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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트르 차이코프스키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 작품번호 66
표트르 차이코프스키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 작품번호 66
  • 의사신문
  • 승인 2014.12.2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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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93〉

■구김살 없이 밝고 우아한 발레 음악

차이코프스키는 1888년 12월 제국극장 총감독인 이반 우세보로주스키로부터 발레 작품을 의뢰받게 된다. 작품 구상을 고민하던 차이코프스키는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장화를 신은 고양이'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동화 작가 샤를르 페로(Charles Perrault)의 `선녀 이야기' 속의 `잠자는 공주'를 선택하게 된다.

이 작품은 러시아에서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 온 유명한 우화의 하나를 페로가 동화로 구성한 것이다. 3막4장으로 구성된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우세보로즈스키 감독과 궁정발레 안무가인 마리우스 프티파가 대본을 만들고 여기에 곡을 붙인 작품이다.

이 발레음악은 모두 29곡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중에서 제1번 서주와 리라요정, 제2번 아다지오, 제3번 알레그로 모데라토, 제4번 파노라마, 제5번 왈츠를 발췌해 관현악 모음곡으로 꾸며 연주하고 있다. 우울하고 슬픈 음악을 많이 쓰던 차이코프스키이지만, 이상할 정도로 발레곡들은 화려하게 작곡하였다. 이 작품에서도 깊은 우울과 말할 수 없는 비애 대신 빛나는 정서, 우아한 음악, 비약적인 리듬이 구김살 없이 나타나고 있다.

차이코프스키가 49세 때 쓰고 나서 이듬해인 1890년 초연된 이 작품은 참담한 혹평을 받 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유가 음악이 너무 탁월했다는 데 있었다. 당시 무용의 부속물로 단순한 것으로 치부된 무용음악에 이처럼 정교한 음악이 쓰이는 건 드문 일이었다.

더구나 마린스키극장에서 초연 전날 리허설에 참관을 마친 뒤 황제가 그저 “괜찮았다!”라고 평하고 떠나자 일동들은 크게 실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작품은 차이코프스키의 발레음악 중 제일 규모가 크고 등장인물이 많으며 무대장치와 의상 등이 화려해 실제로 공연을 올리기는 쉽지가 않았다. 그런 배경으로 러시아에서보다 유럽과 미국에서 이름을 더 떨친다. 차이코프스키 사망 후 1921년 러시아 궁정극장과 런던 알함브라극장에서 디아길레프발레단이 대성공을 기록한 후 불후의 발레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프롤로그〉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장식으로 가득한 플로레스탄 왕궁. 옛날 어느 나라에 자식을 낳지 못한 왕비는 정성껏 기도한 결과 예쁜 오로라 공주를 낳게 된다. 이를 축하하는 연회를에 여러 하객들과 함께 초대받은 여섯 요정이 어린 공주에게 한 가지씩 행운을 빌어주었다.

파티가 절정에 이를 무렵 수행관의 실수로 초대받지 못한 요정 카라복스는 공주가 어른이 될 무렵 손가락이 바늘에 찔려 죽을 것이라는 저주를 한다. 낙심한 왕비에게 상냥한 요정 리라가 나타나 공주는 잠을 잘 뿐이며 어느 왕자의 사랑에 의해 눈을 뜰 것이라고 일러준다.

〈제1막〉 오로라 공주의 16번째 생일 파티. 오로라 공주의 16번째 생일 파티가 성대히 열리고 있다. 오로라 공주에게 구혼하는 왕자 4명과의 춤으로 파티가 절정에 다다르는 순간 늙은 노파가 등장하여 오로라 공주에게 장미꽃다발을 전한다.

아름다운 장미에 흠뻑 취한 오로라 공주가 갑자기 힘을 잃고 쓰러지고 늙은 노파로 변장한 악의 요정 카라보스는 16년 전의 저주를 읊조린다. 꽃다발 속에 숨겨진 물레바늘에 찔린 공주가 깨어나지 못하자 공주의 수호신 라일락 요정이 나타나 왕궁을 100년간 잠들게 하는 마법을 걸고 라일락으로 성을 뒤덮어버린다.

〈제2막〉 제1장 잠든 왕궁으로 찾아 든 사랑. 100년이 흐른 후 어느 날 데지레 왕자가 친구들과 함께 숲속에서 사냥을 즐기던 중 신비한 힘에 이끌려 깊은 숲속으로 가게 된다. 왕자는 라일락 요정과 다섯 요정이 보여주는 오로라 공주의 환상에 빠져들게 되고 요정에 의해 가시덤불로 가득한 성으로 들어선다. 제2장 카라보스의 저주를 풀다. 데지레 왕자의 달콤한 키스.

악의 요정 카라보스와 박쥐들이 100년간 잠든 왕궁을 지배하고 있는데 라일락 요정은 마법으로 악의 힘을 잃게 하자 데지레 왕자는 오로라 공주가 잠든 곳으로 향한다. 그녀를 발견하고 공주에게 달콤한 키스를 건네자 100년간 잠든 오로라 공주와 왕궁 전체를 잠에서 깨어나게 한다. 왕자가 오로라 공주에게 청혼하자 왕궁은 다시 기쁨으로 가득하게 된다.

〈제3막〉 오로라 공주와 데지레 왕자의 결혼식. 공주와 왕자의 결혼식장으로 축하객들이 모여들고, 사랑스러운 다섯 요정과 라일락 요정이 결혼을 축하하는 춤을 춘다. 파랑새와 플로리나 공주, 장화 신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 붉은 두건 소녀와 늑대의 축하가 이어지고, 오로라 공주와 데지레 왕자의 사랑을 그랑 파드두로 표현하고 라일락 요정의 축복으로 막을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에른스트 앙세르메(지휘),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Decca, 1959); 안탈 도라티(지휘),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보우 오케스트라(Philips, 1981); 제나르 로제스트벤스키(지휘), BBC 심포니오케스트라(Melodiya, 1979)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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