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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 간이식 수술 20년…장기 생존 시대 활짝
생체 간이식 수술 20년…장기 생존 시대 활짝
  • 김지윤 기자
  • 승인 2014.12.17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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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10년 생존율 90% 접근, 세계 최다 3713례·세계 최고 단기 생존율 97%"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황신 소장 등 간이식팀 의료진들이 간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간이식 받는 것 자체가 새로운 생명을 얻는 것, 평생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치료법”

선천성 담도 폐쇄증을 앓고 있던 생후 9개월의 아기는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화로 인해 간이식이 아니면 살려낼 방법이 없었다. 결국 아버지는 자신의 간 일부를 딸에게 떼어 주겠다고 결정했고, 1994년 12월 8일 18시간의 대수술 끝에 국내 첫 생체 간이식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죽음을 앞둔 아기에게 건강한 사람의 간 일부를 떼어 옮겨주는 생체 간이식 수술이 20년 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이후 9개월 아기는 21살의 건강한 대학생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그동안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해온 간이식은 장기 생존율과 삶의 질을 보장하는 말기 간질환 최고의 치료법으로 완전히 정착될 수 있었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소장·황신 교수)는 국내 최초 생체 간이식 20주년을 맞아 94년부터 최근 20년간 간이식을 받은 소아 환자 280명의 이식 후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1년과 5년 후 생존율이 각각 94.9%, 90.6%로 나타났다. 10년 이상 생존한 환자도 무려 86.9%인 243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돼, 간이식 치료가 장기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본격 궤도에 오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10년 생존자 243명의 건강 상태를 살펴본 결과, 재이식은 2건에 그쳤고 신장 기능의 저하를 보인 환자는 7%, 고지혈증 발생은 단 2.5%에 머무는 등 합병증은 극히 낮았다.

황신 소장은 “생후 1년 미만의 영아에게 간이식을 시행한다고 하면 부모들이 잘 살 수 있겠냐며 의문을 갖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의 소아 간이식 환자 중 현재 20년 생존자는 2명으로 내년이면 4명, 내후년이면 7명이 된다”고 전했다.

이어 황 소장은 “이식 후 관리만 잘 하면 2~30년을 넘어 평생을 살 수 있다. 간이식은 더 이상 생존율의 문제가 아니라 평생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치료법으로 확립되고 있다.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는 것”이라 덧붙였다.

20년간 진화를 거듭한 수술 기법과 수술 전후 관리의 향상에 힘입어 현재 생체 간이식 세계 최다 경험(3713례)과 최고 생존율(1년・97%)을 기록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이를 바탕으로 특히나 기대 여명이 50년 이상 남아있는 말기 간질환 소아 환자들의 정상적 삶을 위한 각고의 노력 끝에 장기 생존율의 현저한 발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

94년 국내 첫 생체 간이식 성공 9개월 환아…21살 건강한 대학생으로 성장

서울아산병원 간이식 환우 모임. 20여년 전 생체 간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하게 성장한 환우들이 간이식팀 의료진들과 합창 공연을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소아일반과 김경모 교수는 향상된 장기 생존율 성과에 대해 수술 기법의 발전과 수술 전후 관리 향상을 첫 번째 요인으로 꼽으며 △간이식외과 및 소아외과 △ 소아일반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유기적 협진 시스템 구축이 그 바탕이 되었다고 했다.

또한 김 교수는 “현재 간에서 일어나는 부산물로 인해 장기가 손상되는 윌슨병 같은 대사성 질환에 대한 이식 후 생존율도 높게 나타나는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메틸말론산혈증과 같은 간외 대사성 질환에도 간이식 확장을 통해 희귀난치성 질환을 겪고 있는 환아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3713례의 생체 간이식 수술을 시행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의 생체 간이식 환자 생존율은 97%(1년), 89%(3년), 88.5%(5년)로 확인됐는데, 이는 장기이식 수술의 선진국이라는 미국(UNOS)의 간 이식 생존율 88.7%(1년), 82.7%(3년), 79.7%(5년)를 훨씬 뛰어넘는 기록이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1994년 12월 국내최초의 생체 간이식 성공 △1999년 1월 세계 최초의 변형 우엽 간이식 성공 △2000년 3월 세계 최초의 2대1 간이식 성공 △2011년 403건의 연 세계 최다 간이식을 시행하며 매년 100명이 넘는 해외 의학자들이 간이식 수술법을 전수받으러 병원을 찾는 등 세계 간이식 수술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간이식팀은 기증자 수술에 최소침습수술을 적용하고 있는 바, 지난 2008년 5월부터 소아 생체 간이식에 대한 기증자 복강경 간절제 수술을 국내 최초로 성공해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술 증례인 27건을 가지고 있으며 성공률도 100%를 보이고 있다. 최근 11월에는 성인 생체 간이식에서 기증자의 간 우엽 절제를 복강경으로 안전하게 시행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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