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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
산후조리원
  • 의사신문
  • 승인 2009.08.2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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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규<전 강서구의사회장>

▲ 김철규 회장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새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일 것이다. 이는 비단 인간에서 뿐 아니라 동물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생명의 귀중함, 생의 경외(敬畏)'는 신이 인간에게 내려주신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다.

이러한 귀중한 생명이 태어나는 곳이 과거에는 집으로 할머니나 산파가 도와주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의 도움을 받고 있고 분만하는 방법이나 병원에서의 서비스도 병원들이 서로 경쟁을 하다 보니 날로 향상 되어가고 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가장 낮고 앞으로 수십 년 후에는 전체 인구도 줄어서 노동력의 감소로 인한 국가 경쟁률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여 정부에서는 적극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잘 실행되고 있지 않아 국가적인 큰 문제로 대두 되고 있다.

우리가 의사가 된 1960년대에는 출산이 많아 인구의 증가를 막기 위하여 남자들의 정관수술을 무료로 해 주고 수술 후에는 예비군 훈련을 면제해 주었으니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비록 50년의 짧은 시절이나마 격세지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 생명이 태어나면 우리나라에서는 외국 선진국과는 달리 출산 후에는 국가에서도 직장 여성들에게 적어도 3개월의 유급 휴가를 주고 있고, 때로는 남편에게도 휴가를 주고 있다하니 `산후 조리'를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산후에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변화가 왔으니 안정을 하고 휴식을 취하며 새로 태어 난 아기의 건강을 돌보는데 전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대부분의 산모가 집에서 부모나 친지의 도움으로 산후 조리를 하였으나, 핵가족 시대로 변하고 부터는 병원에서 퇴원한 후 `산후 조리원'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산후조리원에 들어가면 한 아이를 잉태하고 출산하는 엄마들이 신생아에게 집중한 나머지 자칫 자기관리에 소홀할 수 있는 것을 도와주고 산모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훨씬 건강하고 밝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 준다. 그리고 요즘은 산후조리원이 체계적인 관리로 아기와 산모의 건강을 책임지고 잘 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너무 많은 산후조리원이 신설되고 있고 서로 경쟁하는 관계로 인해 시설이 부실하고 관리가 허술한 곳이 많다.

보통 산후조리원에 입실하는 기간은 짧게는 2주, 길게는 3∼4주간이며 적지 않은 시간이기 때문에 본인과 아이가 얼마만큼 쾌적한 환경에서 보호, 관리 받을 수 있을지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 출산 후, 바로 집으로 돌아가 산후조리를 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산후조리원에서 지친 몸과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소아과 전문의로 35년 동안 개업을 하며 어린 고사리 손을 만져 주다가 병원을 그만두고 그 후에는 일주에 두 번 자원 봉사를 나가 낮에 노숙자들을 진료하고 있으며 저녁 시간에는 잘 아는 분의 부탁을 받고 강남에 있는 산후조리원 두 곳에서 신생아를 돌보아 주었었다. 병원 개업 당시에는 신생아를 그리 많이 접할 수 없었으나 이곳에 오니 신생아실에 총총히 누워 있는 어린 새싹들을 보며, 과거 전공의 시절 신생아실에서의 그때를 회상하니 새로 소아과 의사로 태어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덮어 두었던 신생아(Neonetalogy) 책도 다시 들여다보고 산후 조리에 관한 문헌도 읽어 보았다. 한곳에 30명 정도의 신생아가 있어 신생아실에 들어가기 전에 몸에 소독약을 뿌리고 손을 깨끗이 씻은 다음 가운을 갈아입고 마스크를 쓰고 들어서면 분홍빛의 얼굴에 눈을 감고 포근히 자고 있는 아가들의 모습은 정말로 귀엽고 아기 예수님을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약 30∼40분 동안 회진하고 일일이 아기 엄마들에게 아기의 건강에 대하여 이야기해 주고 끝나면 큰 대합실에 산모들을 모아 놓고 신생아의 건강과 산후 조리에 대한 강의를 해 주고 나오면 조금 힘은 들지만 그래도 의사로서의 사명감에 가슴이 뿌듯했다. 이렇게 두 군데를 다니다 보니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퇴원하는 날에는 신생아에 대하여 너무나도 모르는 산모들에게 장차 이 나라의 기둥이 될 어린 생명을 잘 기르도록 당부도 했다.

그러던 중에 하루는 신생아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신생아 돌연사'로 한 아기가 갑자기 사망하는 사고가 생겨 그 아기를 병원에 데리고 가서 수습하느라 큰 고생을 했다. 그후 나는 나이가 들어 이 일을 하기에는 힘이 벅참을 깨닫고 약 6개월 만에 그만 두고 내가 나가는 무료 봉사에만 전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이 선진국에 거의 육박하게 된 것은 노인들의 평균수명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신생아 사망율을 크게 줄인 소아과 의사들의 노고가 크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앞으로 태어나는 우리들의 새싹들을 잘 돌봐주고 또한 출산율을 높이며 산후에 산모들의 건강을 위하여 국가 차원에서 산후 조리도 의료보험의 혜택을 주고 국가에서 경영하는 산후조리원을 두어 귀중한 신생아의 건강은 물론 산모의 건강도 돌보는 전문적인 기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김철규<전 강서구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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