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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훔멜 〈트럼펫 협주곡〉 Eb 장조
요한 훔멜 〈트럼펫 협주곡〉 Eb 장조
  • 의사신문
  • 승인 2014.11.1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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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88〉

■웅장하면서도 서정적인 전형적인 고전주의 협주곡

이 작품은 훔멜이 에스테르하지가 궁전 음악감독이던 시절 빈 궁정악단 트럼펫 연주자인 안톤 바이딩거를 위해 작곡하여 1804년 새해를 기념하여 초연한 작품이다. 관현악 편성 등 모든 면에서 웅장한 이 협주곡은 바이딩거에게 잘 어울려서 그는 몇 년 동안 이 곡을 즐겨 연주했고 이 곡을 연주할 수 있는 유일한 연주자로 기록되어 있다.

초연 후 이 곡은 1958년까지 150년간 잊혀 있다가 예일대 학생 메릴 뎁스키가 자신의 리사이틀에 쓸 생각으로 발굴하게 된다. 하지만 대영박물관으로부터 악보가 늦게 도착하여 정작 그는 자신의 연주회에서는 쓰지 못하고 악보를 아르만도 기탈라에게 보내게 된다. 기탈라는 1964년 런던에서 최초로 이 곡을 녹음한 이후 이 작품은 많은 연주가들의 주된 연주곡으로 많은 인기를 얻게 된다.

훔멜은 체코의 브라티슬라바 출신으로 비엔나 제국군악학교장을 지낸 그의 아버지 요셉 훔멜이 훔멜을 런던에 있는 무치오 클레멘티에게 4년 동안 작곡교육을 받게 하였다. 마침 같은 시기 런던에 있던 하이든이 훔멜을 위해 피아노소나타를 작곡하였는데, 이를 훔멜이 연주하자 극찬하며 훔멜에게 1기니 금화를 주었다고 한다.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초연에 동참했던 성악가 쉬카네더는 어느 날 8세의 훔멜을 모차르트에게 소개하였다.

훔멜의 재능을 높이 평가한 모차르트가 제자로 가르치겠다고 제안하여 훔멜은 최초로 모차르트의 집에 기숙하는 제자가 되어 피아노와 작곡법 등을 배우며 2년을 지냈다. 이 후 1년 만에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을 대중 앞에서 연주하여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아버지와 함께 프랑스와 스페인을 순회 연주하려다가 프랑스혁명으로 인해 비엔나로 돌아온 훔멜은 알브레헤츠버거, 하이든, 살리에리에게서 작곡 교육을 받았다.

흥미롭게도 이 시기 젊은 베토벤도 하이든과 알브레헤츠버거로부터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훔멜과 베토벤은 동문으로서 우정이 각별하였다고 한다. 간혹 서로 경쟁도 하였지만 훔멜은 항상 베토벤을 존경하였다. 베토벤은 자기가 죽으면 피아노를 연주해 달라고 부탁했고 훔멜은 베토벤을 위한 추도연주회에서 즉흥곡을 연주하였다. 슈베르트와 만나게 된 것도 이 연주회에서는데, 슈베르트는 그의 마지막 피아노소나타 3편을 훔멜에게 헌정하였으나 이들 소나타가 출판될 즈음 훔멜과 슈베르트가 이미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출판사는 이 곡들을 슈만에게 헌정하는 것으로 변경하여 출판했다.

1804년 훔멜은 에스테르하지가 궁전에서 음악감독이던 하이든의 자리를 이어 받아 7년 동안 에스테르하지가 궁전 음악감독으로 재직했지만 오케스트라 지휘가 적성에 맞질 않아 결국 근무태만으로 사직서를 써야 했다. 이후 슈투트가르트와 바이마르에서 궁정음악감독을 지내며 문호 괴테와 쉴러 등과 친분을 맺기도 했으며 당시 사상 처음으로 음악저작권을 위해 투쟁한 근대 음악저작권의 선구자로 알려지기도 했다.

또한 〈피아노연주의 이론과 실기 완전정복〉이라는 저서를 출판했는데 이는 새로운 운지법과 장식음 연주법에 대한 지침서로 인기가 높았다. 훗날 훔멜의 피아노 연주기법은 칼 체르니에게 전수되었고 체르니의 기법은 리스트에게 전파되었다. 훔멜의 제자 중에는 멘델스존과 쇼팽 등이 있었으며 쇼팽은 어릴 때 우상이었던 훔멜의 피아노협주곡을 자신의 피아노협주곡 제2번에서 상당부분 반영하였다. 젊은 슈만도 훔멜의 피아노소나타를 듣고 제자가 되고 싶었으나 거절당했다고 한다.

△제1악장 Allegro con Spirito 고전주의 양식에 충실하게 오케스트라 전주가 주제를 펼치면 독주 트럼펫이 선율을 이어받아 모차르트의 협주곡과 같이 경쾌하고 우아한 선율로 노래한다.

△제2악장 Andante 석양이 질 무렵 언덕 위에서 아득히 홀로 먼 산을 바라보며 가곡을 부르듯 트럼펫 독주가 현악 반주에 맞춰 인생을 관조하는 듯한 서정적인 주제 선율을 노래한다.

△제3악장 Rondo: Allegro 독주 트럼펫이 현악의 산뜻한 리듬과 함께 하이든의 트럼펫협주곡 3악장과 흡사한 선율로 전개되다 훔멜 특유의 싱코페이션 리듬과 함께 모던한 선율이 흐른다.

■들을만한 음반: 티모페이 독쉬체르(트럼펫), 루돌프 바르샤이(지휘), 모스코바 쳄버 오케스트라(RCA, 1996); 모리스 앙드레(트럼펫),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EMI, 1974); 피에르 티보(트럼펫), 마리우스 콘스탄트(지휘), 잉글리시 쳄버 오케스트라(DG, 1973)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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