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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사' 양성을 위한 의료윤리와 환자인권_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
'좋은 의사' 양성을 위한 의료윤리와 환자인권_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
  • 의사신문
  • 승인 2014.12.0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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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 고려의대 교수>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
나쁜 의사 되지 않는 윤리적 실천 방향 알려줘야

'좋은 의사'를 양성하는 것은 의과대학이 갖고 있는 본연의 사명이다. 그러나 한 시대의 의사의 모습은 의학교육과 의사가 스스로 자의적으로 만들어 진 것이 아닌 시대적 환경이 만들어낸 결과다.

여기에는 사회, 경제, 정치, 역사, 문화 등 대단히 복잡한 시대상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개입하여 특정시대의 의사집단이 갖는 보편적인 모습을 형성한 것이다. 다르게 표현한다면 한 시대의 의사가 갖는 이미지와 속성은 사실 시대적 동시성을 갖는 사회와 의사집단 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성과로 해석될 수 있다.

의사가 매우 권위적이고 환자의 인권을 등한시 하고 살아도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았던 시절은 바로 우리사회의 보편적 인권과 윤리의 수준을 가늠케 하는 직, 간접적 잣대가 될 수 도 있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도 개인적인 계약적인 관계였다. 의사의 독점적 지위에 대한 환자의 상대적 불평등한 지위도 치료라는 명제 앞에 묵묵히 감내하여야만 하였던 시절이었고 나라나 사회의 민주화 지수도 낮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사회는 의사가 의료의 독점적 공급자와 지배계급의 위치로 부터 다양한 의료공급자의 일부로 격하되었고 의료는 국민 모두의 권리이고 의료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도 정부를 비롯 사회, 환자, 각종 공공기관, 시민단체 등 다양한 사회적 구성원으로 변모 되었다. 의료가 인구 노령화와 더불어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사안으로 변모하며 의료윤리와 환자의 권리도 한 층더 강화되고 있고 지금도 계속 발전 중에 있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맞추어 좋은 의사를 양성하기 위하여 사회와 인간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의료윤리와 환자의 권리에 대한 교육과 인식을 제고시켜 의료현장에서 적용시키면 좋은 의사가 될 것이라는 가설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잘 교육받은 의과대학생이 정작 의료현장에 접하는 순간 다양한 의료현장의 윤리적 갈등상황과 훼손당한 환자의 권리는 물론 망가지는 자신의 자아에 대하여도 숨막히는 수직적, 권위적 의국 분위기속에서 좌절감과 체념으로 이행하게 되는 것도 현실이다.

`좋은 의사'를 만들기 위한 좋은 인문사회학적 교육은 의료윤리와 환자권리에 대한 직, 간접적인 교육이며 과학으로 잘 못 인식된 경직되고 딱딱하고 비인간적인 의료를 순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선진 여러나라 들도 의학교육에서 인문사회의학의 중요성을 같이 공감하고 있다.

의사의 역량도 이제는 단순한 진료자의 역할을 넘어 의사소통, 리더쉽, 자원분배, 의료제도, 법, 교육자, 연구자, 공감역 등 다양한 사회 친화적 역량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등장시키고 있다. 시대는 사회적 실천 개념의 의료를 만들고 있는데 아직 시대착오적인 과학적 의학교육에 대한 대단한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인문학 강화 공감, 전공의 교육·취업 등 현실 적용 어려워
인문교육의 `의도성' 한계 인식 `의료규제 실천교육' 필요


그러나 이런 혁신적인 교육적 변화에 대한 성과는 알 수 없다. 교육의 변화는 대단히 복잡하고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교육변화를 위하여는 교육내용,교육방법, 그리고 교육기관, 학생, 교수 모두의 변화를 동시에 일으켜야 하는 매우 어려운 사안으로 자칫하면 공허한 메아리로 전락할 개연성이 크다. 그럼에도 많은 의사들은 자신들이 받었던 과학중심적 의학교육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의학교육의 개선에 인문사회의학의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교육이라 하여도 의료윤리와 환자권리에 대한 행동적 변화를 이끌어 내기에는 충분하여 보이지 않는다.

의사의 행동양식을 가장 강하게 지배한 것은 전문화과정의 핵심기간인 전공의교육이다. 가족적 가치에 바탕을 둔 페쇄적 삶의 전공의교육을 거치고 나면 대개 의국내의 사안이나 자신의 전문의 취득 이외 기타 사회적 사안이나 심지어 의사의 집단적 사안, 타의국의 일에도 자신과는 무관심한 성향을 보이게 된다.

전공의 기간 동안 통상적인 업무에 시달리며 의료윤리와 환자권리도에 대하여 곰곰이 반추해볼 시간적 여유마저도 상실한 상태로 곧바로 다음 단계의 교육이나 개업, 취업으로 이어지며 전문직의 발달장애를 초래하고 있다. 의과대학에서 배운 인문사회학적 지식의 실천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식 서양의학을 배운 우리나라나 대만 그리고 동일한 동아시아 문화권의 중국 등은 의료윤리나 환자권리에서 인문사회 의학교육의 한계는 의도성(intentionality)에 대한 이론 교육이다. 실제로 학생이나 의사의 행동이 의료윤리나 환자권리 심지어 직종내 같은 동료간의 권리침해나 비윤리적인 사안에 대하여 규제는 대단히 소극적이다. 현대의 선진국 의료에서 학생이나 의사가 교육받은 대로 하지 못하고 의료윤리에 위배되거나 환자권리를 침해하였다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의료윤리와 환자의 권리는 이론이 아닌 실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의료인이 맺은 윤리에 대한 규약은 법 이전의 선행사안이다. 윤리성을 담보로 하는 의료기준이나 수준(practice standard)에 대한 발달과정과 적용의 실천은 서양의학의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의 정수로 동아시아 문화권 전체에서 매우 취약한 부분이다.

인문사회영역의 분야에서 우리나라 의사에게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교육은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의도성을 넘어 `나쁜 의사'가 되지 않기 위한 방지책과 비윤리적인 행동(action)과 결과(outcome)에 대한 윤리적 실천이다. 이것은 바로 Medical Regulation(의료규제)에 대한 개념과 실천의 교육이며 인문사회적 의학교육이 갖고 있는 중요한 기능이다.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 고려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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