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놀트 쇤베르크 〈브람스 피아노사중주 제1번 G단조 작품25〉 관현악 편곡버전
아르놀트 쇤베르크 〈브람스 피아노사중주 제1번 G단조 작품25〉 관현악 편곡버전
  • 의사신문
  • 승인 2014.11.2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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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90〉

■브람스의 진중함을 한층 심화시키면서 쇤베르크만의 독창성을 드러내

오늘날에는 여러 음반이나 음원이 있어 원하는 음악을 하루에도 자주 들을 수 있지만 고전주의시대에는 많은 연주자를 요하는 관현악곡들은 들을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고 더구나 다른 지역에 살면 거의 평생 한 번 듣기도 어려웠다.

이런 이유로 바로크시대 이후에는 관현악곡을 즐기기 위해 음악가들이 대개 실용적인 목적으로 편곡을 시도했다. 베토벤은 그의 교향곡 제2번을 피아노삼중주로, 리스트는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피아노곡으로, 모차르트는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를 현악육중주로 편곡하였다. 쇼팽도 그의 피아노협주곡을 피아노와 현악 앙상블을 위한 실내악버전으로 편곡하였다.

본래 실용적 목적으로 출발했던 편곡은 점차 새로운 창조의 영역으로 진화되면서 19세기 들어 작곡가들은 편곡을 통해 기존 원곡의 느낌을 좀 더 살려내고자 하였다. 관현악곡을 실내악으로 개정할 뿐 아니라 반대로 피아노곡인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라벨이 관현악버전으로 편곡한 것처럼, 이 작품도 쇤베르크가 브람스의 피아노사중주를 관현악버전으로 확대편곡한 것이다.

말러는 베토벤과 슈만 등 고전주의 교향곡을 단순한 개정이 아닌 여러 군데 파격적인 편곡을 시도하여 베토벤의 작품을 마치 자신의 새 교향곡으로 재창조하여 많은 평론가들의 비난을 사기도 하였다. 그러나 말러의 의도는 베토벤 음악의 본질을 더 뚜렷하게 드러나게 하기 위한 시도였다.

20세기 들어서 쇤베르크 역시 편곡에 큰 관심을 가졌다. 그는 제2 빈 악파인 알반 베르크나 안톤 베베른 등의 제자들에게 작곡기법 교육의 일환으로 편곡을 시켰다. 말러의 교향곡이나 관현악 반주의 가곡,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등 대편성 관현악 등을 실내악으로 편곡하면서 많은 악기를 생략하면서도 그 특징을 살리는 훈련을 쌓게 했다.

그의 편곡 작품 중 브람스 피아노사중주 제1번 관현악 편곡은 좀 더 각별하게 진행됐다. 절대음악인 `12음 기법'의 대가인 쇤베르크는 아이러니하게도 평소 독일 전통의 후기 낭만주의인 브람스의 이 작품을 즐겨 연주하였다. 그는 개인적으로 브람스 음악의 진보성을 직시하였고 그 가치를 알고 있었으며 특히 그의 실내악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으로 망명해 캘리포니아 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던 1937년, 이 작품을 편곡하였다.

“나는 이 곡을 무척 좋아하는데 그동안 이 곡은 제대로 연주된 적이 없고 엉망으로 연주되었다. 대개 피아노 소리가 너무 커서 현악이 잘 안 들린다. 나는 모든 소리가 들리도록 만들고 싶었다. 나의 의도는 브람스의 음악 양식을 그대로 남기고 싶었을 뿐 더 나아가려는 의도는 없었다. 거의 50여 년간 나는 브람스 음악을 연구하여 그 원리에 친숙하다. 그래서 이 곡이 어떻게 들려야할지를 잘 알고 있다. 나는 그것을 단지 오케스트라로 옮겼을 뿐이다.”

그러나 그의 관현악 편곡버전을 들어보면, 단지 오케스트라로 옮겼을 뿐만 아니라 쇤베르크만의 독창적인 면을 드러내면서 브람스 음악 특유의 진중한 이미지를 한층 심화시켰다. 타악기를 적극 활용하여 극적인 호흡을 강건하게 하고 마지막 악장의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원곡의 느낌을 보다 신선한 교향악적인 울림으로 더 생동감 있게 살려낸 재창조된 작품이라 할 만하다. 그래서 어떤 음악학자는 이 편곡 작품을 가리켜 브람스의 마지막 교향곡 제4번을 이을만한 `브람스의 교향곡 제5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1악장 Allegro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조와 불안한 기운이 감돌면서 긴장감 어린 격렬함과 온화함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제2악장 Allegro ma non troppo `Intermezzo'로 명명된 악장으로서 무언가에 억눌린 듯 신비로운 분위기 속에 정열과 비애가 교차하고 있다. △제3악장 Andante con moto 느린 선율로 점차 이전의 어두운 그림자가 걷히고 있다. 수려한 흐름과 선율적인 진행이 어우러지면서 감흥에 찬 절정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제4악장 Presto 헝가리 집시 풍으로 정열적인 악상과 화려한 관현악효과를 구사하면서 듣는 이를 점점 클라이맥스로 몰아가고 끝을 맺는다.

■들을만한 음반: 사이먼 래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EMI, 2009), 네미 예르비(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Chandos, 1991), 크리스토프 도흐나니(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ecca, 1995)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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