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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세브란스 전공의 파업 철회, '수련환경 개선' 숙제로 남아
원주세브란스 전공의 파업 철회, '수련환경 개선' 숙제로 남아
  • 김지윤 기자
  • 승인 2014.11.07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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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제 회장, "열악한 수련환경 개선만이 환자안전 담보해"
송명제 회장

"지난 2일 파업에 돌입했던 원주 세브란스 병원 내과 1년차 전공의들의 마음이 전국 모든 내과 전공의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송명제 회장은 "드디어 내과마저 무너졌다. 신입 의사들이 내과 전공을 포기하고 있다. 전국 수련병원의 내과가 내년 신입 전공의 지원자의 미달 사태를 겪고 있다"며 "원주 세브란스 병원의 내과 1년차 전공의들은 이 사태에 충격을 받고 병원 측에 해결을 요구, 지난 2일 파업에 돌입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일 수련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던 원주 세브란스병원 1년차 내과 전공의들은 병원관계자에 따르면 6일 오전11시를 기점으로 업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한 병원에서 자발적으로 전공의 파업이 발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

파업 당시 원주 세브란스병원 1년차 내과 전공의들의 요구는 "3차 병원에 맞는 내과 진료를 하라"는 것으로, "3차 병원이라면 수련 과정에 있는 전공의가 진료를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의의 숙련도를 가진 촉탁의(hospitalist)가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 촉탁의들은 전공의들의 교육도 일부 담당한다. 이들을 정식 고용하기 위해서는 전문의 고용에 상응하는 추가 비용이 드는데 병원들은 자금 부족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한 결과로 인해 한국 대형병원의 주말/야간에는 병원에 남은 숙련된 전문의가 거의 없다는 것.

송 회장은 “대한민국 전공의들에게 살인적인 근로 시간을 강요하는 것은 반인권적 불법 행위일 뿐만 아니라, 환자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근로기준법 상 주 40시간 근무가 상한선이지만 한국 전공의들은 주당 100시간, 최대 140시간까지 근무하고 있다"며 "일주일이 총 168시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공의의 특수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매우 비정상적"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의 경우 '전공의에 대한 유럽 근로기준(European Working Time Directive for Doctors in Training)'에 따라 근무시간을 주당 48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에도 주당 8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전공의들의 평균 근무 시간은 주당 45시간으로, 이런 제한들은 전공의 근로 시간이 환자 안전과 직결된다는 각국의 경험과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

원주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파업이 결국은 모든 전공의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이라는 송 회장은 이 같은 사태에 대해 "일했으면서도 일하지 않았다고 거짓 신고하고 야간당직근무를 해놓고도 하지 않았다고 작성하는 등, 전공의들의 근무 환경은 수련 기준안이 개정된 전 후가 달라진 것이 없다"며 "그럼에도 보건복지부는 이렇게 날조된 '주간수련현황표'를 바탕으로 전공의 근무 환경이 개선됐다는 발표를 준비 중이다"라고 개탄했다.

한편, 송 회장은 "이런 열악한 수련환경 속에서 일차적으로 힘든 것은 전공의들이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받는다. 의료의 질적 하락은 물론, 늘 피로하고 미숙한 전공의들에 의한 높은 의료 사고 가능성 때문"이라며 환자 안전의 위험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어 "현재 한국 전공의들은 '수련'이라 쓰고 '근무'라고 읽는 수련 병원에서의 도에 넘치는 노동력 착취로 정작 제대로 수련 받을 기회를 박탈 당하고 있다"며 "내과는 환자 소생을 전담하는 과로, 제대로 훈련된 내과 의사를 배출하지 못하는 3차 병원은 존재 이유가 없다"고 역설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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