가 등으로 인하여 아직도 많은 부분을 전공의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전공의 부족 문제를 호소하는 병원의 입장이 진료 업무를 수행할 인력의 부족을 호소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으로 필요한 외과전문의 수의 부족을 호소하는 것인지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선별적 해결이 필요하겠다.

의료 제도의 문제를 다룰 때 중요시 해야 할 점은 국민 건강과 환자들에게 제공되는 의료의 질에 대한 문제이다. 특히 수술은 질병의 치료를 위하여 환자의 몸에 침습적인 행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의 질이 담보되지 않으면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대한외과학회에서는 이러한 인식하에 회원들의 평생교육을 위해 노력해왔고 2013년부터는 세부전문의 제도를 시행하여 외과 내에서도 각 세부 분야별로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세부전문의는 자격 취득을 위해 관련 분야를 깊이 있게 교육을 받아야만 할 뿐 아니라 자격을 유지하려면 관련 분야에서 지속적인 유지 보수 교육을 받아야 하고 매 5년마다 자격을 갱신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 정책 당국자들에 의하여 조금씩 바뀌고는 있지만 우리나라도 이제는 양질의 전문가에 의한 진료 및 처치(수술)에 대하여 적정한 보상을 하고 한편으로는 이들의 질 관리가 엄격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외과 영역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외과의들이 양산될 것이고 국민 건강 증진에 한층 더 이바지 하게 될 것이다.

현재 외과의 위기는 단순히 외과 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왜곡된 의료 체계가 투영된 결과로 인식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앞의 문제만 해결하는 미봉책이 아니라 국민 건강 증진과 세계를 이끄는 대한민국 의료라는 큰 시각이 필요하다. 전문가의 행위를 중시하는 적정한 보상체계, 미래를 예측하는 적절한 자원 배분, 왜곡되어 운영되는 의료 인력의 정상화 등 우리 나라 위상에 걸 맞는 의료 현장의 개선이 작게는 외과의 위기를 극복하고 크게는 우리 나라 보건의료가 진일보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노성훈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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