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4:35 (금)
의료인문학을 의사국가시험에 넣을 것인가?_정명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장
의료인문학을 의사국가시험에 넣을 것인가?_정명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장
  • 의사신문
  • 승인 2014.12.01 1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명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장>

정명현 한국보건의료인 국가시험원장
참 의료인 양성 교육환경 조성에 공동 노력 필요

1990년대 후반 전국에 의과대학이 41개로 늘어나며 신설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고전적 의학교육 교육과정을 탈피하여 혁신적 교육과정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신설 의과대학들의 급증과 세계 의학교육의 흐름의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의 의학교육과정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으며 보건의료 환경과 인터넷의 발달 등 사회적 여건도 빠르게 발전하여 의학 교육과정도 통합교육과정, 문제바탕교육과정, 역량바탕 교육과정으로 변화됐으며 이에 따라 의사국가시험도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또한 환자들의 권리와 인권이 더욱 존중받기 시작하며 의사면허를 인정하는 국가고시는 단순히 의학적 지식과 술기만을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좋은 의사상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의사를 검증하는 시험이 되어야 한다는 주문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1992년 설립되어 복지부로부터 의사국가시험의 독자적 실행을 위탁받아 시행해 오던 한국의사국가시험원이 1998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으로 확대 개편되며 의사국가시험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도 일부 의사국가시험 이해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의사국가시험에는 반드시 의료인문학 특히 의사로서 갖추어야 한다고 판단되는 인성과 도덕성을 검증할 수 있는 문항이 출제되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그러나 그 때까지 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에서 발간한 의과대학 공통 학습목표집에는 짧은 시간에 급속도로 변화하는 여러 의과대학들의 의욕적인 교과목과 교육과정을 전부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의료계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좋은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의학교육이 실제 임상에서 환자가 가지고 오는 병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이외에도 친절하며 온정적이며 원활한 소통능력을 포함하는 의료인문학적 소양을 겸비한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확고히 형성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의과대학들은 신뢰받는 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최선의 교육과정과 교육방법을 마련하여 의과대학생들에게 유용한 의학적 지식뿐 아니라 바람직한 인성과 엄격한 도덕성을 갖추도록 교육하여야 하며 따라서 국가시험원은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타당성 있는 면허시험을 시행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국가시험 방법만으로는 의사로서의 유용한 지식과 문제해결능력을 측정하고 일부 의료인문학적 지식의 평가는 가능해도 수험생 개인의 인성과 도덕성을 객관적이고 타당성있게 평가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

솔직히 현재의 의사국가시험에서 의사로서 바람직한 의료윤리나 도덕성을 갖추었는지를 검증하기 위하여 의료인문학 문항을 객관식 5지 선택형으로 답 가지를 갖추어 개발하기란 거의 불가능 할 것이다. 비록 개발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문항으로 개인의 윤리의식이나 도덕성을 분별하기는 어렵고 더더욱 정답을 맞힌 수험생이 반드시 좋은 의사로서의 인성과 도덕심을 가졌고 의사가 된 후 그렇게 행동으로 실천할 것이라는 보장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다행히도 최근의 의사국가시험의 문항들에는 환자의 육체적 정신적 질환에 관한 단순한 지식을 측정하는 수준을 넘어 환자가 처한 입장과 환경을 고려하고 사회적 상황에 맞는 해석과 판단을 하여 환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문항으로 개발하려 노력하기 때문에 문항의 해결에 필요한 의사로서의 인성이나 도덕성을 가름할 수 있는 요소들이 여러 가지 형태로 녹아들어 있다. 특히 의료법규 문항들에는 이런 내용들이 더욱 비중이 크게 취급되고 있다.


윤리·도덕성 검증 어렵지만 실기시험 등 통해 보완 진행
의료인문학 표준 교육과정·학습시간 등 의대별 협의 필요


더욱 다행인 것은 2009년부터 도입된 실기시험에서는 모의환자나 인체모형을 상대로 실제상황과 흡사한 조건에서 임상 진료와 수기를 실현해 보도록 시험을 진행하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환자를 대면하여 진료나 수기를 시행해 보일 때 부족하나마 의사로서 갖추어야할 언행과 인품을 잠시나마 관찰하고 평가하는 기준이 포함되어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

물론 현재 우리가 시행하고 있는 필기시험이나 실기시험만으로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인성이나 도덕성을 갖추었는지 판단하기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지만 국가시험원에서는 앞으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시험방법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기 위하여 연구개발을 계속할 것이다.

현재 국가시험원의 의사국가시험 출제범위와 출제원칙은 필기시험이나 실기시험 공통으로 사회적 통념으로 받아들여지는 의사의 직무분석에 포함된 내용 중에서 41개 의과대학의 공통된 교육과정에 포함하여 교육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5∼10년에 한 번씩 개정되는 국가시험원의 출제기준과 문항개발 기준에 반드시 명시되어 되어 있어야 출제가 가능하다.

그러므로 의사학 등 순수하게 의료인문학으로 분류하여 국가시험에 출제를 하려면 우선 학장협의회에서 제시한 의과대학 공통 교육목표집에 수록이 되어 전국 모든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이 교육과정으로 채택하여 가르쳐야 하며 또 의사국가시험위원회는 이 내용을 출제기준과 문항개발 기준에 포함해야 한다.

국시원 조사에 의하면 전국 모든 의과대학이나 의학전문대학원들이 의료인문학에 대한 교육과정을 일정부분 강의나 실습에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그 교육시간의 배분이 학교마다 편차가 크고 가르치는 과목명 또한 매우 다양하며 유사한 과목명 일지라도 강좌의 내용이 서로 다르게 구성되어 있어 공통된 학습목표를 정하고 이를 교육할 교수진을 확보하기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면허시험의 공평성, 타당성 실현성의 문제 등으로 당장 국가시험에 무작위로 의료인문학 문항을 출제하기에는 넘어야할 산들이 많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모든 의학교육 이해당사자들의 동의하에 학장협의회에서 공통적인 의료인문학 표준 교육과정과 학습목표를 정하고 모든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들이 교육과정에 일정시간을 배분하여 교육한다면 국시원은 바로 적합한 출제기준과 문항개발기준을 마련해 적절한 비중으로 출제에 포함시키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간 외국의 예도 많이 알아보았으나 그들도 시험으로 의사로서의 인성과 도덕성을 평가하는 뾰족한 방법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으며 일부 실기평가를 통한 관찰에 의존함을 알 수 있었다.

그 대신에 그들은 의과대학 입학선발 때부터 인성과 도덕성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다양한 선발방법을 활용하고 있었다. 또한 의과대학 교육과정은 물론 졸업 후 수련교육과정과 의료인으로 활동하는 동안에도 각종 사례를 통해 인성과 도덕성을 갖춘 의료인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또 다양한 기회와 자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여 스스로 자기계발을 통해 인성과 도덕성을 갖춘 의료인으로 사회에 기여하도록 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의학교육과정을 통해 좋은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의료인문학을 포함, 의사로서의 윤리와 도덕성을 강조해 학생 때부터 교육하는 것은 지극히 타당한 의견이지만 이러한 인간의 개인적 특성까지 시험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만큼을 성취했는가를 측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예로 우리보다 앞선 외국의 의사 양성 제도의 발전과정을 면밀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정명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